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행위 터지기 전에 막아야"…MLB, 더그아웃 AI 전면 금지
AI가 투구 선택·선수 교체 조언해 논란
MLB 구단 중 3분의 1 더그아웃서 활용
판정엔 도움 받되 전략 판단엔 선 그어
인공지능(AI)이 인간 고유의 판단 영역까지 파고들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제동을 걸었다. 경기 도중 더그아웃에서 AI의 추천을 받아 투구나 선수 교체를 결정하는 관행이 번지자 이를 전면 금지하기로 한 것이다.
연합뉴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스포츠 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을 인용해 "MLB 사무국이 경기 중 태블릿 PC(아이패드)로 AI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막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디애슬레틱이 입수한 사무국 메모를 보면, 각 구단은 원래 허용된 태블릿 PC 사용 범위를 넘어 선수 교체와 투구 선택처럼 전통적으로 선수와 코치가 내려온 결정에까지 AI의 조언을 받으려 맞춤형 애플리케이션을 깔았다.
메츠, AI로 투구 선택…30개 구단 중 10곳, 태블릿 활용
이번 조치의 발단으로는 뉴욕 메츠가 지목됐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메츠에서 뛴 투수 애덤 오타비노는 최근 메츠의 기술 활용이 규제를 촉발했다며 "메츠가 규제의 주된 대상이었다"며 "값비싼 AI 프로그램으로 투구 선택 등을 도움받았고, 시즌 초 이를 자랑하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MLB 사무국에 따르면 30개 구단 가운데 약 3분의 1이 이런 방식으로 태블릿 PC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사무국은 지난달 11일 각 구단에 한 달의 유예 기간을 둔 뒤 후반기 개막 시점부터 사용을 금지했다.
MLB의 이번 조처를 두고 각 구단에서는 복잡한 속내가 전해졌다. 혁신을 중시하는 일부 프런트에서는 반발이 나왔다. 한 구단 연구개발(R&D) 고위 관계자는 "상당한 파장이 일었다"고 디애슬레틱에 전했다. 반면 다른 구단 관계자는 "진짜 부정행위가 터지기 전에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MLB가 기술을 마냥 배격하는 것은 아니다. 올 시즌부터 컴퓨터가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다시 봐주는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챌린지를 정규리그에 도입했다. 다만 감독과 선수가 내리는 전략적 판단만큼은 인간의 몫으로 남기겠다는 취지로 파악된다. 한편 한국프로야구(KBO) 리그도 더그아웃에 전자기기를 들이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MLB처럼 ABS 확인용 태블릿 PC만 각 팀에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1, AI 도입 적극 추진…경기 중에도 일상적 활용
AI를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두고 고심하는 건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 선을 훨씬 넓게 그은 곳도 있다. 자동차 경주 포뮬러원(F1)을 관장하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은 경기 중 심판(스튜어드)의 판정을 돕기 위해 AI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미 원격운영센터(ROC)에서 AI 보조 도구를 활용해 트랙 이탈처럼 명백한 위반을 자동으로 걸러내고, 미묘한 사례만 사람이 들여다보도록 하고 있다.
경기 중 AI 활용은 F1 팀 차원에서도 일상이 됐다. 차 한 대가 경기 주말 동안 쏟아내는 데이터는 수백 기가바이트에 이르고, AI는 타이어 마모나 브레이크 불균형처럼 사람이 실시간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을 대신 감시한다. 일부 팀은 생성형 AI로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FIA 규정을 몇 초 만에 뒤져 전략적 허점을 찾아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종 해석과 조정은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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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A는 차량 개발만큼은 인간 엔지니어가 주도하도록 하는 규정을 오는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에드워드 그린 맥라렌 상업기술책임자는 "AI는 누군가를 대체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데이터 과학자와 엔지니어를 돕고 그들의 판단에 정보를 더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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