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 연출 신작 '댄포스가 옳았다'
연쇄살인 용의자와 프로파일러
취조실의 팽팽한 대립 스릴러
12명을 죽인 연쇄살인범 용의자와 그가 진짜 범인인지 밝혀내려는 프로파일러.
용의자의 이름은 존 조우. 통상 'M'으로 불린다. 12명의 시신에 알파벳 M을 남겼기 때문이다. 프로파일러의 이름은 조너스 보튼. 조우가 정말 M인지, M이라면 연쇄살인의 동기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보튼은 취조실에서 조우와 30분씩 일곱 차례 만나기로 한다.
연극의 등장인물은 두 명뿐이다. 극의 전개 방식도 단순명료하다. 보튼과 조우가 취조실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일곱 차례 반복된다.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드러나는 극의 구성은 12건의 살인을 저지른 뒤 붙잡힌 M의 범행처럼 정교하고 치밀하다. '댄포스가 옳았다'는 흥미진진한 2인 심리극이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정의의 편에 선 보튼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보튼처럼 조우가 진짜 M인지, 왜 연쇄살인을 저질렀는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조우는 말이 많지 않다. 12건의 살인 끝에 결국 붙잡히고 말았다는 체념 때문인지, 정반대로 '너희는 결코 나를 잡을 수 없다'는 우월감의 표현인지 조우의 태도는 애매모호하다.
반면 조우를 취조하는 보튼의 태도는 흥미롭다. 용의자를 심문한다기보다는 재미있는 친구를 만났다는 듯한 태도다. 취조 도중 종종 유쾌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무죄 추정의 원칙을 숭배하는 듯, 조우가 M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 보인다.
보튼은 항상 깔끔한 수트와 타이 차림이다. 그의 옷차림처럼 조우를 취조하는 과정도 신사적이고 친절하다. 조우가 커피를 부탁하자 다음 만남에서 굳이 비싼 원두를 사 와 그의 앞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준다. 조우가 차가운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고 하자 다음 만남에서는 얼음까지 준비한다. 맛집에서 닭 날개 튀김을 사 오기도 한다.
신사적이고 친절한 보튼의 태도는 교묘한 심리전의 일환이다. 프로파일러는 용의자에게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취조 도중 전화가 걸려오자 보튼은 자연스럽게 "조너스 보튼입니다"라며 은근슬쩍 자신의 이름을 조우에게 알려준다. 통화를 마친 보튼은 방백을 통해 조우의 경계심을 낮추려고 수사팀에 일부러 전화를 걸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힌다.
보튼은 또 멀쩡하게 살아 있는 M의 과거 라이벌이 사고로 죽었다고 거짓말해 조우의 반응을 살핀다. 조우는 펜싱 국가대표였다. 올림픽에서 금메달도 땄다. 하지만 약물 복용 사실이 적발돼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연극 제목에 등장하는 댄포스라는 인물은 흥미를 배가한다. 댄포스는 장진 연출이 설정한 가상의 인물이다. 극에서는 보튼의 설명을 통해서만 등장한다. 직업은 외과의사다. 똑똑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피 냄새에서 묘한 쾌감과 흥분을 느꼈다. 그래서 자신이 언젠가 살인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살인마가 되지 않기 위해 댄포스는 어린 시절부터 느껴온 피에 대한 충동을 꼼꼼히 기록으로 남긴 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혹시 조우가 댄포스와 같은 성향의 인물은 아닐까. 관객의 호기심은 극에 달한다.
보튼과 조우의 일곱 번째 만남에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다. 장진 연출의 설명대로 이때부터 줄거리는 과잉으로 치닫는다. 그러나 나쁘지 않은 과잉이다. 예상하지 못한 사실들이 잇따라 드러나며 추리극 특유의 반전 재미를 살린다. 앞서 등장했던 조우의 가족 이야기와 보튼의 어린 시절 사고도 하나씩 연결된다.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이 마지막에 맞춰지는 셈이다.
장진 연출은 애초 작품을 5인극으로 구상했다가 2인극으로 변경해 희곡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인물 간의 치열한 심리전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는 의도다. 극은 장 연출의 의도대로 두 인물의 치열한 심리전을 보여준다.
장 연출은 5인극을 2인극으로 바꾼 이유에 대해 "너무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애초 계획대로 연극으로 먼저 무대에 올리자는 생각에 지난해 2인극 희곡을 완성했으며, 언젠가 영화로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영화 시나리오는 이미 오래전에 완성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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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초연인 '댄포스가 옳았다'는 오는 8월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한다. 조너스 보튼 역에는 박건형, 최영준, 강승호가, 존 조우 역에는 고상호, 김한결, 이현우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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