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도 20%는 과하다고 비판
통행세 발언 앞으로도 반복 우려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 1척당 적재한 화물 가치의 20%를 통행세로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하루만에 철회했다. 다행히 통행세 부과 계획이 취소됐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제사회와 미국 정계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언제든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세를 신설하거나 유사한 조치를 다시 꺼내 들 수 있다는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美 이란공습 재개…트럼프 상선보호 명목 통행세 압박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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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이란에 대한 공습 재개를 공식 발표한 데 이어, 13일에는 미군을 동원한 이란 해안 봉쇄 재개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바로 당일,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상선들을 직접 보호해 줄 테니 그 대가로 화물 가치의 20%를 미국에 관세 형태로 납부하라는 전례 없는 주장을 펼쳤다. 이 20%라는 통행세율은 기존에 이란이 요구했던 수수료 수준과 비교할 때 무려 15배나 높은 상상 초월의 액수다. 앞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을 대상으로 적재한 원유 1배럴당 1달러 수준의 수수료를 받겠다고 제안한 바 있는데, 이를 화물 가치 비율로 환산하면 약 1.3% 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터무니없는 요구에 당사국인 이란 정부마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란 외무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비꼬며 "상선을 보호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는 원칙 자체는 맞는 말이지만, 20%라는 요율은 우리가 생각해도 너무 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란은 자신들이 미국보다 훨씬 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수수료를 받겠다며 역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이처럼 파격적인 통행세 제안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연맹 국가들의 긴급한 움직임으로 하루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아랍 국가들은 미국이 통행세를 부과해 거둘 수 있는 관세 수입만큼 자신들이 대미 투자를 직접 늘리겠다고 제안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20% 관세 부과는 즉각 철회되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결과적으로 이번 소동을 통해 중동 국가들로부터 막대한 투자 약속을 받아내는 일종의 '재미'를 보았다는 점이 문제로 남는다. 이 때문에 향후 중동 정세에 따라 언제든 미국이 통행세 카드를 재차 꺼내 들며 압박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중동 국가들이 이처럼 다급하게 대미 투자 카드를 꺼내며 전전긍긍했던 이유는 통행세 20%가 초래할 경제적 파멸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보통 원유 200만 배럴가량을 실은 대형 유조선 1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려면 미국 정부에 관세로만 한화 약 45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상선 1척당 450억 원에 달하는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면, 전 세계 어느 국가와 기업도 막대한 비용 부담을 안아가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중동 석유를 사 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다수 국가가 중동 석유 수입을 전면 중단하고 미국이나 러시아, 혹은 유럽 북해산 원유 등으로 대체하게 되며, 이는 중동 경제 전체를 순식간에 파탄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치명적인 시나리오다. 아랍 동맹국들이 급거 트럼프 대통령에게 철회를 간청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 여기에 있다.

전쟁자금 부족 우려 커진 미군…트럼프 통행세 압박 배경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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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막대한 국제적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굳이 '화물 가치 20% 통행세'라는 자극적인 주장을 펼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란과의 교전이 재개된 현재 상황 속에서 미국 의회가 보여주고 있는 심상치 않은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한다.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전쟁을 즉각 중단하라는 강한 요구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이란과의 전쟁에 대한 여론이 지극히 냉랭하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경우,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100% 참패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공화당 의원들마저 행정부의 전쟁 예산 편성을 강력히 반대하고 나서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순식간에 전란을 지속할 자금줄이 끊길 위기에 직면했다.


더욱이 이번 이란 전쟁을 두고 유럽을 포함한 서방 동맹국들은 완전히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이 훨씬 더 급박한 과제이기 때문에 중동 분쟁에 재정적·군사적 원조를 보탤 여력이 전혀 없다. 결국 이번 전쟁은 온전히 미국 자체 예산만으로 감당해야 하는 외로운 싸움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동맹국들을 상대로 지속적인 재정 원조를 요청해 왔으나 이들 역시 거리를 두려 하고 있다. 아랍 국가들의 입장에서는 이번 분쟁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이기 때문에 자칫 동맹국이라는 이유로 전폭적인 원조를 제공하기가 매우 껄끄럽다.


아랍 국가 내부의 강력한 성직자 그룹과 일반 대중 사이에서는 반이스라엘 감정이 극도로 팽배해 있으며,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슬람 형제국인 이란을 도와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야 한다는 여론까지 형성되어 있다. 결국 이러한 대내외적 제약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국가들로부터 대규모 경제적 지원이나 투자를 강제로 이끌어내기 위해, 통행세 20%라는 극단적인 쇼맨십과 퍼포먼스를 기획해 압박 카드로 활용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美-이란 교전 격화될까…협상 주도권 장악 놓고 장기 분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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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대대적인 공습을 가했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이란과의 협상을 선언하며 공격을 멈추는 행보를 반복해 왔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일관성 없는 갈지자 행보가 재현될 것이라는 의구심이 무성하다.


미국 안팎에서는 이번 공습을 넘어 미 지상군이 직접 호르무즈 해협의 특정 요충지에 투입되어 교전을 벌이거나 이란의 주요 도시 및 영토를 점령하는 전면적인 지상전으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그러나 군사·외교 전문가들은 지상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미국과 이란 양측이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두고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가는 본질적인 이유는 향후 전개될 외교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싸움에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란의 최고지도자 고문단과 군부 내부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밀리는 순간 미국과의 모든 후속 협상에서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해협을 꽉 쥐고 있어야만 미국이 최소한 자신들과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을 것이며, 만약 통제권을 상실한다면 미국이 이란과 협상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해 더욱 공세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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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미국은 전 세계를 향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개방과 통행을 미국이 책임지고 보장하겠다고 호언장담해 놓은 상태다. 만약 이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초강대국인 미국이 상대적으로 약소국인 이란을 상대로 호르무즈 해협 하나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수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개인뿐만 아니라 미국 내각과 의회 전체가 크게 우려하는 대목이다. 미국 정계 역시 이란이 큰소리를 칠 수 있는 유일한 원천이 호르무즈 해협이며, 이를 완벽히 제압하지 못하면 미국의 국제적 신인도가 추락하는 것은 물론 이란과의 후속 협상에서도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결과적으로 두 나라 모두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요충지가 호르무즈 해협이기 때문에, 양측은 각자 버틸 수 있는 한 최대한 버티면서 공습을 통한 소모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어느 한쪽의 자금과 군사력이 바닥을 드러내며 백기를 들 때쯤에야 본격적인 평화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호르무즈 통행세 20% 불렀던 트럼프...이란보다 15배 높아[시사쇼] 원본보기 아이콘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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