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변동성 원흉 레버리지 ETF로 한정
반도체 수급 쏠림은 국제적 흐름
당국 조치로 코스닥 왜곡 더 심해질수도

[기자수첩] 증시 급등락, 레버리지 ETF만 탓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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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두고 정부가 대대적 규제방안을 발표했다. 지나친 변동성에 투자자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신규 상장을 일시 중단하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 기본 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늘리는 등 정책 골조는 거래 진입장벽을 높이는 방향으로 짜여져 있다.


투자자 보호라는 취지는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문제는 진단 방식이다. 시장 변동성을 레버리지 ETF 탓만으로 돌리고, 거래 문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은 건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레버리지 ETF는 이미 세계 증시에서 낯선 상품이 아니다. 2022년 미국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된 후 꾸준히 성장했다. 국내에 상장된 것도 세계적 추세에 따라가자는 취지였다. TQQQ, SOXL, NVDL 등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에 상장된 각종 2배 레버리지 ETF에 관심을 기울이자, 이 수요를 국내로 유치하면 증시 활성화와 환율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당국은 갑자기 레버리지 ETF를 증시 변동성의 원흉으로 취급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 관련 종목 및 레버리지 상품에 많은 자금이 쏠리며 변동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레버리지 ETF가 국내 증시를 그렇게 혼탁하게 만들었을까.

반도체 업종의 변동성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월가와 각국 중앙은행도 경계하는 세계 자본시장의 트렌드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이달 하루 최대 낙폭은 10.57%(7월1일)다. 샌디스크도 지난 13일 14.13% 빠졌다. 지난 13일 SK하이닉스가 기록한 역대급 낙폭 15.37%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미국 증권사의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최근 급증한 것도 증시가 급등락하면서 매매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코인 시장의 유동성이 증시로 흘러들어온 점도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 하이퍼리퀴드, 바이낸스 등 초대형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반도체 종목을 중심으로 '주식 토큰화' 상품을 쏟아냈다. 레버리지 ETF처럼 본주와 함께 옵션 등 파생상품을 활용해서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식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의 변동성이 잦아들어 재미를 못 본 유동성이 증시로 유입되면서 급등락이 더욱 잦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조치는 의도치 않게 코스닥을 더 주저앉게 만들 수 있다. 기민한 투자자들이라면 다른 자산을 팔아 예탁금을 맞출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소외된 코스닥 우량주들을 팔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내건 정부 정책을 스스로 발목 잡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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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ETF는 시장 변동성의 범인이 아니다. 이번 조치가 통하지 않으면 이제는 누구를, 무엇을 죄인으로 지목할 것인가. 보호라는 이름으로 시장의 흐름을 좁게 해석하면 자금은 더 규제가 약한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판세를 제대로 읽은 대책이 필요하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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