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만 독주할 수 없다" 회의론에 코스피 ‘역대급 변동성’
닷컴버블과 닮은 'AI 설비투자 회의론' 부각
하지만 1999년 수요 줄어도 공급자는 한동안 독주
최근 빅테크 '회사채 발행 급증→투자 감소' 우려
그러나 MS 등 회사채 발행 한도 2~4년 여유
코스피가 역대급 변동성을 보이며 다시 7000선 아래로 내려간 가운데, 그 중심에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현금흐름 악화로 인공지능(AI) 설비투자 사이클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과거 닷컴버블 시기의 사례와 빅테크들의 견고한 회사채 자금 조달 능력을 고려할 때 시장의 우려는 다소 성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급락한 가운데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 등을 모니터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23.91포인트(4.45%) 내린 6,960.50으로, 코스닥지수는 16.11포인트(1.94%) 내린 813.32로 개장했다. . 2026.7.14 조용준 기자
1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45% 내린 6960.50으로 개장한 뒤 오전 9시50분 기준 6.14% 내린 6837.31에 거래되고 있다. 장 초반 지수가 급락하면서 오전 9시10분께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같은 시간 코스닥은 3.77% 내린 798.20에 거래 중이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 3대 주요 지수는 상승했다. 15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50.37포인트(0.29%) 오른 52658.64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28.81포인트(0.38%) 오른 7572.4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162.22포인트(0.62%) 오른 26269.23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빅테크 중심의 지수 상승 속에서도 'AI 인프라 투자 속도조절론'이 고개를 들며 반도체주는 급락세를 보였다. 애플이 4% 올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아마존과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도 3% 안팎 상승했다. 반면 마이크론테크놀러지(-8.02%), 인텔(-4.43%), AMD(-3.46%) 등이 일제히 하락했다.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도 9.00% 하락한 주당 176.4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공급업체인 반도체 및 장비 업체들만 독주할 수 없다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KB증권에 따르면 현재의 AI 설비투자 논쟁은 1999년 하반기의 통신 설비투자 논쟁과 유사하다. 당시 통신 인프라 투자의 주체는 미국 장거리 통신사인 월드컴, 장비 공급업체는 시스코 등이었다. 1990년대 후반 통신사들은 인터넷 트래픽의 폭발적 성장을 믿고 광통신망과 데이터 네트워크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문제는 1999년 하반기부터 대다수 통신사업자의 매출 성장률이 둔화되기 시작하면서 발생했다. 시장에서는 통신사업자들이 돈을 못 버는데 네트워크 장비를 계속 살 수 있을지에 대해 의심했고, 시스코의 주가도 밸류에이션 부담과 1999년 말 이후 정보기술(IT) 투자 공백 우려가 겹치며 주춤했다.
시장의 우려를 돌파한 것은 결국 실적 발표였다. 1999년 8월 발표된 시스코의 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48% 급증했고, 11월 실적 역시 시장의 우려를 완벽히 반박했다. 실적이 확인되자 구매자였던 월드컴 주가는 하락세를 걸었음에도, 공급자인 시스코 주가는 월드컴과 디커플링(탈동조화)된 채 2000년 1분기까지 추가 랠리를 이어갔다. 결국 이번에도 실적 발표와 컨퍼런스콜을 통해 AI 설비투자 규모와 투자 지속성, 실질적인 고객 수요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시장의 향방을 가를 핵심 열쇠가 될 수밖에 없다.
증권가에서는 빅테크의 양호한 실적과 가이던스가 나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삼성증권은 빅테크의 잉여현금흐름(FCF)이 막대한 AI 설비투자 비용으로 인해 하락 추세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FCF는 2024년 말 628억달러에서 올해 1분기 기준 191억달러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자본 조달의 원천이 현금 자산에서 회사채로 이동하고 있을 뿐 크레딧 리스크(신용 위험) 우려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이들의 회사채 발행 금액은 2024년 201억달러, 2025년 1084억달러, 2026년 7월 현재 1941억달러로 증가하고 있다.
일종의 시장에서 허용해주는 마이너스 통장 한도인 '회사채 발행 임계치' 도달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시장이 용인하는 크레딧 커버리지(총차입금/EBITDA 비율) 임계치에 도달하기까지의 잔여 연수는 마이크로소프트 4.0년, 알파벳 4.9년, 메타 3.9년, 아마존 3.1년, 오라클 1.9년으로 산출됐다. 빅테크의 크레딧 리스크가 현실화되기까지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남았고, 현재 회사채 조달 문제로 AI 설비투자 모멘텀 둔화를 우려하는 것은 다소 이른 시점이라는 평가다.
메리츠증권은 AI 설비투자의 지속성이 가시화되는 핵심 근거로 투자 주체의 다각화를 제시했다. 시장은 빅테크 움직임에 과도한 공포를 느끼고 있으나 실질적인 AI 생태계는 계속 확장 중이라는 진단이다. 메리츠증권 분석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초기 빅테크 내부 현금 기반의 선제 투자 단계에서 네오클라우드 사업자, 코로케이션 사업자, 합작투자 및 특수목적법인(JV/SPV), 채권 시장을 활용한 '계약 담보형 레버리지 투자' 국면으로 변모하고 있다. 실제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매출액은 증가 가속 국면에 진입했는데, 동기간 매출 내 빅테크 비중은 오히려 줄어든 반면 AI 클라우드와 산업 및 엔터프라이즈 등의 비중은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반도체만 독주할 수 없다" 회의론에 코스피 ‘역...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빅테크 중 어느 한 곳이 투자를 일시적으로 멈출 확률도 낮지만 설령 멈춘다고 하더라도 다른 주체가 설비투자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