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면병합으로 주가 올려도 기업가치는 그대로
상장폐지 피하려던 기업들, 평균 31% 주가 하락 '역풍'

'동전주' 탈출하려 액면병합 했는데…더 추락한 기업들 [주末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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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강화된 상장폐지 제도가 시행되면서 국내 증시에 액면병합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은 액면병합 이후에도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고, 일부는 다시 '동전주'로 회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형적인 주가만 높이는 방식으로는 기업가치를 지키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지난 1일부터 상장폐지 제도를 대폭 강화했다. 시가총액 기준을 앞당겨 상향했고, 주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를 새로운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했다. 여기에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과 공시 위반 기준도 강화하면서 부실기업 퇴출의 문턱을 크게 낮췄다.

이번 제도 개편의 핵심은 '다산다사' 시장으로의 전환이다. 혁신기업의 상장은 활성화하되 부실기업은 신속하게 퇴출해 자본시장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국내 자본시장은 상장은 많고 상장폐지는 적은 구조로 부실기업이 누적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액면병합이다. 액면병합은 발행주식 수를 줄이는 대신 주당 가격을 높이는 방식으로, 기업가치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동전주 기준을 벗어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실제 상장폐지 개혁방안이 발표된 지난 2월 12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액면병합 추진 건수는 유가증권시장 54건, 코스닥시장 202건으로 모두 256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치다.


엄 연구원은 "자본, 시가총액, 주가와 관련된 상장폐지 요건은 기업이 일시적으로 방어하거나 회피할 수 있다"며 "특히 동전주 요건은 액면병합이라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회피가 가능해 올해 액면병합 건수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액면병합이 기업을 살려내는 '만능열쇠'는 아니었다. 액면병합을 마친 156개 기업 가운데 130개사(83.3%)는 병합 신주 상장 이후 주가가 하락했다. 평균 하락률은 31.2%에 달했다. 특히 18개 종목은 다시 주가가 1000원 아래로 떨어져 동전주가 됐으며, 이 가운데 14개 종목은 상장 당시에는 1000원을 웃돌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기업은 상장 당시보다 주가가 4분의 1 이하로 급락하기도 했다.


이는 액면병합이 숫자만 바꿀 뿐 기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개선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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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연구원은 "액면분할은 주가가 많이 오른 기업이 거래 활성화를 위해 실시하는 경우가 많아 호재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액면병합은 상장폐지 회피 목적이 많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합법적인 수단을 활용해 시장에 남으려는 노력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재무건전성 개선이나 매출 확대, 수익성 제고, 신사업 발굴 등 본질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없는 액면병합은 오래 버티기 힘든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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