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남부 유전 2곳의 개발 MOU
최종 계약까지 '갈 길 멀어'

미국 정유기업 셰브론이 이라크 남부 유전 개발에 참여하고, 시리아를 거쳐 지중해로 원유를 수출하는 송유관 건설을 검토한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무기화하면서 수출길이 막힌 이라크가 미국 기업과 손잡고 대체 수송로 확보에 나섰다.


호르무즈 대신 시리아로…셰브론 이라크 원유 수출 우회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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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셰브론은 오는 17일 이라크 정부와 서쿠르나2와 나시리야 등 남부 유전 2곳의 개발 참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셰브론은 이와 함께 이라크 원유를 시리아의 지중해 연안 항구로 운송하는 송유관 사업의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을 조사한다.

핵심 방안은 이라크 남부 유전지대에서 북부 키르쿠크를 거쳐 시리아 서부 바니야스항까지 연결되는 송유관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파손된 키르쿠크∼바니야스 송유관을 복구하거나 기존 시설 일부를 활용해 새 노선을 건설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남부 바스라에서 출발하는 송유관을 키르쿠크 남쪽 하디타에서 나눠 시리아와 튀르키예, 요르단 방향으로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셰브론 측은 추가 기술조사를 거쳐 기존 시설을 개보수할지 새로운 송유관을 건설할지 판단할 방침이다. 셰브론 고위 관계자는 WSJ에 관련 논의가 최종 계약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사업 컨소시엄에는 셰브론 외에 로스앤젤레스 소재 투자회사 TI캐피털과 시리아·카타르계 억만장자인 알카야트 형제 소유 기업이 참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톰 배럭 주튀르키예 미국대사 겸 시리아·이라크 특사가 이라크 정부와 기업 간 협의를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라크 정부는 이달 국영 바스라석유회사에 미국 엔지니어링기업 KBR과 원유 수출용 송유관 노선을 검토하도록 승인했다. 미국 정부도 이라크와 시리아가 키르쿠크∼바니야스 송유관을 복구하는 방안을 지원하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통항 불안정

호르무즈 대신 시리아로…셰브론 이라크 원유 수출 우회로 검토 원본보기 아이콘

이라크가 대체 수출로 확보를 서두르는 것은 이란과 미국 간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전 세계 원유의 약 20%가 통과하던 핵심 수송로다. 이라크 남부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도 대부분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수출된다.


하지만 이란이 해협 폐쇄를 선언하고 상선을 공격하면서 이라크의 원유 수출과 생산은 급감했다. FT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이라크가 원유 생산량을 절반 이상 감축하면서 정부 재정에도 위기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다른 걸프 산유국들도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송유관과 저장시설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셰브론은 이와 별도로 이라크 최대 유전 가운데 하나인 서쿠르나2 운영권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이 유전은 하루 약 46만배럴을 생산할 수 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루코일이 운영해왔지만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로 정상적인 사업 수행이 어려워지자 이라크 정부가 운영권을 회수했다. 셰브론은 지난 2월부터 이라크 국영 바스라석유회사와 독점 협상을 진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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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사업이 실제 건설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의 기존 송유관 시설 상당 부분이 전쟁으로 파괴됐고, 무장세력의 공격이 반복돼온 지역을 통과해야 해 시설 안전을 보장하기도 어렵다. 미국 에너지기업들이 최근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여러 건의 비구속적 합의를 체결했지만 실제 투자 계약으로 이어진 사례는 아직 제한적이다.


뉴욕(미국)=황윤주 특파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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