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내년 반도체 확보 전쟁 '아비규환'…칩 가격은 낮춰야 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현재의 반도체 가격을 '비정상적'이라고 진단하며 메모리 업체의 마진을 낮춰서라도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올해보다 내년에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훨씬 더 벌어질 수밖에 없고 아비규환 수준"이라며 "고객 기업뿐 아니라 각국 정부에서도 경제안보를 위해 메모리 반도체를 확보해야 한다는 로비와 압력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 칩을 제대로 구해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기업 이익을 좌우하는 문제가 됐다"며 "수급 격차를 소화하려면 증설 속도를 높이는 것뿐 아니라 투자 규모도 커야 한다. 그래서 지을 수 있는 모든 곳에 지어보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마진 떨어지더라도 공급 늘려야"
"내년 AI반도체 수요 올해 두 배 증가"
성과급 논란 "이렇게 돈 벌 줄 몰랐을 것"
韓 제조업 계속 위기 "우리만의 산업 없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현재의 반도체 가격을 '비정상적'이라고 진단하며 메모리 업체의 마진을 낮춰서라도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발 수요 급증으로 반도체 가격이 계속 오를 경우 PC·스마트폰 등 전방 산업의 제품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칩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내년 AI용 반도체 수요는 최대 두 배가량 늘어날 것이라며 각 국가와 기업이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해 '아비규환'에 빠져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SK하이닉스발' 성과급 제도 논란에 대해선 "누구도 돈을 이렇게 벌 줄 아무도 몰랐겠다. 그러다 보니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제도 개선까지 추진하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최 회장은 15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9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가격은 떨어져야 한다"며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지금 가격은 비정상"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공급을 늘리면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선 "마진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마진율을 낮춰 공급을 늘리고 시장을 보호하면서 시장을 같이 키워나가야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이 유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속 반도체 가격을 올리고 공장을 짓지 않을 경우 시장이 줄어들고, 새로운 참여자가 들어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기서 반도체 가격을 더 올리면 우리가 공격의 대상이 된다"며 "우리가 전부 쓸어 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최대한 빨리 생산해 현재의 수요를 어느 정도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내년 AI 반도체 수요 최대 두 배 증가"
반도체 생산시설의 대규모 증설에도 수요 증가 속도가 공급 확대를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최 회장은 내년 AI용 반도체 수요가 올해보다 최소 60%에서 최대 100%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전체 반도체 수요에서 AI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AI용 수요가 두 배로 늘면 전체 반도체 수요도 최소 50~60%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내년 추가되는 신규 공급은 사실상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올해보다 내년에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훨씬 더 벌어질 수밖에 없고 아비규환 수준"이라며 "고객 기업뿐 아니라 각국 정부에서도 경제안보를 위해 메모리 반도체를 확보해야 한다는 로비와 압력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 칩을 제대로 구해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기업 이익을 좌우하는 문제가 됐다"며 "수급 격차를 소화하려면 증설 속도를 높이는 것뿐 아니라 투자 규모도 커야 한다. 그래서 지을 수 있는 모든 곳에 지어보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SK그룹은 이에 따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일정을 기존 계획인 2045년보다 12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전력과 용수 등 기반시설 확보와 건설 인력 투입, 중대재해 예방 등을 고려하면 일정 단축이 쉽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은 "모든 인력과 역량을 투입해도 과연 해낼 수 있느냐는 문제"라며 "용인도 용수와 전기가 완벽하게 갖춰진 것이 아니고, 서두르다가 재해를 일으킬 수도 없어 예상보다 빨리 가지 못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훨씬 더 위험해진다"고 말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등 해외 생산기지 투자도 불가피하다고 봤다. 그는 "전 세계에서 공장을 지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모두 찾아야 한다"며 "어디가 가장 빠르고 크게 지을 수 있는지를 놓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생명줄과 비슷한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전 세계가 데이터센터 증설에 몰두하는 가운데 한국은 전력 부족 국가는 아니라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한국의 발전 생산능력(캐파)이 150GW 정도"라며 "50GW의 여유는 아직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피크타임 전력 수요가 100GW를 넘은 적이 없어, 모든 발전 설비가 100% 가동될 경우 이론적으로 전력 생산능력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다만 변전소와 송전망 등 전력을 실제 수요처까지 공급하는 과정에서 여러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가 매년 지어져야 하는 총량을 계산하면 어마어마한 전기가 필요하지만 솔직히 전기가 없다"며 "기저 발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성과급 논란엔 "이렇게까지 돈 벌 줄 몰랐겠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지급 이후 성과급 분배 논란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한 데 대해선 회사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접어들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 이전에 합의한 제도이며, 이 정도의 사회적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SK하이닉스 노사와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를 나름대로 해결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성과급 제도를 만든 담당 임원이 해고됐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 회장은 구성원뿐 아니라 주주와 협력사 등 이해관계자의 행복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SK 경영철학(SKMS)에 SK는 회사를 하는 목적 중에 '구성원의 행복을 위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스테이크홀더(이해관계자)가 같이 행복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어 있다"며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깨면서 구성원만 행복해지면 안 된다는 게 회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과급이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침해하고 지속 가능한 행복을 떨어뜨리는 문제라면 우리가 손을 대고 바꿔야 하는 상황에 들어와 있다"며 "반대로 제도가 가져오는 긍정적인 영향도 분명히 있는 만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 52시간제 "무차별적 적용 안 돼…자유의지 존중해야"
정부가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검토를 포함한 '메가특구 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선 산업과 기업의 특성을 고려한 탄력적인 제도 적용이 필요하다며 규제 예외에 찬성하는 입장을 내놨다. 최 회장은 "제도를 일률적으로 모든 산업과 기업, 사회에 적용하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도 존재한다"며 "무차별적으로 꽉 막고 무조건 52시간을 지키라고 접근하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예외를 과도하게 인정하면 제도 자체가 무력화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 회장은 특히 "사람들의 자유의지를 조금 더 존중했으면 좋겠다"며 "사업주는 52시간을 지켜야 하지만 어떤 사람이 자신의 성취나 사정 때문에 더 일하겠다고 하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근로자를 보호해야 하는 차원과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두 가지는 양립할 수 있다"며 "법을 만들 때 사람들이 사회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상속세와 같은 제도도 언급하며 "우리는 과거의 고성장 시대에 살았던 제도를 아직도 똑같이 갖고 있다"며 "제도를 성장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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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한국 제조업 현실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위기"라며 "대한민국만 만들어낼 수 있는 무언가를 하나도 찾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와 관련한 정부 계획이 빠르게 진행되고, 기업들이 이를 적용해 실제 생산성이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누가 먼저 AI를 잘 이용해서 생산성을 올리고 더 값싸고 괜찮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경쟁을 하느냐의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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