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부터 개발까지, 흔들리는 세계유산
절반이 무력 분쟁 여파…시리아 여섯 곳 등
댐·밀렵·개발 압력도…부산서 해제·추가 논의
오는 19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하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신규 등재 심사 못지않게 기존 세계유산의 상태 점검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번 부산 회기에서는 이미 등재된 유산 147곳의 보존현황이 심사대에 오른다. 위험목록에 오른 유산은 의제 7A, 나머지 일반 등재 유산은 의제 7B에서 다뤄진다. 위험목록 자체의 갱신은 의제 8C에서 논의된다.
세계유산협약 11조 4항에 따라 마련된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목록은 특정하고 임박한 위협에 노출됐거나, 잠재적 위협에 시달리는 유산을 별도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문화유산은 구조물의 심각한 훼손이나 역사적 진정성 상실이, 자연유산은 멸종위기종 개체 수 급감이나 밀렵, 개발압력 등이 지정 기준이다.
등재 자체가 불명예는 아니다. 세계유산기금을 지원받을 근거이자 위원회가 당사국과 함께 시정조치 계획을 세우는 계기가 된다. 상황이 개선되면 목록에서 해제된다. 현재 목록에는 유산 쉰세 곳이 이름을 올린 상태다. 자연유산 열네 건, 문화유산 서른아홉 건으로, 지역별로는 아랍권이 스물두 건으로 가장 많다. 아프리카는 열두 건, 유럽·북미는 일곱 건, 중남미·카리브와 아시아태평양은 각각 여섯 건으로 뒤를 잇는다.
목록을 훑어보면 절반 가까이는 무력 분쟁과 정치적 불안정에 위협받는다. 특히 시리아는 알레포·보스라·다마스쿠스 옛 시가지와 시리아 북부 옛 마을군, 크락 데 슈발리에와 칼라트 살라흐 엘딘, 팔미라 유적 등 여섯 곳이 지정돼 있다. 2011년 내전 발발 뒤 전투와 폭격, 도굴 피해가 잇따라 확인되면서 2013년 한꺼번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팔미라 유적은 IS 점령기에 신전까지 폭파된 상태다.
예멘도 네 곳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자비드 역사 도시는 전통 가옥이 콘크리트 건물로 대체되면서 정체성이 훼손됐고, 사나 옛 시가지와 시밤 성곽도시는 내전 중 폭격으로 전통 가옥이 파괴됐다. 2023년 지정된 고대 사바왕국 유적은 내전으로 인한 직접 피해와 관리 공백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리비아에서는 키레네·렙티스 마그나·사브라타 고고 유적과 타드라르트 아카쿠스 암각화 유적이 문제다. 2011년 내전 뒤 치안 공백 속에 도굴과 불법 건축, 관리 중단이 이어져 2016년 나란히 지정됐다. 그해 함께 이름을 올린 가다메스 옛 시가지는 5년간의 보존 작업 끝에 지난해 목록에서 해제됐다.
이라크에서는 아슈르(칼라트 샤르카트)가 인근 댐 건설 계획과 관리 부실로 침수 위험에 놓여 있고, 하트라는 IS 점령기에 고의 파괴 피해로 지금도 복구가 진행되고 있다. 사마라 고고 도시도 종파 갈등에 따른 폭력 사태와 도굴로 훼손된 상태다.
팔레스타인은 세 곳이 위험에 처해 있다. 헤브론·알할릴 옛 시가지는 정착촌 확장과 분쟁으로 건물이 훼손됐고, 남예루살렘 바티르 문화경관은 분리 장벽 건설계획이 계단식 농경지를 위협해 등재 당시부터 문제로 지적됐다. 성 힐라리온 수도원(텔 움 아메르)은 가자지구 무력 분쟁으로 직접 피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요르단의 예루살렘 구시가지와 성벽은 역사적 진정성 손실 우려로 1982년 지정됐다. 예루살렘의 정치적 지위를 둘러싼 분쟁도 지금껏 해소되지 않은 배경 요인이다. 레바논의 라시드 카라미 국제박람회장(트리폴리)은 관리 부실과 재정난이 겹쳐 2023년 세계유산 등재와 동시에 지정됐다.
