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보고서 "국정원이 회수 과정 관여"
국가정보원 "자료 요청 외 지시 없었다"
정치권·시민단체 '반박보고서' 맞대응

이달초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공개한 이른바 '쿠팡 차별 보고서'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쿠팡이 미 의회에 제출한 자료와 해럴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된 보고서는 지난해 연말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정부의 전방위 조사를 미국 기업에 대한 대표적인 차별 사례로 지목하면서 한미 관계의 악재로 부상했다.


정부는 이 보고서가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라며 유감을 표명했고,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각각 보고서의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자료집과 '쿠팡 불법 보고서'로 맞대응에 나섰다. 특히 한미 양국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장비 회수 과정에서 국가정보원 관여 의혹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펴면서 간극을 좁히지 못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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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국정원이 먼저 연락…사이버테러 협조 요청"


쿠팡의 주장을 토대로 담긴 보고서의 내용은 구체적이다.


26일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의 중간 조사보고서 '경쟁에 닫힌 시장: 한국의 미국계 기업 차별적 공격' 보고서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해 12월 1일 오후 2시께 쿠팡에 처음 연락했다. 지난해 11월18일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을 신고하고 열흘 뒤 3000만건이 넘는 고객 정보가 무단 조회된 사실이 알려지며 박대준 당시 쿠팡 대표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정부부처가 합동회의를 개최한 다음날이다.

당시 국정원 측은 쿠팡 서울 사무실에서 회의를 갖자고 요청했고, 약 2시간 뒤 국장급 관계자 2명이 쿠팡 사무실을 찾아 회의 내용을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모두 비밀로 유지해 달라"면서 중국에 있는 전직 개발자가 보관한 장비를 회수하기 위해 '국가정보원법'에 따라 "협조 의무가 있다"고 했다고 보고서는 적었다.


쿠팡은 그날 저녁 법적 근거를 적은 공식 문서를 보내 달라고 요청했고, 국정원은 다음 날 쿠팡 대표이사 앞으로 '사이버 안보 위협 확인 및 조사를 위한 업무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국가정보원법 제4조와 제5조 등이 근거로 적시됐고, 사이버 안보 위협 원인 분석과 대응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쿠팡은 이후 국내 대형 법무법인 두 곳에 법률 검토를 의뢰했고, 두 곳 모두 국가정보원법상 협조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국정원은 이에 대해 "외국인에 의한 대규모 정보 유출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보고 정보 수집과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업무 협의를 진행했을 뿐"이라며 "사고 조사와 관련해 어떤 지시·명령이나 강요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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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출장부터 장비 회수까지 '진실게임'


보고서는 장비 회수 기간인 12월1일부터 26일까지 국정원과 쿠팡 사이에 230차례 넘는 전화 통화와 여러 차례 대면 회의가 있었다고 적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이 전직 개발자에게 보낼 이메일의 내용과 어조, 장비 회수 방식 등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와 조언을 했다고도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부문은 쿠팡 전 개발자로부터 해킹 관련 정보를 회수하는 과정이다. 쿠팡 전 개발자는 12월15일 노트북을 제외한 하드디스크 4개와 데스크톱 컴퓨터, 그래픽카드를 쿠팡이 선임한 상하이 현지 법률사무소에 가져왔고, 쿠팡은 다음 날 국정원에 장비 확보 사실을 알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정원은 "외국 정보기관인 만큼 중국에서 직접 활동할 수 없어 쿠팡 직원이 현지로 가 장비를 인수해야 한다"고 했고, 쿠팡이 직원 안전과 중국 현지 활동의 법적 위험을 우려하자 국정원은 안전 지원 인력을 인근에 두겠다고 했다는 것. 또 국정원은 "장비 회수 작업이 끝날 때까지는 경찰에 알리지 않는 편이 좋다"는 취지로 말했고 보고서는 적시했다.


특히 쿠팡 직원은 12월17일 상하이 현지 법률사무소에서 장비와 전직 개발자의 진술서를 넘겨받은 뒤, 국정원이 이후 폐쇄회로(CC)TV가 없는 장소로 이동하도록 했고, 쿠팡 직원은 그곳에서 국정원 관계자에게 장비와 진술서를 전달했다고 적었다. 국정원 관계자는 장비를 전달받은 뒤 상하이 주재 한국 공관으로 이동했다는 것이 쿠팡과 보고서 측 주장이다.


다음 날 국정원은 전직 개발자의 지문이 찍힌 진술서를 다시 받아오도록 했고, 강에 버린 노트북도 잠수부를 동원해 회수하도록 요청해 쿠팡은 노트북을 회수한 뒤 지문이 찍힌 진술서와 함께 국정원 관계자에게 전달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장비와 자료는 다음 날 외교행낭을 통해 국내로 반입됐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중국 출장과 장비 회수, 인계 방식, 지문 확보와 노트북 회수 요구 등 보고서에 적시된 내용을 모두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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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관 안보 특성상 문건으로 국정원 관여 여부 확정 못해"

이같은 미 하원 보고서에 대한 반박도 잇따라 나왔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하원법사위 쿠팡보고서 반박 자료집'에서 "정보기관·안보 사안 특성상 기업 측 문건만으로는 국정원 관여 여부, 지시 체계, 법적 의무 범위를 확정할 수 없으며, 전체 사실관계를 재구성하는 데 본질적 한계가 있다"면서 "쿠팡보고서는 이를 이미 입증된 사실처럼 단정해 한국 정부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서사로 사용하고 있어, 객관적 분석이라기보다 쿠팡 주장에 기댄 정치적 메시지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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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최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비롯해 과로사 산재 은폐, 수사외압 의혹 등 쿠팡 10가지 불법행위를 정리한 '한국 노동자·소비자·중소상인에 대한 미국기업 쿠팡의 무차별적 공격(쿠팡 불법 보고서)'를 작성해 미국 하원 법사위에 전달했다. 보고서는 "쿠팡의 다발적 불법행위가 한국 정부기관들의 수사를 받게 된 배경이며, 쿠팡이 이에 대해 '부당한 표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관계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심각한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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