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건설업 연체율 1%대 지속…일반 기업의 두 배
이자보상배율 0.95배…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아
금리 인상에 지방 중소 건설사 줄도산 우려
주요 은행의 중소 건설업 대출 연체율이 1%를 웃돌며 건설업 부실이 장기화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에 이어 하반기 금리 인상까지 맞물리면서 자금난에 몰린 지방 중소 건설사의 연쇄 도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이 건설업 여신 부실 확대에 대비해 충당금 적립과 건전성 관리에 한층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하나·신한은행, 건설업 연체율 1%대…일반 기업의 두 배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과 IBK기업은행의 건설업 대출 연체율 평균은 지난 3월 말 기준 1.1%로 집계됐다. 지난해 3월 1.08%를 기록한 데 이어 여전히 1%대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국민은행은 전체 기업대출 중 건설업 기준이며, 나머지 은행은 중소기업 건설업 기준이다.
같은 시점 이들 5개 은행의 기업대출 또는 중소기업대출 연체율 평균이 약 0.6%인 점을 고려하면 건설업 연체율은 두 배 가까이 높다. 건설업 대출 부실이 다른 업종보다 두드러지고 있다는 의미다.
은행별로는 기업은행의 건설업 연체율이 1.64%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3월 1.34%에서 0.30%포인트 상승했다.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1.31%에서 1.44%로 올랐고, 신한은행도 0.77%에서 1.02%로 상승해 1%를 넘어섰다.
반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건설업 연체율은 각각 0.93%, 0.49%로, 1년 전보다 각각 0.11%포인트와 0.44%포인트 하락하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 은행 여신 담당 임원은 "연체율은 아직 관리 가능한 범위지만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건설과 석유화학 업종의 부실이 두드러지는데, 특히 건설업이 가장 심각하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다른 업종으로도 부담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아"…금리 인상에 지방 중소 건설사 '도미노 도산' 우려
건설업 부실은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고 준공 후 미분양이 누적되면서 민간 주택사업 의존도가 높은 중소 건설사의 유동성이 악화한 영향이 크다. 여기에 중동 전쟁 여파로 고환율·고금리 환경이 이어지면서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함께 오르는 등 공사비 부담이 커져 수익성도 더욱 악화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은 구조조정이 진행됐지만, 사업성이 낮은 사업장과 한계기업은 여전히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업이익만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건설사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의 이자보상배율은 0.95배로 1배를 밑돌았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만으로 금융비용을 충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한은은 "건설업의 채무상환능력이 크게 악화했고 PF 부실에 따른 우발채무까지 현실화하면서 연체율이 높은 수준"이라며 "금리 상승기에 금융기관으로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에 대비해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부실을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금리 인상으로 건설업계의 자금 부담이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은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2.75%로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연내 1~2차례 추가 금리 인상까지 예상된다. 차입 의존도가 높은 중소 건설사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원리금 상환 압박이 심해질 경우 취약 사업장과 지방 건설사를 중심으로 부실이 확대되고, 이는 은행권의 충당금 적립 등 건전성 관리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건설업계의 경영 환경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업체 폐업 건수는 1088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7.6% 늘었다. 2024년 말 기준 자산총액 500억원 이상 외부감사 대상 건설기업 2200곳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기업은 972곳으로 44.2%에 달했다. 이 가운데 86%는 중소 건설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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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2년 중반 이후 고금리 여파로 건설업황 악화가 지속된 데다 최근 집값 상승도 서울 핵심 지역과 일부 수도권에 국한돼 건설시장 전반의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서울 아파트를 제외한 민간 건설 수요가 위축되면서 중소 건설업체의 공사 물량과 현금 흐름이 줄고, 이는 결국 대출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민간 건설 수요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택시장 규제와 수요 억제 기조까지 이어질 경우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 건설업체의 경영난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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