美 성과급 적용 기준선 등 세밀
영업이익·세후이익 등 기준 필요
주식·현금 지급 등도 정리해야

편집자주기업의 성과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는 이제 노사 협상의 범위를 넘어 산업계 전체의 화두가 됐다. 반도체에서 시작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논쟁은 자동차와 조선, 정보기술(IT) 업계로 확산했고, 하청 노조의 원청 배분 요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논의는 얼마나 더 받을 것인가에 집중될 뿐 누가 어떤 원칙과 절차로 성과를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보이지 않는다. 미국식 성과 보상을 말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고용 유연성이나 산업 단위의 배분 기준은 논의에서 비켜나 있다. 원칙 없는 성과 배분은 기업 내부의 격차를 넘어 산업 생태계와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담은 인터뷰와 칼럼을 통해 'N% 성과급' 논쟁이 우리 사회에 던진 과제를 짚어본다.

성과급 논쟁의 다음 과제로 배분 규칙을 산업 단위에서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익이 늘 때 나눌 몫만 정하고 실적이 꺾였을 때 감당할 몫은 정하지 않은 구조로는 논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참고 사례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단체협약이 거론됐다.


이종훈 명지대 명예교수는 "미국 대기업의 이익분배제도는 기본급 협상은 한 페이지로 끝나는 반면, 성과급 적용 기준선과 공유 비율 상한선 등이 매우 정교하고 두꺼운 룰북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조합의 교섭력이 가장 강한 사업장에서도 배분 규칙만큼은 문서로 세밀하게 정리돼 있다는 것이다.

['N% 성과급'이 남긴 것]②산업 단위 정교한 배분 규칙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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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기준 지표부터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업이익인지 세후이익인지, 어느 선을 넘어야 지급하는지, 초과분의 몇 퍼센트를 나눌지, 현금과 주식 중 무엇으로 줄지, 사업부와 개인 간 차등을 어떻게 둘지가 모두 규칙의 구성 요소다. 이 교수는 "이런 원칙을 제대로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상태로 이번에 협상이 끝났다"고 말했다.


기준선(threshold) 설계도 과제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이번 합의는 DS부문이 일정 규모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면 노사가 합의한 사업성과에 정해진 비율을 곱해 성과급 재원을 산정하는 구조다. 반면 미국 기업들의 이익분배제도는 기업마다 방식이 다르지만, 일정 수준을 초과한 이익에 대해서만 배분 비율을 적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기준선을 넘는 순간 성과급 재원이 크게 늘어나는 구조에서는 매출 인식이나 계약 시점을 조정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 있어 기준선 설계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한 대목도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식 발행이 이사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합의 이행이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노조와 단협에서 정했기에 구속력이 있어 무조건 이행해야 한다"며 "결국 회사는 채무를 지고 근로자는 채권을 가지는 만큼 소송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납득할 만한 결정 절차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미국 주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은 모두 이사회에서 정하는데 경영진이 참여하는 이사회 산하 보상위원회에서 배분한다"며 "독일도 종업원평의회에서 논의하지만 이사회에서 사전 승인을 거치도록 통제가 작동한다"고 밝혔다. 배분 규모가 커진 만큼 절차를 갖추지 않으면 결과가 그해 교섭력에 좌우된다는 지적이다.


['N% 성과급'이 남긴 것]②산업 단위 정교한 배분 규칙 마련해야 원본보기 아이콘


배분 범위를 어디까지 넓힐지도 남은 과제로 꼽힌다. 성과급 배분이 원청과 조합원 사이에서만 끝날 경우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오히려 심화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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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초과이익의 일부를 대기업 사내에만 쌓아두거나 조합원 성과급으로만 소비할 것이 아니라 반도체 생태계 기금을 조성해 협력업체와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익률이 낮은 하청업체는 자체적으로 인력 양성과 복지에 투입할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중소기업이 키운 경력 인력을 대기업이 데려가는 구조가 고착화하면 협력업체가 인력을 육성할 유인과 여력마저 사라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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