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잇따라 한국과의 협력 언급
미 국방부·해군, 韓조선사에 첫 RFI 발송
업계 "법적 정비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군력 증강을 위한 조선업 협력 대상으로 한국을 직접 언급하면서 국내 조선업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국가 가운데 한국을 직접 언급한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함정 건조 능력과 납기 경쟁력을 갖춘 국내 조선사들을 미국 해군력 재건의 현실적인 협력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 내 조선소를 확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방국 기업의 기술과 생산시설을 활용하거나 일부 함정을 해외에서 직접 조달할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시아경제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시아경제DB

AD
원본보기 아이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육군전쟁대학에서 열린 국방혁신서밋에서 해군 함정 공급 부족 문제를 언급하며 "우리는 아마 한국과 다른 지역에서 오는 기업들을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와 선박 건조에 협력하고 있으며, 지역 밖에서 만들어진 일부 선박도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도 조선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같은 날 펜실베이니아 국방혁신서밋에서는 조선과 인공지능(AI), 로봇, 드론 등을 포함한 약 100억달러(약 13조8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이 발표됐다. 이 가운데 필라델피아 조선산업과 관련해서는 잠수함 건조 지원을 위한 25억달러 규모의 장기 계약과 한화 필리조선소의 15억달러 규모 선박 발주, JP모건체이스의 인력 양성·공급망 지원 투자 등이 포함됐다. 조선 분야에서는 미국 방산기업들의 신규 투자와 함께 한화와 연계된 선박 프로젝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한미 조선 협력이 정책 구상에서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미국 군함 10척을 빠르게 건조할 수 있느냐"고 문의한 것으로 전해진 데 이어 한 달 만에 다시 한국 조선업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복된 발언과 미 국방부·해군의 정보요청(RFI)이 맞물리면서 업계에서는 미국이 한국과의 함정 건조 협력을 단순한 외교 의제가 아니라 실제 조달 대안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국방부와 해군은 최근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에 전투함,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에는 중형급 급유함 관련 정보요청(RFI)을 발송했다. 한미 조선 협력 논의 이후 미국이 국내 조선사들의 함정 설계·건조 역량을 RFI 형식으로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업계는 RFI가 발송되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이어진 점을 두고 실제로 미국이 국내 조선사의 역량을 확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력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부부 주최 공식 환영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 제공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부부 주최 공식 환영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 제공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RFI는 정부가 사업 추진에 앞서 가격과 인도 조건, 생산능력 등 시장 정보를 파악하는 절차다. 국내 조선사들은 건조 실적과 설계 인력, 연간 건조 능력 등을 미국 측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선사들의 미국 시장 공략도 빨라지고 있다. 한화는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전투함 건조 라이선스를 추진 중이며, HD현대와 삼성중공업도 각각 미국 현지 조선사와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미국 정부가 현지 조선소와 공급망 투자 확대에 나서면서 한화의 미국 생산거점 활용도 역시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곧바로 한국 조선사에 대한 미 해군 함정 발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반스-톨레프슨 수정법'을 통해 해군 함정과 주요 구성품의 해외 건조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한국에서 건조한 군함을 도입하려면 의회의 법 개정이나 예외 승인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법적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은 군수지원함과 급유함 등 비전투함에서 협력을 시작한 뒤 전투함으로 범위를 넓힐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행정명령도 가능성은 있지만 미국 내 공감대와 법적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면서 "실제 협력이 이뤄지더라도 전투함보다 군수지원함이나 급유함 등 비전투함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화필리조선소 전경. 아시아경제DB

한화필리조선소 전경. 아시아경제DB

원본보기 아이콘

미국이 궁극적으로는 자국 내 생산 확대를 원하지만 극복해야 할 한계도 있다. 조선소를 새로 짓더라도 숙련 인력과 기자재 공급망을 단기간에 구축하기 어렵고, 미국의 높은 생산비도 부담으로 꼽힌다. 실제 미국은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중심으로 금융 지원과 숙련 인력 양성, 공급망 확대에 나서며 생산기반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AD

한 업계 관계자는 "조선은 생산시설만 지으면 되는 산업이 아니다"라며 "기자재와 협력업체, 숙련 인력이 함께 갖춰져야 하는 만큼 비용과 납기를 고려하면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