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N% 성과급 논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노동 구조개혁의 출발점이다. 성과에 따른 보상은 존중하되 그에 걸맞은 노동시장 구조와 위험 분담 원칙까지 함께 설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논쟁은 반도체를 넘어 광범위한 업종으로 확산 중이다. 그러나 '얼마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만 집중하는 측면이 있다. 아시아경제의 20일자 'N% 성과급이 남긴 것' 기획 기사에서 노동·경영·경제 전문가들은 법으로 강제하는 방식에 반대하면서 현재처럼 기업별 교섭에만 맡겨둘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성과급 상한선, 산업별 기준, 협력업체와의 배분 방식 등 다양한 대안도 제시했는데, 결국 성과 배분 원칙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게 공통된 문제의식이었다.

그 과정에서 반드시 전제해야 할 원칙이 있다. 호황기에 성과급을 확대하는 것처럼, 경영 환경이 악화됐을 때 노사가 어떻게 부담을 나눌지에 대한 기준이다. 성과의 상방만 열어두고 경영 악화에 따른 부담은 기업과 주주만 떠안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는 손쉬운 해고를 허용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전환배치와 재교육 등 안전망을 강화하는 방식의 노동시장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식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처럼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 인력에 대해 노동시간 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성과 배분 논의 역시 특정 집단의 몫을 늘리는 문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높은 보상과 안정성이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시장과 단절되는 구조는 한국 경제의 오래된 과제다. 기업의 성과는 노동자뿐 아니라 주주, 협력업체, 소비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기여와 환경 속에서 창출된다. 원청의 성과가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구성원의 행복은 이해관계자와 함께할 때 지속 가능하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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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노사는 단기적인 유불리를 넘어 보상과 책임, 안정성과 유연성을 함께 담보하는 사회적 논의에 즉각 나서야 한다. 이번 논쟁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한국 노동시장의 미래가 좌우된다는 사명감을 갖고 논의에 임해주길 바란다.


논설실 colum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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