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3년 반 만의 금리 인상…물가 경계감 커졌다(종합)
0.25%P 인상…연 2.75%, 전원일치 인상 결정
물가, 목표 큰 폭 상회·반도체發 성장률 상향 예고
변동성 큰 환율·집값 과열 및 가계부채 경계감 작용
전문가, '추가 인상' 한목소리…변수는 '전쟁·반도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75%로 인상했다. 전원 일치 인상 결정이다. 이로써 한은은 2023년 1월 인상 이후 3년6개월 만에 통화정책을 긴축 기조로 전환했다. 이번 인상은 사실상 예고됐다. 한은이 눈여겨봐야 하는 물가와 성장, 금융안정 측면이 모두 인상의 필요성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의 관심은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로 쏠렸다. 관건은 물가상승 압력의 정도와 경기 개선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가늠하기 위한 가장 큰 변수로 종전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끝나지 않은 중동 전쟁과 반도체 경기 전망의 변화 여부를 꼽았다.
기준금리 연 2.75%…3년6개월 만의 인상 전환
1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2.50%)에서 0.25%포인트(25bp)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상은 시장 전망에 부합하는 결과다. 앞서 진행된 아시아경제 전문가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14명 전원이 이달 금리 인상을 점친 바 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성장세가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보이고,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 인상의 핵심 요인은 목표 수준(2.0%)을 상회한 물가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5월(3.1%)과 6월(3.2%) 연속 3%를 웃돌았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폭도 확대되면서 3.2%로 높아졌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역시 2.5%대를 이어갔다. 일반인의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도 5월과 6월 2.8%대를 이어갔다. 체감 물가 수준을 반영하는 생활물가 상승률은 5월 3.3%에서 지난달 3.4%로 올라 2024년 4월(3.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생활물가 상승률이 3월부터 연이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하고 있다는 점에서 긴축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통위는 이날 "앞으로 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가 하락했지만 그간 높아진 비용과 환율의 영향이 지속되고, 소득 개선에 따른 수요 측 압력도 점차 확대되면서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장세가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완화적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할 명분도 약해졌다. 정부는 지난 14일 공개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했다. 지난 5월 한은 전망치(2.6%)보다 0.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요 해외 투자은행(IB)이 보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도 평균 3.0%였다. 앞서 신 총재는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잠정치가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높은 1.8%로 집계되면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가 기계적으로 봐도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반도체 위주로 수출이 워낙 호황이어서 한은 역시 다음 달 성장률 전망치를 정부 수준(3.0%)으로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높은 환율 변동성과 수도권 주택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두 달여 만에 1480원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국 긴축 우려 완화와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조달 자금의 원화 환전 기대, 외국인 주식 매도세 완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달 주간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1555.8원까지 올랐던 만큼 환율 변동성에 대한 경계감은 여전하다. 집값과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도 마찬가지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종합(아파트·연립주택·단독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03% 상승했다. 전세와 월세도 각각 1.08%, 0.96% 올랐다. 재건축 추진 단지와 대단지, 역세권 등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이어졌다.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5월 말보다 7조6000억원 증가했다. 2024년 8월 이후 1년10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한편 이날 금통위는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를 연 1.00%에서 1.25%로 인상해 즉시 시행하기로 했다.
"추가 인상할 것" 한목소리…시기와 폭 변수는 '전쟁과 반도체'
전문가들은 이번 인상 이후 연내 한 차례 추가 인상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기는 오는 10월로 점쳤다. 다만 물가 경계감 확대 등에 7월에 이어 8월에도 곧바로 추가 인상을 단행하는 '백투백 인상'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근거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물가 우려다. 한은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공급 측 물가 우려는 줄었으나 소득 개선에 따른 수요 측 압력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높아진 비용과 환율의 영향 역시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특히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5월 전망(2.7%)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전망치(2.4%)보다 다소 높아질 것으로 진단했다. 시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근원물가가 더 오래 높은 수준을 유지할 위험이 있어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향후 물가 경로에는 국제유가와 환율 움직임, 내수 개선 속도와 임금 상승세 확산 정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반도체발 성장 지표 개선세 역시 추가 인상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은 최근 임시국회 업무보고에서 "최근 반도체 경기는 데이터센터 등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호조로 과거 상승기를 훨씬 뛰어넘는 강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며 "주요 전망기관들은 대체로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적어도 내년까지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도 글로벌 반도체 경기는 피지컬 AI 등 AI 활용영역과 관련한 인프라 투자 확대로 상당 기간 확장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향후 추가 금리 인상 여부는 반도체 경기와 중동 종전 전개 상황 등에 달렸다고 봤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향후 성장률이 얼마나 올라갈지를 놓고 가장 큰 변수는 반도체"라며 "올해는 반도체 경기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성장 압력이 있는 것이다. 성장뿐 아니라 물가에도 큰 영향을 주는 반도체 경기가 얼마나 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석 교수 역시 "반도체 피크와 관련한 변수로 AI 투자가 언제까지 지속해서 이뤄질 수 있지를 가늠해야 한다"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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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중동 전쟁 역시 핵심 변수로 꼽혔다. 강 교수는 "전쟁은 유가와 환율 모두에 영향이 크다"며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기 때문에 하반기 말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지만, 해결점을 찾지 못하면 지금 상황이 계속 간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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