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당국, 5개월만에 167쪽 보고서
공사업체, 신고도 없이 '쥐꼬리 연결'

지난 2월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일어난 여고생 화재 사망 사건과 관련해 화재와 인테리어 공사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방 당국의 보고서가 나왔다.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소방 당국은 최근 167쪽에 이르는 강남소방서의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추정적 결론을 내놓았다. 보고서에서 조사팀은 이번 사고를 일단 원인 미상으로 종결했다. 발화 원인을 밝혀낼 수 있는 물리적 증거까지 모두 불탔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재 한 달 전에 있었던 전기 배선 공사 도중 업체 측 부주의가 화재의 전기적 요인으로 연결됐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화재가 발생한 세대는 당시 주방·바닥·화장실·창문뿐 아니라 전등까지 개보수됐다.

지난 2월24일 화재가 발생한 은마아파트에서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24일 화재가 발생한 은마아파트에서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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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팀에 따르면 임대인은 그해 1월 중개업자 권유로 세대를 전면 개보수했다. 중개업자가 연결해준 인테리어 업체는 내벽을 허물어 주방을 인접한 작은 방까지 넓혔다. 이에 따라 두 공간의 조명을 보다 큰 조명으로 합치는 전기공사가 이뤄졌다. 이 공사는 기존 조명으로 연결된 전선들을 각각 1m와 1.2m씩 연장해 '쥐꼬리 접속' 방식으로 기존과 신규 배선을 접붙였다. '쥐꼬리 접속'이란 두 전선의 피복을 벗기고, 구리 선끼리 공구로 꼬아놓은 뒤 절연 테이프를 칭칭 감는 방식이다.


조사팀은 "이는 접속부의 기계적 강도를 약화하고 접촉 저항을 올려 발열을 유발할 수 있다"며 "배선 손상, 접속 불량 등 시공 결함으로 인한 발화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선을 만진 작업자들은 전기 기술 자격증이나 면허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화재 예방차 통상 전선에 씌우는 보호용 관도 설치하지 않은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조사팀은 이런 정황을 종합해 "연속적 쥐꼬리 접속 부위가 여럿 확인되며 안전 점검 없이 시공돼 국부 발열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공동주택 관리 규약에 전기공사 면허 확인 절차를 명시하도록 권고해 무자격자의 부실시공을 원천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당시 업체 측은 관리사무소에 문제의 배선 공사를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전기 시설물 등 공사는 아파트 관리주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공사계획서에는 난방, 수도, 도배, 화장실 공사 등이 기재됐으나 전기공사는 빠져 있었다. 업체 대표는 조사 과정에서 "깜빡하고 적지 않은 것 같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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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A씨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천장 내 배선에 대해 전혀 알 길이 없고, 그 배선은 누구도 쉽게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사람이 죽었고, 남은 가족도 중화상을 입었다. 화재 원인과 동기, 배후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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