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점도 반응중합 공정으로 생산성 향상

재활용 가능한 차세대 복합재 기술 제시

탄소복합재는 미래 모빌리티와 항공우주 산업의 핵심 소재지만, 생산성과 재활용성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지 못한 것이 산업화의 걸림돌이었다.


부산대학교 연구팀이 '물처럼 흐르는' 저점도 반응성 원료를 활용한 새로운 성형공정을 개발하면서 대형 탄소복합재를 빠르고 균일하게 생산하는 동시에 친환경성까지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부산대학교는 응용화학공학부 성동기 교수 연구팀이 기존 열가소성 탄소섬유 복합재료의 산업 적용을 가로막아 온 높은 점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반응중합형 성형공정(T-RTM)을 개발했다고 20일 전했다.

(왼쪽부터) 성동기 교수(연구책임자), 손승모 석박사통합과정생, 허수정 박사과정생, 정승우 석사졸업생, 장문석 석사과정생. 부산대 제공

(왼쪽부터) 성동기 교수(연구책임자), 손승모 석박사통합과정생, 허수정 박사과정생, 정승우 석사졸업생, 장문석 석사과정생. 부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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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술은 플라스틱을 녹여 탄소섬유에 주입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플라스틱이 되기 전 단계의 반응성 전구체를 먼저 탄소섬유 내부에 함침시킨 뒤 금형 안에서 고성능 열가소성 플라스틱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로써 복잡한 형상의 대형 탄소복합재를 빠르고 균일하게 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탄소섬유 복합재는 철보다 가볍고 강도가 높아 항공기와 우주 구조물, 전기차, 수소 모빌리티 등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로 꼽힌다. 하지만 현재 산업 현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열경화성 복합재는 성형 이후 다시 녹이거나 재가공할 수 없어 재활용이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열가소성 복합재가 주목받아 왔지만, 녹인 상태에서도 점도가 매우 높아 탄소섬유 사이를 균일하게 채우기 어렵고 제조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내부 기포와 공극이 발생하기 쉬워 대형 제품의 고품질 생산에도 제약이 따랐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플라스틱을 녹여 넣는 방식'이 아닌 '반응성 원료를 먼저 주입한 뒤 금형 안에서 플라스틱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특히 PA12의 원료인 라우로락탐을 PA6 원료인 카프로락탐에 용해해 90℃의 낮은 온도에서도 주입 가능한 초저점도 반응성 수지 시스템을 구현했다.


금형 내부에서는 PA6와 PA12가 함께 반응해 구배형 공중합체가 형성된다. 이를 통해 뛰어난 함침성을 유지하면서도 탄소섬유와 수지 사이의 결합력을 높이고 충격 저항성과 수분 안정성까지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 성형된 복합재료의 내부 공극률은 1% 미만으로 나타나 우수한 성형 품질을 확인했다. 초저점도 원료가 탄소섬유 다발 내부까지 균일하게 스며들면서 대형 열가소성 복합재의 고속·고품질 생산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다.


기계적 성능도 크게 향상됐다. 연구팀은 별도의 표면처리 없이 탄소섬유와 수지 사이에 규칙적인 횡결정성 계면층을 형성해 하중 전달 효율을 높였다. 그 결과 층간전단강도는 기존 PA6 기반 복합재보다 22.7% 향상된 72.2MPa를 기록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확보했다.


충격 저항성과 내수성 역시 개선됐다. PA12 성분이 충격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면서 취성 파괴를 줄였고, 60℃ 물속에서 30일간 진행한 시험에서는 수분 흡수량이 기존 소재 대비 약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해 장기 내구성도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항공·우주 구조재를 비롯해 전기차와 수소 모빌리티 부품, 풍력 블레이드, 고속 운송장비 등 고성능과 경량화가 동시에 요구되는 산업 전반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기존 열경화성 복합재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경량 구조재 기술로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성동기 교수가 교신저자를 맡고 손승모 석박사통합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같은 학과 안석균 교수와 UNIST 박영빈 교수 등이 공동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성과는 복합재료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Composites Part B: Engineering' 9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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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기 교수는 "열경화성 복합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활용이 가능한 열가소성 복합재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높은 점도 때문에 제조가 매우 어려웠다"며 "이번 연구는 우수한 기계적 성능과 재활용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재료·공정 기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영남취재본부 조충현 기자 jch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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