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이제 못쓴다고?" 당근도 "손절" 환불지침도 없다…홈플러스 상품권 '휴지조각' 되나
홈플러스가 운영자금 고갈로 전국 대형마트 영업을 중단하면서 상품권을 보유한 소비자들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가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 상품권 보유자는 일반적인 환불 방식으로 돈을 돌려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13일 운영자금 고갈을 이유로 본사와 전국 67개 대형마트 점포의 영업을 임시 중단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서 상품권 일제히 거래 차단
운영비 바닥나 전국 매장 폐쇄 후 임시 휴업
상품권 사용 중단에 소비자 항의 잇따라
20일까지 2000억원 못 구하면 파산 가능성
홈플러스가 운영자금 고갈로 전국 대형마트 영업을 중단하면서 상품권을 보유한 소비자들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매장과 온라인에서 상품권을 사용할 수 없게 된 데 이어 중고거래 플랫폼까지 관련 거래를 차단하면서 사실상 처분할 방법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이 홈플러스가 임시 휴업에 들어간 지난 13일부터 홈플러스 상품권을 거래금지 물품으로 지정했다. 홈플러스 상품권 판매·구매·교환 게시글도 노출할 수 없도록 않도록 조처했다.
당근 측은 점포 영업 중단으로 상품권 사용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당근뿐 아니라 중고나라와 번개장터도 홈플러스 상품권 거래를 제한하고 있다. 중고나라는 법원이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지난 3일부터 상품권 등록을 전면 금지했다. 번개장터는 지난해 3월부터 관련 거래를 제한했다.
문제는 홈플러스가 상품권 환불과 관련한 별도의 공식 지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상품권은 홈플러스 매장과 홈페이지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대형마트 영업과 배송망이 멈추면서 실질적인 사용이 어려워졌다. 소셜미디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상품권이 50만원이나 남았는데 사용할 곳이 없다", "조금씩 쓰려고 미뤄뒀다가 모든 매장이 갑자기 문을 닫았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들이 상품권을 소진할 수 있도록 휴업 사실을 사전에 공지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직원도 몰랐던 갑작스러운 휴업
홈플러스가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 상품권 보유자는 일반적인 환불 방식으로 돈을 돌려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13일 운영자금 고갈을 이유로 본사와 전국 67개 대형마트 점포의 영업을 임시 중단했다. 올해 5월 문을 닫은 37개 점포에 이어 남아 있던 핵심 점포까지 사실상 영업을 멈춘 것이다.
홈플러스 측은 "운영자금이 모두 고갈돼 상품 대금뿐 아니라 전기·수도 등 매장을 유지하는 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보안과 안전 유지를 위해 본사와 대형마트 매장을 임시휴업한다고 밝혔다. 전국 물류센터와 배송 차량 운영이 중단되면서 점포에 물품을 공급하기 어려워졌고, 공과금을 장기간 내지 못한 일부 매장에는 단전·단수까지 예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갑작스러운 휴업 발표로 현장에서는 혼란도 빚어졌다. 상당수 직원이 영업 중단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정상 출근했고, 일부 점포에서는 문을 열었다가 뒤늦게 본사 지침을 전달받고 카트로 입구를 막기도 했다. 휴업 사실을 모르고 매장을 찾은 고객들도 발길을 돌려야 했다.
20일까지 2000억원 마련해야 회생 가능성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가 회생에 필요한 최소 긴급운영자금 2000억원을 마련할 방안이 없다며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다만 즉시항고 기한인 오는 20일까지 홈플러스가 구체적인 자금 확보 방안을 제출하면 법원이 회생절차 연장 여부를 다시 검토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현재까지 뚜렷한 자금 조달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추가 자금 투입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주요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도 신규 대출에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가 20일까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확정되면 파산과 청산 절차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법원이 기존 회생 사건과 연계해 파산을 선고하는 '견련파산' 가능성도 거론된다.
파산이 선고되면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이 점포와 물류 시설, 설비 등 남은 자산을 처분해 채권자에게 배분하게 된다. 다만 법원이 아직 파산을 선고하지 않은 만큼 홈플러스의 파산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대형마트 2위에서 파산 위기까지
홈플러스는 1997년 삼성물산 유통 부문이 대구에 '삼성 홈플러스' 1호점을 열면서 출발했다. 이후 영국 유통기업 테스코에 인수돼 수도권 진출과 홈에버 인수 등을 통해 대형마트 업계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2015년에는 대형마트 140개와 기업형 슈퍼마켓 375개, 편의점 327개를 운영하는 대형 유통기업으로 몸집을 키웠다.
법원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리면서 홈플러스가 파산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지난 5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점포 앞에 마트노조의 벽보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그러나 같은 해 테스코가 홈플러스를 7조 2000억원에 MBK파트너스에 매각한 이후 점포 매각과 자산 유동화가 이어졌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유통시장의 중심이 온라인 쇼핑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실적도 악화했다.
홈플러스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지만, 매장 운영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서 출범 29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홈플러스는 오는 20일까지의 자금 조달 상황과 법원의 최종 판단을 지켜본 뒤 영업 재개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상품권을 보유한 소비자들은 뚜렷한 환불 대책 없이 점포와 거래 플랫폼이 잇따라 막히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