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도매시장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 정책 세미나
유통 구조 간소화 위한 도매법인-중도매인 영역 구분 폐지
생산비 보전 입법화 해외사례 참고 등 대안 제시
정부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 방안엔 의문 부호

"20㎏짜리 1등급과 2등급 양파를 각각 40망씩 출하해 받은 금액은 총 44만원으로 이중 공제금액과 하역비, 공판장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실제 손에 쥔 돈은 38만5200원입니다. 이를 ㎏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240원 수준인데, 산지에서 일반 유통업자에게 선별도 하지 않고 판매한 양파 가격인 ㎏당 5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송옥주·진성준·이해식·이강일·문금주·문대림 의원의 공동 주최로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산물 도매시장의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을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는 오프라인 경매시장에서 생산자들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 소개됐다. 박흥식 전국콩생산자협회 회장은 이날 최근 지역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양파를 경매에 부친 한 지역 농민의 이같은 사례를 전하면서 "생산비가 20년 전보다 3~5배 이상 올랐는데, 경락 가격은 그때와 큰 차이가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정부가 농산물 유통시장의 과도한 유통비를 개선하기 위해 온라인 도매시장 확대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생산자와 소비자 가격 불균형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간 도매시장법인의 독과점 구조가 해소되지 않고, 담합을 형성한 사업자들이 계속 거래 주체로 참여하는 등 관행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민간 대신 관이 주도하는 농산물 유통 구조의 근본적인 개혁을 주문한 만큼, 현안을 해소하고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데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농산물 유통구조 고질적 병폐 이중 도매상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농수산물 유통 시 반드시 두 가지 종류의 도매상을 거쳐야 하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법(농안법)'상 규정을 꼽는다. 현행 오프라인 농산물 유통시장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등 대형 도매시장의 경매를 통해 기준 가격이 정해지고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소상공인, 소비자로 이어지는 4~5단계를 거치면서 유통비가 증가하는 구조다. 산지 생산물을 대형 도매시장에서 수집하고, 중도매인이 반드시 민간회사인 도매시장법인과 거래를 통해 소매상에 납품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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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유통단계별로 마진이 붙는 다단계 거래구조여서 소비자 가격을 끌어올리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도매법인은 경매가를 정한 뒤 5~7% 수준의 수수료를 안정적으로 받는 구조여서 농산물 가격이 등락해도 생산자처럼 손해를 보지 않는다. 서울청과, 중앙청과, 동화청과, 한국청과, 대아청과 등 가락시장 내 5개 민간 도매시장법인은 1985년 이후 40년간 해당 사업을 독점하면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23.87%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엄청나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확정판결로 담합이 드러난 사업자에 여전히 농산물 상장 권한을 독점으로 부여하고, 중도매인이 도매법인을 거치지 않으면 거래할 수 없도록 하는 현실은 반드시 손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들 도매법인이 16년간 위탁수수료를 담합했다며 2018년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하고, 2021년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으나 거래 주체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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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유통구조 문제는 지난 14일 물가 관리와 관련한 국무회의에서도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농산물 물가의 경우 농업인에게는 너무 낮은 상태라는 취지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언급에 "시장 가격과 현지 생산지 가격 간에 괴리가 너무 크고, 생산지 가격은 널뛰는 데 소비 가격은 계속 올라가기만 한다"며 "유통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농협에다 거의 맡겨 놓은 상황인데, 정부가 유통구조 개선에 비용을 지출하든, 필요하면 투자도 해야 한다"며 "민간에만 맡겨서 될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도매-중도매 기능 통합, 최저 소득 보장해야"

전문가들은 기존 오프라인 도매시장의 거래 구조를 개선하는 데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지 수집 주체인 도매시장법인과 상품 분산 주체인 중도매인의 사업 영역 제한을 폐지한 일본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소매점이 도매인으로부터 직접 상품을 매입하고, 중도매인이 산지에서 직접 집하할 수 있도록 업태의 구별을 없애면 유통구조를 단축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도매시장법인만이 도매시장에 농산물 거래를 상장할 수 있다는 전제로 쓰여진 농안법 문구를 삭제하고, 중도매인이 일정 물량 이상을 반드시 도매시장법인을 통해 구입하도록 제한하는 규정도 폐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엄 정책위원장도 농민들의 생산비 보전을 입법화한 프랑스(에갈림법)와 스페인(식품체인법), 인도(최소지원가격제)의 사례 등을 언급하면서 "농민들이 지속 가능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고, 가격이 무너지기 전에 사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와 인도는 농민이 생산비를 반영해 시장가격을 먼저 제한할 수 있고, 스페인은 생산비 이하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직전 5년 수확기 평년 가격(최고·최저치 제외)을 기준으로 삼아 가격이 폭락하면 생산비도 보전받을 수 없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정부가 장려하는 온라인 도매시장 확대 방안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나왔다. 앞서 농식품부는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의 독과점 문제를 개선하고, 유통비 절감을 유도하기 위해 현재 전체 도매거래의 6%(약 1조원) 수준인 온라인 도매시장 비율을 2030년 50%(약 7조원)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이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산물 도매시장의 경쟁제한적 규재 개선을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이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산물 도매시장의 경쟁제한적 규재 개선을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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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임연구위원은 "온라인 도매시장이 (유통구조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산지 직거래를 위해 설립된 시장이지만 여전히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간 거래가 상당히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짚었다. 온라인 도매시장을 통해 산지 직거래가 이뤄지면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의 역할 구분과 업무 영역에 대한 제한이 없어져 유통구조를 줄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실은 기존 오프라인 거래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 추진 온라인 도매시장 실적 채우기 허위거래 의혹도

온라인 도매시장 시행 과정에서 실적 부풀리기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앞서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 허위·이상 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농식품부의 '정책지원을 받은 업체별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 거래 실태 전수조사' 결과, 조사 대상 총 거래 규모 7698억원 가운데 4584억원이 특수관계인 거래와 배송지 인접, 운송정보 미입력 등 허위·이상 거래로 분류됐다. 이는 전체 거래액의 59.6%, 물량의 61.5%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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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혜숙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정부가 온라인 도매시장을 너무 실적 위주로 추진하는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재 온라인 도매시장에서는 계란이나 축산, 양곡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면서 "농산물 거래만을 위한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장주연 공정위 시장구조개선과 과장은 "시행 초기 문제점이 있겠지만 온라인 도매시장의 운영 취지를 살리면서 오프라인 도매시장에서도 참여자들에게 충분한 선택권을 주고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관계부처와도 같은 방향으로 논의하고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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