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단체협의회 성명
생할밀착품목 시장 내 담합 반복
과징금 부과에도 실질적 피해자인 소비자 외면
담합시 소비자 피해 규모 산정·공표
직접적인 피해구제 이뤄져야
공정거래위원회가 설탕과 밀가루, 전분과 전분당 제조사들의 담합 행위에 대해 수천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한 가운데, 이 같은 조치가 실제 피해를 본 소비자의 권익을 회복하는 데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소비자단체의 주장이 나왔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공정위가 담합으로 인한 관련 매출액이나 과징금 규모는 공개하면서도 기업이 취득한 부당한 이익이나 소비자의 경제적 피해 규모는 산정·공표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3월 발표한 '과징금부과 세부 기준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통해 담합을 한 경우 중대성이 약한 위반의 하한을 기존 0.5%에서 10.0%로 상향했다. 매우 중대한 담합은 하한이 18.0%로 설정돼 적발 시 법상 상한인 20.0%에 가까운 과징금을 내야 한다.
다만 협의회는 설탕과 밀가루 제조업체들이 20년 전에도 담합으로 제재를 받았음에도 올해 다시 같은 사안으로 적발된 사례를 거론하면서 "과징금과 형사처벌만으로 담합을 실질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현재의 과징금이 담합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을 상회하는 수준인지, 담합 억지력이 있을 만큼 실효성이 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올해 설탕 제조사 3곳과 밀가루 제조사 7곳, 전분·전분당 제조사 4곳의 과거 담합 행위에 대해 각각 4083억원과 6710억원, 7476억원의 과징금 제재를 잇달아 내렸다.
이에 대해 협의회 측은 "해당 담합의 가장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피해자는 소비자라고 볼 수 있다"며 설탕과 밀가루 등의 주요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거나 안정세를 보인 뒤에도 관련 제품의 소비자 가격이 이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인상된 점을 지적했다. 협의회가 한국무역협회 자료 등을 토대로 자체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 기준 밀가루 원료인 밀(소맥) 가격은 2022년 1분기보다 15.2% 감소했으나 해당 기간 밀가루 가격은 20.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설탕 원재료인 원당 가격이 7.8% 오른 반면, 설탕 가격은 37%나 급등했다.
협의회는 "정부가 할당관세 확대, 관세 인하 등 기업의 원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했는데, 이는 물가와 소비자가격 안정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업체들의 담합으로 이 같은 정책 효과가 물가 안정으로 충분히 이어졌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미국과 유럽 등은 경쟁법 위반 시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면서 "우리나라는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지만 소비자가 담합으로 인한 피해를 직접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크고, 집단적 피해구제 제도도 제한적이어서 실제 소비자 배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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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회 측은 "행정제재를 강화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담합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규모와 사회적 비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피해구제기금이나 집단소송제를 마련하는 등 소비자가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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