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승인 ICG '광표백' 한계 극복…장시간 암 수술 정확도 높인다
형광 유지시간 4배 향상·세포 생존율 90% 이상…국제학술지 '스몰' 표지 논문
수술 중 암이나 림프절의 위치를 확인하는 데 쓰이는 근적외선 형광염료가 빛을 받으면 빠르게 흐려지는 문제를 국내 연구진이 해결했다. 기존 형광염료보다 형광 유지 성능을 4배 이상 높여 장시간 수술에서도 목표 부위를 안정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화학연구원은 박영일·남상환 박사 연구팀이 미국 조지아공과대학교 박성진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근적외선 형광염료 '인도시아닌 그린(ICG)'을 고분자 구조로 재설계해 광안정성을 크게 높인 차세대 형광체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나노·마이크로 소재 분야 국제학술지 '스몰(Small)' 2026년 6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현재 인도시아닌 그린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유일한 근적외선 형광염료다. 1959년 승인 이후 유방암 림프절 추적, 간암 절제술, 담관 시각화 등 다양한 수술과 진단에 활용되고 있다.
근적외선(파장 약 650~900㎚)은 가시광선보다 인체 조직 깊숙이 통과하는 특성이 있어 형광염료와 함께 사용하면 수㎝ 깊이의 생체 조직까지 영상화할 수 있다.
다만 기존 ICG는 수술용 레이저를 오래 받으면 형광이 급격히 약해지는 '광표백(Photobleaching)' 현상이 발생해 장시간 수술에서는 염료를 반복 투여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고분자 구조로 재설계…형광 유지 성능 4배 향상
연구팀은 ICG 분자를 고분자 사슬에 연결해 형광을 내는 구조를 안정적으로 고정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새로 개발한 형광체 'KR-NIR-P'는 고분자 골격이 산소 접근을 차단하고 분자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같은 빛에서도 형광이 훨씬 오래 지속됐다. 또 분자 간 응집을 막아 광표백을 촉진하는 요인도 줄였다.
실험 결과 파장 785nm 근적외선 레이저를 지속적으로 조사했을 때 기존 ICG는 50초 이내 형광이 초기 대비 40% 수준까지 감소한 반면, KR-NIR-P는 200초가 지난 뒤에도 66%의 형광을 유지했다. 광안정성이 기존보다 4배 이상 향상된 것이다.
세포 독성도 낮았다. 자궁경부암과 구강편평세포암 세포를 비롯한 암세포와 정상세포에서 20마이크로몰(μM) 농도까지 세포 생존율 90% 이상을 유지해 높은 생체 적합성을 확인했다.
암 림프절 장시간 추적 가능성 확인
연구팀은 실제 종양과 유사한 3차원 종양 스페로이드 실험에서 KR-NIR-P가 조직 깊은 곳까지 균일하게 침투하는 것을 확인했다.
생쥐 실험에서는 발바닥 피하에 주사한 뒤 2시간 만에 림프절에서 형광이 검출됐고, 24시간 후에는 형광이 더욱 강하게 축적됐다. 암 전이 경로인 림프절을 실시간으로 장시간 추적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독성 평가와 약동학 연구 등 임상 전 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추가 검증할 계획이다.
박영일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는 "ICG 분자를 고분자화해 형광을 내는 구조가 빛에 의해 파괴되는 속도를 늦춘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며 "장시간 수술에서도 보다 안정적인 의료영상 구현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7천피 깨지자 액셀 밟던 증권사들 돌변…"내려갑니...
신석민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은 "이번에 개발한 고분자화 전략은 ICG뿐 아니라 다양한 형광염료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의료영상은 물론 위조 방지와 보안 소재 등 차세대 형광 소재로도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