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기술 활용한 부동산 스타트업 등장
달 표면 분석 기술, 지구에 적용
지붕 보고 건물 연식도 분석 가능
매물 정보 불투명성 해결할 서비스로 주목

편집자주도쿄에 상주 중인 국제부 기자가 한 주간 일본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매주 토요일 업데이트

"부동산은 유튜브가 아니라 임장이 답이다."라고 많이들 말씀하시죠. 좋은 땅과 좋은 집 보려면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용어도 어렵고 절차도 복잡하니 오래 거래한 부동산이나 업계 종사자에게 의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항상 부동산 거래할 때 "진짜 좋은 곳은 나에게 안 알려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이번 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소개한 일본의 스타트업 '웨어(WHERE)'인데요. 인공위성과 우주 기술을 활용해 알짜배기 땅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지방까지 발품 팔지 않아도, 우주에선 다 보인다는 취지입니다.

웨어는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달 표면 분석 기술을 활용해 전국의 토지 정보를 분석하는데요. 원래 이것은 달 표면의 크레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라고 합니다. 달에 직접 가지 않고도 크레이터의 크기, 상태 등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기술인 거죠. 달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기술을 지구에 적용했더니 토지와 건물도 자동으로 구분하고, 거래 가능성이 높은 부동산을 찾아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일본 스타트업 '웨어'의 이용화면 예시.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조건을 입력하면 위성기술을 통해 조건에 해당하는 부지나 주택을 보여준다. 웨어.

일본 스타트업 '웨어'의 이용화면 예시.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조건을 입력하면 위성기술을 통해 조건에 해당하는 부지나 주택을 보여준다. 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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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에 따르면 현재 웨어의 데이터베이스에는 약 7300만건의 토지 정보가 등록돼있습니다. 주차장, 공터, 빈집 등 고객의 니즈에 맞게 매매 가능성이 높은 토지를 자동으로 추려준다고 해요. 심지어 크레이터를 분석하던 기술을 사용하면 건물 지붕만 보고도 노후 정도를 분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해당 토지에 있는 건물의 상태는 어떤지, 준공 연도는 언제일지도 추정이 가능하다고 해요. 심지어 이 집이 지금 불이 켜져 있는지 아닌지도 판단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용 방법도 간단합니다. 서비스 화면에 입지 등 조건을 입력하면 일본 전역에서 적합한 토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관심 있는 토지가 있으면 소유자 정보나 홍수 등 재해 위험지역인지도 볼 수 있고요, 개발 구역인지 등의 상태도 확인이 가능하다고 해요.


아쿠쓰 다케오 웨어 최고경영자(CEO)는 부동산 정보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이 서비스를 개발하게 됐다고 닛케이에 전했습니다. 아쿠쓰 CEO는 "업계에선 토지 매입 정보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가 관건이지만, 보통 정보는 해당 지역에서 오래 영업한 중소 부동산 사업자에서 대기업 등으로 전달된다"며 "이 때문에 좋은 정보는 일반인에게 잘 공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는데요. 일본 기업에서도 공장 부지 등의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실제로 지방 여러 곳에 출장을 가서 지도를 보며 찾아보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해요. 원래라면 후보지를 100곳 추리는 데 평균 30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이를 클릭 몇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거죠.


일본 스타트업 '웨어'의 홍보 화면. '부동산의 99%는 보이지 않는다'며 위성 기술을 통해 99%를 볼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웨어.

일본 스타트업 '웨어'의 홍보 화면. '부동산의 99%는 보이지 않는다'며 위성 기술을 통해 99%를 볼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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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기업들이 많이 이용한다고 합니다. 현재 부동산 개발업체, 외식 프랜차이즈 등 이용하는 기업만 200곳이 넘는다고 해요. 재밌는 것은 부동산 중개업체도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건데요. 한큐한신부동산은 중개할 물건을 확보하기도 쉽고, 미리 매물 정보도 파악하기 쉬워 매물 소유주와의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여기에 일본 슈퍼마켓 프랜차이즈 라이프도 신규 점포 후보지를 찾는 데 이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해요. 이 밖에도 태양광 발전 부지 선정 등에도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원래 아쿠쓰 CEO는 웨어를 설립하기 전 달 표면에 집을 짓는 부동산 사업을 구상하고 JAXA에 이를 제안했었다고 합니다. 사업 내용을 설명했지만 '이상한 사람 아니냐'라는 이유 등으로 거절당했었다고 해요. 하지만 그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우주에서 사업을 하려면 내가 먼저 관계자가 돼야겠다"며 JAXA 연구시설이 있는 일본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소형 탐사선 연구에 참여하면서도 계속 사업 아이디어를 찾아 나섰다고 하죠. 그러다가 동료가 진행하던 달 표면 분석 연구에 주목했고, 이를 지구에 적용해보다가 '이거다' 싶은 순간이 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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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업계는 정책이나 개발 계획에 따라 흐름이 빨리 바뀌는 곳이죠. 시간을 오래 들여 연구 개발을 진행하는 우주 산업과는 정반대의 세계입니다. 또 우주 기술은 활용하더라도 대부분 로켓이나 인공위성, 방산에 쓰이기 마련인데요. 우주 기술이 부동산에 쓰이다니 신기한 조합이죠. 이제 지구인에게 좋은 땅은 우주에서 찾는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쿄(일본)=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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