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장관 "AI·지방·생태계가 韓경제 승부처…반도체 투자 속도 내야"
"韓경제 0% 성장률 직전, 반전 갈림길"
제조 데이터 활용·반도체 투자 강조
수도권 투자 한계, 지방은 성장 승부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인공지능(AI) 전환과 지방 중심 성장, 산업 생태계 구축을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승부처로 제시했다. 세계 경제 질서와 산업 판도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투자와 혁신의 속도를 높이지 않으면 주력 산업의 경쟁력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김 장관은 16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진행되는 '제49회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강연에서 "우리 경제는 반전해내느냐, 마느냐의 큰 갈림길에 서 있다"며 "지금은 승부처에서 한 번의 잘못된 의사결정이 기업과 경제를 망하는 길로 갈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저성장 국면을 문제점으로 짚었다. 김 장관은 "성장률 0%가 눈 앞에 있는 상황"이라며 "성장률이 0%가 된다는 것은 새로운 일자리가 안 나오고, 국민 세수가 들어오지 않고 나라 전체가 쪼그라들고 축소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가운데 세계 질서의 판이 바뀌고 있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가 집중해야 할 첫 번째 승부처로 AI를 지목했다. AI 기술 자체를 선도하는 것뿐 아니라 산업과 사회가 AI 전환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 AI를 활용할 인프라와 생태계가 구축돼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6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진행되는 '제49회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산업정책 방향'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대한상의.
특히 제조업의 AI 전환을 한국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분야로 제시했다. 김 장관은 "우리가 인터넷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어느 나라보다 인터넷을 잘 활용해 정보화 시대에 올라섰다"며 "AI 역시 미국과 중국이 만들 수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것은 우리가 어느 나라보다 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진 제조 데이터를 활용해 제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제조 데이터를 활용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제조업 AI 전환, 즉 'M.AX'가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제조기업과 AI 기업, 금융기관, 대학, 연구기관, 지방정부 등을 얼라이언스 형태로 묶어 산업 전반의 AI 전환을 지원할 방침이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김 장관은 최근 반도체 업황 개선이 산업 전체의 호황으로 비치는 상황을 경계하면서 "반도체는 대표적으로 경기를 타는 산업이고 어느 업종도 영원히 호황을 지속하는 비즈니스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호황이라고 산업 전체가 호황인 것은 아니며, 반도체의 미래 투자에 속도를 내지 않으면 반도체마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승부처로는 지방 중심 성장을 꼽았다. 김 장관은 수도권을 이미 크게 성장한 나무에, 지방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묘목에 비유하며 "큰 나무에 물을 더 준다고 당장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묘목에 물을 주면 한 달 뒤 모습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성장 정체를 이야기하면서도 수도권 중심으로 투자해온 것이 현실"이라며 "수도권이라는 큰 나무에 계속 물을 주는 방식만으로는 성장률을 반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지방에는 공장 하나가 들어서도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 경제가 달라질 수 있다"며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멀리 보고 지속적으로 투자하면 결국 지방에서 성장의 승부가 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승부처는 기업과 정부, 연구기관, 대학,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산업 생태계다. 김 장관은 "한국 경제의 가장 약한 부분이 생태계적 접근"이라며 "AI 시대에는 혼자서 성공할 수 있는 기업이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거대한 기술개발과 투자를 개별 기업이 혼자 감당할 수 없고, 반도체 공장 하나를 짓는 데도 전기와 용수, 부지, 협력기업이 모두 필요하다"며 "기업과 정부, 대학, 연구기관, 지방정부가 뿔뿔이 흩어진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AI 시대의 승부는 자명하다"고 말했다.
AI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세대와 지역, 계층 간 갈등도 생태계 안에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청년 세대는 AI로 일자리를 잃을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동시에 AI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세대"라며 "기성세대가 청년을 보듬고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궁극적인 성장 무대는 글로벌 시장이라고 봤다. 김 장관은 "인구 5000만명의 내수 시장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며 "한국이 현재 세계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에 불과하고, 나머지 96%가 우리가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AI를 통해 지방을 활성화하고,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만들어내야 할 진정한 승부처는 글로벌 시장"이라며 "AI와 지방, 생태계, 글로벌 시장이라는 승부처를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경제 주체는 기업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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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은 정부와 기업이 상호 비난보다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협력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그는 "기업이 어려울 때 정부가 지지대가 되고 규제 완화와 중소·중견기업 R&D(연구개발) 지원에 부지런히 나서겠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은 정부가 직접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스타트업, 벤처기업에서 자연스럽게 올라올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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