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조작 성과로 받은 대통령상 최종 취소
전문가들 "연구윤리·국가 포상 원칙 재확인"

줄기세포 논문 조작으로 물의를 빚었던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이 22년 만에 최종 취소됐다. 과학계에서는 "늦었지만 사필귀정"이라는 평가와 함께 검증되지 않은 연구 성과에 부여된 국가적 명예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3월 행정안전부에 황 전 교수의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취소를 요청했다. 행안부가 지난 14일 대통령 재가를 요청했고, 같은 날 재가가 이뤄지면서 수상 취소가 최종 확정됐다. 행안부는 조만간 해당 내용을 관보에 게재할 예정이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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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은 국내 과학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과학기술인에게 수여하는 대통령상이다. 수여와 취소 모두 대통령 재가를 거쳐야 하는 과학기술 분야 최고 권위의 상으로 꼽힌다.

황 전 교수는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04년 이 상과 상금 3억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실이 드러나면서 2006년 서울대에서 파면됐고, 정부는 같은 해 최고과학자 지위를 철회했다. 과학기술훈장 창조장도 취소됐다.


절차상 하자로 첫 취소 무효…정부 재처분


다만 당시에는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취소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수상 자격은 유지됐다. 이후 관련 제도가 정비되면서 정부는 2020년 처음으로 수상 취소를 결정했다.

황 전 교수는 정부 처분이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정부가 처분에 앞서 황 전 교수에게 의견 제출 기회를 보장하지 않는 등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023년 4월 원심을 확정했고, 기존 취소 처분은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무효가 됐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법원이 지적한 절차적 문제를 보완해 올해 3월 행안부에 취소를 다시 요청했다. 이번 대통령 재가로 황 전 교수의 수상은 2004년 이후 22년 만에 최종 박탈됐다.


과학계의 평가는 대체로 "늦었지만 당연한 결정"으로 모였다.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는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의 근거가 대부분 줄기세포 연구였고, 해당 연구가 부정행위에 의한 결과였다는 점은 충분히 입증됐다"며 "관련 수상과 서훈이 취소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도 "주요 수상 이유였던 연구 업적이 취소되고 연구윤리 위반이 확인된 만큼 사필귀정"이라며 "국가 최고 권위의 상이 이미 명성을 얻은 일부 연구자에게 다시 찬사를 보내는 데 머물지 않고, 묵묵히 연구하는 다수 과학기술인의 자긍심을 높이는 제도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과학적 명예는 검증과 윤리 위에 성립"


이번 결정이 단순한 과거사 정리를 넘어 과학적 명예의 조건을 다시 확인한 계기라는 평가도 나왔다.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과학적 명예와 국가적 포상은 검증 가능한 연구 성과와 엄정한 연구윤리 위에서만 성립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결정"이라며 "핵심 결론이 데이터로 뒷받침되지 않거나 조작이 확인된 연구는 논문 철회뿐 아니라 수상과 공적 평가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지원 연세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는 "한 연구자의 윤리적 일탈이 논문 한 편을 넘어 후속 연구와 정책 판단, 국가적 권위에까지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연구자 개인의 높은 윤리성과 도덕적 책임을 과학계의 핵심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취소까지 22년이 걸린 점은 정부 포상과 연구윤리 대응 체계의 한계로 지적된다. 특히 첫 취소 처분이 절차상 하자로 무효가 되면서 정부가 불필요한 행정소송과 재처분 절차를 반복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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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실체적으로 취소 사유가 있다는 것은 법원도 인정했고, 문제가 된 것은 절차였다"며 "처음부터 적법 절차를 제대로 밟아 불필요한 법적·경제적 손실을 줄였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사건의 교훈을 연구 현장에 절차와 보고를 더 늘리는 방향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며 "포상 철회처럼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결정에는 엄격한 절차가 필요하지만, 그것이 일상적인 연구 행정 부담으로 번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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