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금 높였다" 삼전닉스 레버리지 보완책, 실효성은?(종합)
기본예탁금 '현금 3000만원'으로 상향
신규 상장도 잠정 중단…사전교육도 늘려
업계·전문가 "단기과열 해소 효과 기대"
"쏠림 해소 어렵다, 업계에 떠넘겨" 지적도
"1차 대책으론 적절하다. 당장 급한 불은 꺼질 것이다."
"상품 규제만으론 시장 쏠림을 해소하기 어렵다."
정부가 국내 증시 변동성의 주범으로 지목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관련해 기본예탁금을 현금 3000만원으로 상향하고 20주 단위로만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보완책을 공개하자, 시장의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당장 단기 과열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반면에, 사실상 쓸 수 있는 카드를 다 썼음에도 실효성은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불과 출시 한 달 반 만에 보완책을 내놓게 된 현 상황 자체가 상품 인가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란 책임론도 뒤따른다.
보완책 살펴보니…신규상장 잠정 중단하고 예탁금 상향
16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ETF·ETN) 보완방안'은 ▲즉각적인 신규상장 잠정 중단 및 광고 금지 ▲기본예탁금 현금 3000만원으로 상향 ▲매매수량 단위 20주로 확대 ▲괴리율 관리 의무기준 강화 ▲사전교육 3시간으로 확대 등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오는 8월 초부터 삼전닉스와 같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매매하기 위해서는 계좌에 현금 3000만원 이상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은 기본예탁금 1000만원 산정 시 70%는 보유 주식, 채권 등의 시가도 인정해왔지만, 앞으로는 현금만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도 이러한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변제호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투자자들은 기존 투자 여부와 상관없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신규투자 또는 추가 매수 시마다 기본예탁금을 3000만원 이상 현금으로 유지해야 한다"며 "거래 후 일정기간이 지나더라도 기본예탁금을 완화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11월부터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매매수량 단위도 개선한다. 앞으로 1주씩 매매할 수 없고 20주씩만 사고팔 수 있게 돼 거래량이 현재보다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통상적인 레버리지 상품의 발행가격인 1만~2만원과 유사하게 발행·유통돼, 삼성전자·SK하이닉스 기초자산보다 낮은 가격으로 투자가 가능했다.
향후 매매수량 단위 20주에 못 미치는 단주 처리를 위한 세부사항도 마련될 예정이다. 변 국장은 "기존에 5주 갖고 있는 투자자들이 (단위 개선 후) 팔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전산상 MTS에서 5주 주문이 안 들어가기에, 증권사에서 모아서 시가에 준하는 가격으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별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투자자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실제 자산가치보다 비싸게 사서, 싸게 팔지 않도록 괴리율도 관리한다. 구체적으로 오는 8월부터 증권사(LP)의 괴리율 관리의무 기준(국내)을 현행 3%에서 2%로 강화하고, 고의 위반 시 페널티도 부여한다. 적정괴리율을 위반한 ETF의 운용사는 신규 ETF 상장 제한을 검토하고, 투자유의종목 지정절차도 기존 3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한다. 이밖에 시장이 안정화되기 전까지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이미 거래 중인 상품의 마케팅을 금지하는 내용, 상품 투자 전 이수해야 하는 교육시간을 기존 2시간에서 3시간으로 확대하는 내용 등도 이번 보완책에 포함됐다.
출시 한달반만에 보완책…업계 평가 들어보니
이날 공개된 보완책은 최근 증시 급등락 과정에서 레버리지 ETF 상품이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켜 사실상 국내 증시를 '베팅판'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데 따른 조치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종의 시가총액은 지난 5월27일 4조4000억원 규모에서 불과 한 달 만에 15조원대를 돌파했다가 최근 조정을 거친 이후에도 전날 기준 11조9000억원대를 기록했다. 특히 급락 시 더 팔고 오르면 더 사는 '숏감마 구조'가 변동성을 심화시키면서 레버리지 출시 후 코스피 사이드카는 19번, 서킷브레이커는 5번 발동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금융당국 업무보고에서 "(레버리지) ETF 때문에 시끄럽지 않으냐. 보완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도록 하라"고 언급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종목의 일간 수익률을 기준으로 변동폭을 ±2배로 추종하는 투기성 상품이다.
시장에서는 예탁금 상향, 교육시간 확대 등 금융당국이 동원할 수 있는 카드는 사실상 다 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 제기돼 온 레버리지 배수 조정(2배→1.5배)의 경우,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 데다 수익자 총회를 거쳐야만 해 현실화하기 어려운 방안으로 평가돼왔다. 상승장에서 수익률이 제한되는 탓에 투자자 반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준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 불을 꺼야만 하는 1차 대책으로 적당하다"며 "예탁금 상향 등으로 새롭게 시장 진입하는 투자자들에겐 제한을 둘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투자자 보호 쪽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춘 것 같다"면서 "시장 안정화를 위해선 괴리율을 더 확대해줬어야 했다. 시장 변동성 측면에선 약간 역행한다"고도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운용업계 관계자 A씨는 "급격한 시장 확대와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데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특히 기본예탁금 3000만원 상향과 광고·마케팅 금지, LP 괴리율 관리 강화 등은 단기 과열을 진정시키고 투자자 위험 인지도를 높이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확인된다. 현 대책 수준에선 특정종목으로의 자금 쏠림을 막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A씨는 "근본적인 시장 왜곡의 원인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특정 종목으로의 과도한 자금 쏠림 구조와 국내 파생시장의 유동성 한계"라며 "상품에 대한 규제만으로 시장 전체의 구조적 쏠림을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기본예치금 3000만원은 그간 시장에서 언급돼온 5000만원보다 적은 수준이기도 하다. 운용업계 관계자 B씨는 "시장 반응을 지켜봐야 한다. 운용사의 관리 책임 범위에 대해서는 시장의 다양한 의견이 있을 것"이라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레버리지 상품을 출시하며 업계에 책임을 떠넘긴 격이라는 비판도 잇따른다. 상품 설계는 물론, 투자자 보호까지 전반적으로 고려하지 못했다는 책임론 역시 불가피하다. 레버리지 상품 출시 과정에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언론 인터뷰가 먼저 나왔던 점 등으로 인해 금융당국의 정책 결정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변 국장은 "레버리지 ETF 도입과 관련한 의사결정권과 책임은 금융위에 있다. 금융위 의결까지 거쳤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상장폐지 주장도 계속 나온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상장폐지를 대원칙으로 한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며 국민 다수에게 해악을 끼치고 재산을 축내는 나쁜 상품이기 때문에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빨리 폐지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해 변 국장은 "그만큼 강력한 대책을 통해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며 "레버리지 상품은 과열 기미가 문제이기에, 상장폐지 요건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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