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승리 뒤 펼친 '말비나스' 현수막, 대체 무슨 뜻이길래
월드컵 결승 진출 자축하며 영유권 주장
정치 메시지 금지 위반으로 징계 가능성
2026 북중미 월드컵 4강에서 잉글랜드를 꺾은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경기 후 정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쳐 들며 논란을 자처했다. 아르헨티나는 영국이 실효 지배하는 남대서양의 포클랜드 제도를 '말비나스'라고 부르며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승리의 환호 속에서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그간 FIFA가 강조해 온 경기장 내 정치적 메시지 금지 원칙은 사실상 뒷전으로 밀렸다.
승리후 수비수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와 미드필더 지오바니 로셀소가 스페인어로 '말비나스는 아르헨티나 영토'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논란일 일고 있다. AP연합뉴스
16일 아르헨티나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준결승에서 2대1로 역전승했다. 후반 10분 앤서니 고든에게 선제골을 내준 아르헨티나는 후반 40분 엔소 페르난데스의 동점 골로 균형을 맞췄다. 이어 후반 추가 시간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리오넬 메시의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해 극적인 결승 골을 터뜨렸다. 메시는 아르헨티나의 두 골을 모두 도우며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잉글랜드는 선제골을 넣은 뒤 수비 숫자를 늘리고 지나치게 수비 라인을 내린 선택이 패착이 됐다. 아르헨티나의 공세를 막아내는 데 집중했지만, 경기 막판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며 연속 실점했다. 이날 승리로 아르헨티나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두 대회 연속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는 스페인을 상대로 월드컵 2연패에 도전한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의 앙금, 월드컵 준결승서 다시 수면 위
경기가 끝난 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경기장을 가득 채운 팬들과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이 과정에서 수비수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와 미드필더 지오바니 로셀소가 스페인어로 '말비나스는 아르헨티나 영토'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논란일 일고 있다.
포클랜드 제도는 아르헨티나와 영국이 오랫동안 영유권을 두고 대립해 온 곳이다. 아르헨티나 군부는 1982년 4월 포클랜드 제도에 상륙해 섬을 점령했고, 영국이 대규모 기동함대를 파견하면서 74일간 전쟁이 벌어졌다. A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포클랜드 제도는 아르헨티나와 영국이 오랫동안 영유권을 두고 대립해 온 곳이다. 아르헨티나 군부는 1982년 4월 포클랜드 제도에 상륙해 섬을 점령했고, 영국이 대규모 기동함대를 파견하면서 74일간 전쟁이 벌어졌다. 전쟁은 영국의 승리로 끝났으며 아르헨티나군 649명과 영국군 255명 등 9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준결승을 앞두고도 포클랜드 제도를 둘러싼 외교전이 벌어졌다.
파블로 키르노 아르헨티나 외무장관은 영국의 포클랜드 제도 지배를 '불법 점령'이라고 표현하며, 주민들이 영국 잔류를 선택한 2013년 주민투표에도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실은 포클랜드 주민들이 영국인으로서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2013년 주민투표에서는 투표자의 99.8%가 영국의 해외영토로 남는 방안을 선택했다.
'신의 손'에서 '말비나스'까지…아르헨티나·잉글랜드의 질긴 악연
이 가운데, 당시 전쟁의 앙금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두 나라는 4년 뒤인 1986 멕시코 월드컵 8강에서 다시 만났다. 당시 디에고 마라도나가 손으로 공을 건드려 넣은 이른바 '신의 손' 골을 기록했고, 아르헨티나가 2대1로 승리하면서 양국의 축구 대결에는 정치·역사적 의미까지 더해졌다.
전쟁의 앙금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두 나라는 4년 뒤인 1986 멕시코 월드컵 8강에서 다시 만났다. 당시 디에고 마라도나가 손으로 공을 건드려 넣은 이른바 '신의 손' 골을 기록해 논란이 일었다. EPA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경기 후 등장한 현수막으로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영유권 논쟁은 다시 불붙게 됐다. FIFA가 경기장 내 정치적 메시지를 금지하고 있는 만큼 아르헨티나축구협회나 관련 선수들이 징계를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FIFA는 아직 이번 사건에 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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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르헨티나는 과거에도 같은 문구로 FIFA의 제재를 받은 적이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슬로베니아와의 평가전에서 대표팀 선수들이 '말비나스는 아르헨티나 영토'라고 적힌 현수막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FIFA는 이를 정치적 메시지로 판단해 아르헨티나축구협회에 벌금을 부과했다. 12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서 같은 논란이 되풀이되면서 FIFA가 이번에는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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