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
블록체인 시장·기술·규제 잇는 '통역자'
국회 입법 현장서 블록체인 업계로
디지털 화폐 변화 방향 제시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 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evangelist)는 자신을 '블록체인 기술을 대중의 언어로 번역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국회에서 약 10년간 입법과 행정 과정을 경험한 뒤 2013년부터 블록체인 업계에 몸담으며 기술과 시장, 규제 사이의 간극을 좁혀왔다.


업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불릴 만큼 극초기부터 시장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은 그는 정부와 금융기관, 공공부문에서 축적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화폐와 결제 인프라, 국가 통화 전략을 연결하는 정책적 방향을 제시해왔다.

그가 걸어온 궤적은 국내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 과정과 맞닿아 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업경제혁신위원과 한국형 뉴딜 국정자문단을 비롯해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 부산시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운영위원 등을 역임했다. 경찰청과 국가정보원의 수사 자문에도 참여하며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을 둘러싼 제도적·산업적 기반을 다지는 데 힘을 보탰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창립에도 참여해 거래소 자율규제의 기틀을 마련했다. 현재는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의 대중화를 위한 특허와 정보·콘텐츠를 개발하고 교육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시장에 기업과 산업의 흐름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가 있다면, 블록체인 업계에는 기술사회학적 관점에서 기술과 시장, 규제의 언어를 연결하는 에반젤리스트 최화인이 있는 셈이다. 다음은 최 대표와의 일문일답.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 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evangelist)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허영한 기자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 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evangelist)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허영한 기자

AD
원본보기 아이콘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로 불린다. 간단히 소개해달라.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쉽게 설명하면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대중에게 번역해주는 사람'이다. 시장과 규제의 경계에서 서로 다른 언어를 호환해주는 일종의 통역자 역할을 하고 있다. 국회에서 약 10년간 근무하며 입법과 행정 절차를 경험했고, 2013년부터 블록체인 업계에 몸담으며 기술의 변화와 대중이 느끼는 어려움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이후 기술을 비기술적인 언어로 풀어 설명하는 일에 매진해왔다.


초이스뮤온오프는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이 시장에서 수용될 수 있도록 관련 특허와 정보·콘텐츠를 만들고 강연과 교육을 진행하는 회사다. 사기성 코인이나 위험도가 높은 프로젝트를 판별하는 서비스 등도 기획하고 있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업계에는 어떻게 진입하게 됐나.

▲시작은 매우 우연한 계기였다. 2013년 국내 최초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빗을 만든 김진화 전 대표가 대학 후배다. 당시 대관 업무를 맡아달라는 임원 제안을 받았지만 합류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 일을 계기로 비트코인을 처음 알게 됐다.


처음에는 '디지털 화폐'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 역시 현금을 거의 쓰지 않은 지 8년 정도 됐더라. 결제는 이미 디지털화됐는데 화폐만 디지털화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후 비트코인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꽤 이른 시기였다.


세계적으로도 시장이 막 형성되던 때였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나 '암모나이트'급 극초기 투자자였던 셈이다. 투자를 계기로 화폐와 돈의 성격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2016~2017년부터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며 관련 활동을 시작했다.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 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evangelist)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허영한 기자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 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evangelist)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허영한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2017년 한국블록체인협회 창립에 참여했다. 당시 어떤 역할을 했나.

▲2017년 하반기는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거래소로 막대한 자금이 몰렸지만, 정부의 대응 지침은 사실상 없던 시기였다. 기술과 시장을 정부와 대중에게 설명하고 업계의 공통 기준을 만들 협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초대 회장으로 모시고 한국블록체인협회를 창립하는 데 기여했다.


국제적으로 통일된 기준조차 없던 시기였지만 선제적으로 자율규제의 틀을 만들었다. 고객 자산과 거래소 고유 자산의 분리 보관, 가상자산의 80% 이상을 콜드월렛에 보관하는 기준, 보안 시스템 구축 등 거래소 안전을 위한 기초 기준을 마련했다. 콜드월렛은 암호화폐 거래의 핵심인 개인 키(Private Key)를 인터넷과 완전히 차단된 오프라인 환경에 보관해 해킹이나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자산을 보호하는 암호화폐 지갑이다.


대중과 경영자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단기 교육 프로그램인 '블록체인 캠퍼스'도 처음 만들어 운영했다. 당시에는 블록체인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과정이 거의 없어 호응이 컸다.


-기술 발전과 제도·대중의 이해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해왔나.

