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투구 선택·선수 교체 조언해 논란
MLB 구단 중 3분의 1 더그아웃서 활용
판정엔 도움 받되 전략 판단엔 선 그어

인공지능(AI)이 인간 고유의 판단 영역까지 파고들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제동을 걸었다. 경기 도중 더그아웃에서 AI의 추천을 받아 투구나 선수 교체를 결정하는 관행이 번지자 이를 전면 금지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MLB 올스타 관중석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MLB 올스타 관중석 모습. AP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연합뉴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스포츠 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을 인용해 "MLB 사무국이 경기 중 태블릿 PC(아이패드)로 AI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막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디애슬레틱이 입수한 사무국 메모를 보면, 각 구단은 원래 허용된 태블릿 PC 사용 범위를 넘어 선수 교체와 투구 선택처럼 전통적으로 선수와 코치가 내려온 결정에까지 AI의 조언을 받으려 맞춤형 애플리케이션을 깔았다.

메츠, AI로 투구 선택…30개 구단 중 10곳, 태블릿 활용

이번 조치의 발단으로는 뉴욕 메츠가 지목됐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메츠에서 뛴 투수 애덤 오타비노는 최근 메츠의 기술 활용이 규제를 촉발했다며 "메츠가 규제의 주된 대상이었다"며 "값비싼 AI 프로그램으로 투구 선택 등을 도움받았고, 시즌 초 이를 자랑하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MLB 사무국에 따르면 30개 구단 가운데 약 3분의 1이 이런 방식으로 태블릿 PC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사무국은 지난달 11일 각 구단에 한 달의 유예 기간을 둔 뒤 후반기 개막 시점부터 사용을 금지했다.

MLB의 이번 조처를 두고 각 구단에서는 복잡한 속내가 전해졌다. 혁신을 중시하는 일부 프런트에서는 반발이 나왔다. 한 구단 연구개발(R&D) 고위 관계자는 "상당한 파장이 일었다"고 디애슬레틱에 전했다. 반면 다른 구단 관계자는 "진짜 부정행위가 터지기 전에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MLB가 기술을 마냥 배격하는 것은 아니다. 올 시즌부터 컴퓨터가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다시 봐주는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챌린지를 정규리그에 도입했다. 다만 감독과 선수가 내리는 전략적 판단만큼은 인간의 몫으로 남기겠다는 취지로 파악된다. 한편 한국프로야구(KBO) 리그도 더그아웃에 전자기기를 들이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MLB처럼 ABS 확인용 태블릿 PC만 각 팀에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현지시간) 포뮬러 원(F1) 벨기에 그랑프리 경기 모습. AFP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포뮬러 원(F1) 벨기에 그랑프리 경기 모습. AF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F1, AI 도입 적극 추진…경기 중에도 일상적 활용

AI를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두고 고심하는 건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 선을 훨씬 넓게 그은 곳도 있다. 자동차 경주 포뮬러원(F1)을 관장하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은 경기 중 심판(스튜어드)의 판정을 돕기 위해 AI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미 원격운영센터(ROC)에서 AI 보조 도구를 활용해 트랙 이탈처럼 명백한 위반을 자동으로 걸러내고, 미묘한 사례만 사람이 들여다보도록 하고 있다.


경기 중 AI 활용은 F1 팀 차원에서도 일상이 됐다. 차 한 대가 경기 주말 동안 쏟아내는 데이터는 수백 기가바이트에 이르고, AI는 타이어 마모나 브레이크 불균형처럼 사람이 실시간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을 대신 감시한다. 일부 팀은 생성형 AI로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FIA 규정을 몇 초 만에 뒤져 전략적 허점을 찾아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종 해석과 조정은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겨둔다.

AD

FIA는 차량 개발만큼은 인간 엔지니어가 주도하도록 하는 규정을 오는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에드워드 그린 맥라렌 상업기술책임자는 "AI는 누군가를 대체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데이터 과학자와 엔지니어를 돕고 그들의 판단에 정보를 더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