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백스톱·통화스와프로 충격 대비

정부가 외국인의 원화 자산 투자와 무역 결제를 늘리기 위해 거래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야간 유동성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등 '원화 국제화' 정책을 추진한다. 거래·결제 절차를 국제 기준에 맞게 개선해 외국인의 국내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위기 시 정부와 한국은행이 원화를 공급하는 안전망도 마련한다.


정부는 19일 원화를 해외에서 자유롭게 거래 가능한 통화로 전환하기 위해 이런 내용이 담긴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원화 거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원화를 사용하는 사람과 기업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외국인이 원화를 더 편하게 쓰도록 만들어 국내 주식과 국채 투자, 무역 결제에서 자연스럽게 원화 수요를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은 달러 기준으로 3만3천745달러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오만원권 지폐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한국은행은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은 달러 기준으로 3만3천745달러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오만원권 지폐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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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문턱 낮추고 원화 활용 확대

정부는 우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남은 과제를 마무리한다. 예탁결제원 시스템을 국제 표준 거래·결제 시스템(CTM·ALERT)과 연계해 거래부터 결제까지 자동화하고, 투자자 등록 절차도 간소화한다. 코스피 상장사의 영문공시도 전면 확대한다. 쉽게 말해 현재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구입할 때 이메일이나 수기 입력 등 번거로운 절차가 일부 남아 있지만, 앞으로는 미국 등 선진국 시장처럼 거래 정보가 자동으로 전달돼 투자 편의성이 크게 높아지는 것이다.

원화 자산 활용도도 높인다. 국제예탁결제기구(ICSD) 안에서 외국인끼리 국채를 빌려주는 대차거래를 허용하고, 외국인이 보유한 원화를 단기 금융상품에도 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이는 외국인이 한국 국채를 단순히 사서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담보나 단기 자금조달에도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국채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 매력도도 함께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역 분야에서는 원화 결제 기업에 정책금융 금리 우대와 무역보험 한도 확대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정부 지원사업 선정 때도 원화 결제 실적을 우대한다. 또 주요 교역국과 현지통화 직거래를 확대하고 국가 간 QR결제와 국제 소액결제망 참여도 추진한다. 지금처럼 수출입 기업이 달러를 거쳐 환전하는 대신 처음부터 원화로 거래하도록 유도해 환전 비용과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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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유동성 공급…위기 대응 안전망 구축

원활한 원화 거래를 위해 유동성 공급 장치도 마련한다. 정부는 외국 금융기관이 야간에도 필요한 원화를 외국환은행에서 일시 차입(오버드래프트) 방식으로 제한 없이 조달할 수 있도록 하고, 민간 공급만으로 부족할 경우 정부와 한국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공공 백스톱'도 검토하기로 했다. 외국 금융기관이 밤사이 원화가 부족해 결제가 막히는 일이 없도록 민간이 먼저 돈을 빌려주고,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최후의 안전판 역할을 하겠다 게 핵심이다.


정부는 원화 국제화가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대비책을 마련했다. 외환시장 안정 여력을 확충하고 양자·다자 통화스와프를 확대하는 한편, 야간 모니터링 데스크를 통해 환율 급변과 거래량 등을 실시간 점검한다. 역외 원화시장 유동성 지표를 새로 만들고 스트레스 테스트에도 반영하는 등 외환건전성 관리체계도 전면 개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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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부는 24시간 거래 자체가 환율 불안을 키우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역외 NDF(차액결제선물환) 시장이 24시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어 새벽 시간에도 충분한 유동성이 존재한다는 판단이다. 다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전 세계 금융기관이 원화를 팔고 달러를 확보하려는 '달러 스퀴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가장 큰 리스크로 꼽았다. 이형렬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철저히 대비하더라도 개방을 통해 얻는 실익이 훨씬 크다는 계산"이라며 "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 공공 백스톱과 통화스와프 확대, 외환시장 모니터링 강화 등을 통해 충격을 흡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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