▲업계 초창기에는 전문가들조차 파편화된 정보만 가진 경우가 많았다. 기술과 금융, 규제, 산업을 하나의 구조로 연결해 설명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저는 당시부터 흩어진 정보를 구조적으로 엮어 입체적으로 설명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 과정에서 금융감독원, 삼성증권,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병무청 등 여러 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자문위원이나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기술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기보다 제도권이 우려하는 지점과 시장이 요구하는 부분을 함께 살피고 양측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달하려 했다.


제가 계속 탐구하는 대상은 단순히 '비트코인 가격이 올랐다'거나 '떨어졌다'는 현상이 아니다. 가격 등락이 반복되는 구조와 시장에 영향을 주는 요인, 한때 황당무계하게 여겨졌던 디지털자산이 사회적으로 수용되며 의미를 얻는 과정을 분석하고 설명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출원한 블록체인 관련 특허 가운데 가장 소개하고 싶은 기술은 무엇인가.

▲'뮤 볼트(Mu-Vault)'다. 가상자산 지갑의 프라이빗 키를 잃어버리거나 소유자가 사망했을 때 자산을 회수하고 상속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적 안전장치다. 가상자산은 프라이빗 키를 분실하면 사실상 자산에 접근할 방법이 사라진다. 소유자가 갑자기 사망하면 유족이 자산의 존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거나 상속 절차를 밟지 못할 수도 있다. 보험사와 연계한 서비스도 준비했지만 재보험 요율을 산정할 데이터가 부족해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시장이 성숙하면 언젠가는 상용화될 수 있다고 믿는다.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 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evangelist)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허영한 기자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 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evangelist)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허영한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

-신생 업계에서 새로운 일을 했다. 힘든 일도 적지 않을 것 같다.

▲기술을 실제 상업 서비스로 구현하는 과정은 매우 지난했다. 업계 사람들에게 배신감을 느낄 때도 있었고, 멀쩡해 보이던 사람이 어느 순간 사기꾼으로 변하는 시장의 현실도 마주해왔다. 규제가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 상황도 답답하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급성 망막박리로 실명 위기를 겪으며 세 차례 수술을 받았다. 지하철 계단에서 크게 굴러떨어지는 사고도 있었다.


-힘들고 번민할 때 본인을 어떻게 다스리나.

▲저는 '강한 확신'을 가진 사람이라기보다 '강한 질문'을 가진 사람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면 좋겠지만, 나이가 든다고 흔들림의 강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나를 흔드는 절망과 좌절의 큰 소리가 빙산 위로 드러난 3%라면, 말없이 스스로를 지키고 버티게 하는 본질은 물속에 잠긴 97%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눈앞에서 크게 들리는 3%의 소리에 속지 않고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강한 질문에 집중하려 해왔다.


-삶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언제인가. 삶의 모토도 궁금하다.

▲짜릿하고 거대한 사건보다는 아주 짧고 소소한 여유에서 즐거움을 얻는다. 횡단보도 앞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가로수 잎을 바라보거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바람을 느끼는 순간이 그렇다. 그런 작은 즐거움을 알아차리는 습관이 삶을 버티게 해준다.


삶의 모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누구나 생생한 기쁨과 충만한 행복을 원하지만 실제 삶에서 그런 순간은 많지 않다. 원하지 않는 사건과 사고가 예고 없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주어진 상황을 덤덤하게 감당하고, 내 두 발로 누군가를 만나러 갈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하며 살아가려 한다.

AD

-불확실한 환경에서 경력을 쌓아가는 여성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여성들이 사회에서 입지를 다져온 과정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와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불확실성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열패감과 과제를 마주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종적인 성공 여부와 별개로 계속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며 지금 이 자리에 남아 버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증명의 과정에서 성공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완벽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시간이 실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저 역시 같은 과정을 지나온 사람으로서 그들에게 큰 동지애를 느낀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든 여성 후배에게 격려를 보내고 싶다.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는
디지털자산을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의 돈'을 설계하는 블록체인 전문가다. 스테이블 코인과 블록체인, 통화와 금융을 잇는 새로운 질서를 연구하며 정책과 산업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사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업경제혁신위원, 한국형 뉴딜 국정자문단, 금융감독원 블록체인발전포럼 자문위원, 부산시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운영위원 등을 역임했다. 경찰청·국가정보원 수사 자문과 병무청 블록체인 시범사업 자문에도 참여했으며, 현재 경상북도 공공기관 유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