아프리카에서도 분쟁이 주된 위협 요인이다. 콩고민주공화국의 가람바·카후지-비에가·오카피·비룽가는 내전과 무장세력 활동, 밀렵 등으로 코끼리와 고릴라 서식지가 큰 타격을 입었다. 말리의 팀북투·아스키아 영묘는 2012년 무장단체의 영묘·사원 파괴로 위험에 처했다. 젠네 옛 시가지도 2016년 치안 불안으로 보존 조치가 지연되면서 건축자재 훼손과 도시화 문제가 방치된 상황이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마노보 군다 세인트 플로리스 국립공원은 내전과 중무장 밀렵꾼들로 대형 야생동물 80%를 잃었고, 니제르의 아이르와 테네레 자연보호구역도 무장세력 활동으로 접근과 관리가 사실상 중단됐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오데사 역사지구가 2023년 1월, 키이우 성소피아 대성당과 관련 수도원 건물, 리비우 역사지구가 같은 해 9월 각각 목록에 포함됐다. 모두 러시아의 침공과 미사일 공격 위험이 이유였다.
케냐의 투르카나호 국립공원군은 에티오피아의 기베Ⅲ댐 건설로 호수 수위와 생태계가 급변할 위기에 놓여 있고, 탄자니아의 셀루스 동물보호구역은 코끼리 밀렵과 대형 댐 건설에 따른 벌목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코트디부아르와 기니가 공유하는 니앙바산 자연보호구역은 1992년 국제 컨소시엄의 철광 채굴 광구 제안과 라이베리아 난민의 대규모 유입이 위협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남미에서는 페루의 찬찬 고고 유적지대가 우기 폭우와 엘니뇨 현상으로 1986년 등재 때부터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볼리비아의 포토시는 세로 리코 산의 통제 불가능한 채굴 작업으로 산 자체가 붕괴할 위험에 놓여 있다. 온두라스의 리오 플라타노 생물권보전지역은 불법 벌목과 밀렵, 토지 무단 점유로, 멕시코의 캘리포니아만 제도 및 보호구역은 불법 자망어업으로 토토아바를 남획하는 과정에서 바키타돌고래가 혼획돼 각각 목록에 포함됐다. 파나마의 카리브해 연안 요새는 환경 요인과 관리 부실, 무분별한 도시 확장이, 베네수엘라의 코로와 그 항구는 반복되는 폭우와 홍수 피해가 훼손으로 이어졌다.
아시아태평양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의 두 유산이 도마 위에 올랐다. 2001년 탈레반이 대형 석불을 폭파해 유산 자체가 파괴된 바미얀 계곡의 문화경관·고고 유적과 관리체계 부재와 내전, 도굴, 하천 범람 등으로부터 위협받는 잠의 첨탑과 고고 유적이다.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열대우림 유산은 불법 벌목과 농지 전환, 밀렵 등으로 서식지가 크게 축소됐다. 미크로네시아연방의 난마돌은 수로 퇴적에 따른 맹그로브 과잉 성장과 해수면 상승이, 솔로몬제도의 동렌넬은 원주민 공동체의 관리 역량 한계가 각각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샤흐리샵스 역사지구는 관광 인프라의 과잉 개발이 진정성을 훼손한다고 평가받는다.
유럽과 북미 유산들의 원인은 대부분 개발압력이다. 오스트리아의 빈 역사 지구는 도심 인근 고층 호텔 건설계획이 스카이라인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루마니아의 로시아 몬타너 광산 경관은 대규모 노천 금광 채굴이 재개될 수 있어 우려를 모은다. 세르비아가 관할권을 주장하는 코소보 중세 유적군은 정치적 불안정에 따른 관리·모니터링의 어려움이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의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은 수질 악화와 습지 축소, 외래종(버마왕뱀 등) 유입 문제 등으로 목록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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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기에서 몇 곳이 해제되거나 추가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세계유산위원회가 최근 회기에서 리비아 가다메스를 비롯한 여러 유산의 해제를 추진해온 만큼, 개선이 확인된 곳의 해제 여부가 논의될 수 있다. 최종 결과는 회기가 진행되는 20일 이후 위원회 결정문을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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