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수사 핑계로 사실상 무기한 방치
'자료 보완' 쳇바퀴에 심의 계획도 안 잡아
지난해엔 "심의개시 요구는 헌법 위배" 주장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법 해외 가상자산 사업자 사이트 차단 요청에 또다시 '심의중지' 처분을 내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방미심위와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정작 단속해야 할 불법 거래소들은 아무런 제재 없이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 12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제1차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정기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12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제1차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정기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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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미심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위원회는 "접수된 사안이 법원 등 관계기관에서 행정·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해당 기관의 최종 판단을 고려해 심의를 진행해 왔음을 양지해 달라"라고 밝혔다.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 제12조와 제13조에 따르면 심의 대상과 동일한 사안으로 법원에 소 등이 제기되거나 그 밖에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심의를 중지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 현재 불법 코인 사이트들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을 고려하면 이 규정을 방패 삼아 과거처럼 심의중지 결정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방미심위는 "위원 임기 만료 이후 후임 위원회 구성이 지연됨에 따라 심의 공백이 반복되고 있는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국회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방미심위는 지난 3월 이미 9인 체제를 완성해 정상 가동 중이다. 현재 위원 공백 사유가 아닌 이유로 안건이 멈춰 있는데, 이미 해소된 과거의 위원회 마비를 다시 꺼내는 것은 책임 소재를 흐리려는 의도로 읽힌다.

[단독]불법 코인거래소 차단 물건너가나…9인 체제 방미심위도 '심의중지' 시사 원본보기 아이콘

방미심위의 심의 보류 기조는 FIU와의 서류 공방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방미심위가 지난달 19일 FIU에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나 한 달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접수된 회신 공문은 없는 상태다. 방미심위는 "FIU는 최초 접속차단을 요청할 당시 해당 사이트들의 위법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이에 접수 이후 지속적으로 보완자료 제출을 요청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현재 FIU가 심의 요청한 사안에 대한 심의 계획은 전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미심위는 향후 FIU 회신 내용을 바탕으로 수사 진행 상황과 특금법에 따른 위법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한 이후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위원회는 심의 재개 조건으로 ▲바이낸스 등 심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해외 가상자산 사업 사이트와의 규제 형평성 ▲단순 미신고를 사유로 한 사이트 전체 차단 조치의 적절성 ▲사기 등 이용자 피해가 확인된 사이트 중심의 차단 규제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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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관은 지난해 4월16일 방심위 FIU, 국무조정실, 경찰청 실무자들이 모인 유관기관 업무협의에서도 날 선 공방만 주고받았다. 당시 FIU는 "그동안 특금법상 미신고 사업자에 대한 적발·단속 강화를 위해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방심위에 사이트 차단요청을 한 바 있다"며 "현재 경찰청은 대표자 인적 사항 등 특정이 어려워 수사 중이고, 방심위는 사업자의 국내 영업행위 기준이 모호하고 경찰청의 수사 중지 등의 사유로 심의 중지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글·애플과 협의해 해외 미신고 사업자 애플리케이션(앱) 31개(구글 17개·애플 14개)를 이미 차단했다며 사이트 심의 재개를 촉구했다.


방심위는 "방통위 설치법 개정과 위원회 설립 취지상 인터넷 정보의 내용 심의는 중앙행정기관의 지위를 가지는 정부 기관이 실시할 경우 국민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행정권의 개입(행정부 검열)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헌법정신에 따르는 것"이라며 "FIU가 자체적으로 시행한 사례에 따라 위원회가 심의를 재개하라고 하는 것은 자칫 행정행위의 강요로 보일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FIU의 요구를 '헌법정신 위배 소지'이자 '행정행위 강요'로 맞받아친 셈이다.


방심위는 FIU가 내세운 불법 판단 기준 자체도 문제 삼았다. 특정 법령상 구체적 위반 조항, 입증자료, 명확한 근거자료가 없으면 심의 진행이 어려운데 해외 가상자산 사이트는 기존 사례가 없어 불법성 판단 근거와 기준부터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방심위는 홈페이지 한국어 서비스 지원과 원화 결제 제공, 내국인 대상 홍보 중 한 가지만 해당해도 불법으로 판단한다는 FIU의 기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다른 해외 사업자와의 형평, 실제 원화 결제 여부, 내국인 홍보의 경우 사업자가 직접 홍보 주체인지 등이 불분명한 데다 이 기준이 FIU의 내부 기준에 불과하다면 그것대로 심의 근거로 삼기엔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FIU가 위원회와 사전 협의 없이 자체적으로 앱을 차단하고 위원회 이름까지 거론한 데 대한 불만도 오갔다. 방심위는 "FIU에서 어떠한 내용도 사전에 전달받은 바 없으며, 언론 및 국회를 통해 인지하는 등 유감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며 "위원회의 기관명을 사전 논의 없이 사용하는 것은 정책적 혼동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차후엔 사전 논의 또는 연락을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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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불법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는 투자자 피해로 직결되는 만큼 차단 심의가 더 이상 지연돼서는 안 된다"며 "관계 기관이 책임감을 가지고 긴밀히 협조해 신속한 차단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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