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건강부터 주식 상승까지 소원 다양
"관광 자유지만 역사 의미 알아야" 비판
교사 기원 문구, 2013년에도 온라인 등장

일본 도쿄의 메이지 신궁에 한국어로 적힌 소원패가 다수 걸린 사진이 온라인에 확산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메이지 일왕을 신으로 모신 장소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소원을 빈 것은 역사적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4일 소셜미디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메이지 신궁을 방문했다는 한 한국인 관광객의 게시물이 빠르게 공유됐다. 게시물 작성자는 신궁 경내에 참배객들이 소원을 적어 걸어두는 나무패인 '에마'가 설치돼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어로 작성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메이지 신궁의 역사적 의미를 언급하며 단순히 숲과 건축물을 둘러보는 것을 넘어 참배하거나 소원을 비는 행위는 신중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장 논란이 된 문구는 "임용에 합격해 정교사가 되게 해달라", "좋은 역사 교사가 되게 해달라"라고 적힌 소원패다. SNS 갈무리

가장 논란이 된 문구는 "임용에 합격해 정교사가 되게 해달라", "좋은 역사 교사가 되게 해달라"라고 적힌 소원패다. SNS 갈무리

AD
원본보기 아이콘

함께 첨부한 사진에는 사업 번창과 소원 성취, 가족의 건강과 행복 등을 기원하는 한국어 문구가 담겼다. 날짜 표기상 최근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소원패에는 "코스피 1만 가즈아"라며 주가 상승을 바라는 내용도 있었다. 에마는 일본 신사나 사찰에서 방문객이 소원을 적어 봉납하는 작은 나무패를 말한다.

가장 논란이 된 문구는 "임용에 합격해 정교사가 되게 해달라", "좋은 역사 교사가 되게 해달라"라고 적힌 소원패다. 해당 문구를 본 누리꾼은 "역사를 가르치려는 사람이 메이지 신궁에서 소원을 비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관광은 자유지만 방문 장소가 어떤 역사를 지녔는지는 알아야 한다", "일반 관광지처럼 사진만 찍고 소원을 빈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각선 해당 '역사 교사' 소원패는 최근 만들어진 것이 아닌 10년도 지난 것이라고 주장도 나다. 동일한 사진과 문구가 2013년에 소셜미디어에 올라와 이미 한 차례 논쟁을 벌인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메이지 일왕을 모신 곳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의견과 "야스쿠니신사와 같은 성격으로 볼 수 없다", "역사를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쓴 문구일 수도 있다"는 반론이 맞섰다.

최근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소원패에는 사업 번창과 소원 성취, 가족의 건강과 행복 등을 기원하는 한국어 문구가 담겼다. 특히 한 소원패에는 "코스피 1만 가즈아"라며 주가 상승을 바라는 내용도 있었다. SNS 갈무리

최근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소원패에는 사업 번창과 소원 성취, 가족의 건강과 행복 등을 기원하는 한국어 문구가 담겼다. 특히 한 소원패에는 "코스피 1만 가즈아"라며 주가 상승을 바라는 내용도 있었다. SNS 갈무리

원본보기 아이콘

메이지 신궁은 일본 도쿄 시부야구 요요기에 있는 신사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1920년 창건됐으며 제122대 메이지 일왕과 그의 배우자인 쇼켄 황태후를 제신으로 모시고 있다. 메이지 신궁 측은 두 사람이 일본 근대화의 기초를 세운 것을 기리기 위해 신궁을 조성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메이지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천황 중심의 국가체제를 구축하고 주변 지역으로 세력을 확대했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거치며 대한제국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했고, 결국 1910년 한국을 강제로 병합했다. 국사편찬위원회도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이 침략의 방향을 조선으로 돌려 1910년 강점에 이르렀다고 설명한다.

AD

이로 인해 메이지 신궁을 단순한 도쿄 관광 명소로만 볼 수 없으며, 한국인이라면 참배나 소원 봉납에 앞서 장소가 지닌 역사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메이지 일왕 부부를 모신 메이지 신궁과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의 성격에는 차이가 있는 만큼, 방문객 개인의 행동을 일률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