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국민 70% "여왕 찬성" 외면
'36촌 아들' 찾아 왕위 잇기로
1949년 이후 첫 황실전범 본칙 개정
논의 없이 "남자 왕족이 계승" 지켜

일본에서 여성 왕족의 왕위 승계 논의를 건너뛰고 '36촌' 아들에 왕위 승계 자격을 주도록 '황실 전범'을 개정했다.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인 아이코 공주가 2021년 12월 5일 성인식 행사에서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인 아이코 공주가 2021년 12월 5일 성인식 행사에서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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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회 참의원(상원)은 17일 본회의를 열고 왕족 수 확보를 위한 '황실전범' 개정안을 최종 가결했다. 황실전범 개정안에는 일본 왕실에 양자로 들어온 옛 왕족의 남계 남성의 경우는 왕위 계승 자격을 갖지 못하지만, 그 양자에게 남자아이가 태어날 경우 왕위 계승 자격을 갖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이번 황실전범 개정안 통과에 따라 일본은 왕족 감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옛 왕가의 남성을 양자로 들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 일본 황실전범이 부칙이 아닌 본칙이 개정된 것은 1949년 이후 처음이다.

개정 법안을 적용받는 옛 왕실 구성원은 '구 궁가(舊宮家)'라고 불리는 11개 가문이다. 조상이 왕적에서 빠진 뒤 일반인으로 살아가던 인물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나올 수 있는 셈이다. 일본 왕실의 양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옛 왕족의 남계 남성은 현 나루히토 일왕과 약 600년 전의 조상을 공유하는 36~38촌 관계다. 새로운 황실전범 규정에 맞는 대상은 6명 정도로 알려졌다.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 아이코 공주는 남계 남성만 인정하는 황실전범 규정상 왕위를 이을 수 없게 됐다.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언론은 현 일왕의 딸인 아이코 공주가 일본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정치권이 남계 남성 승계 원칙만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이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여성 일왕을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70%를 넘는 등 "영국도 여왕 즉위가 빈번한 가운데 일본만 이를 금지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나루히토 일왕도 최근 공개 석상에서 "국민의 이해를 얻는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일왕 승계에 관한 정치권 움직임에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2024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도 왕위 계승권을 남성에게만 인정하는 일본 황실전범이 여성차별철폐조약 이념과 양립하기 어렵다며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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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일본 정치권은 이에 관한 논의 없이 법안 통과를 강행하면서 거센 비판을 받게 됐다. 보수 진영은 "2600년간 이어져 온 남계(男系) 계승 전통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법안의 당위성을 강조했고, 진보 진영은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여성 일왕 논의는 외면한 채 사실상 일반인으로 살아온 옛 왕족 후손을 무리하게 왕실로 불러들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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