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촉각신경 자극하자 통증 신호 약화
전기·진동 활용한 새 치료법 기대

상처를 낫게 하는 약이나 별다른 처치를 하지 않았는데도 따뜻한 손으로 살며시 쓰다듬으면 어느새 아이의 울음이 잦아들게 했던 엄마 손이 실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 측은 오랫동안 사랑과 위로의 힘으로만 여겨졌던 이른바 '엄마 손'에 실제 신경학적 근거가 있다고 발표했다.

"호, 해줄게"가 괜한 말 아니었다…엄마 손에 담긴 신경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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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 규슈대 연구를 인용해 쓰다 마코토 규슈대 주간교수와 스에토 다이치 대학원생 등이 참여한 연구진이 피부 접촉 신호를 척수로 전달하는 감각신경 가운데 통증 억제에 관여하는 특정 신경 집단을 쥐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전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오는 19일까지 게재될 예정이며, 논문 제목은 '쥐의 통증 방어 대처 행동을 통해 통증 완화를 매개하는 일차 구심성 감각신경 집단'이다.

특정 감각신경 없애자 통증 행동 3배 증가

사람이나 동물은 몸을 다치면 본능적으로 아픈 부위를 만지거나 문지르듯이, 쥐 또한 발바닥에 통증 자극을 받으면 해당 부위를 반복해서 핥았다. 침에 포함된 물질이 상처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혀가 피부에 계속 닿는 '접촉 자극' 자체가 통증을 줄이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쥐의 감각신경 중 'Npy2r-Cre 신경'으로 구분되는 특정 하위 집단에 주목했다. 이는 뉴로펩타이드 Y 수용체 2 유전자의 조절 영역을 이용해 실험용 쥐에서 표시한 감각신경 집단이다. 연구팀이 이 신경 집단을 제거한 뒤 발바닥에 통증 자극을 가하자 쥐가 발을 핥는 시간이 많이 늘어났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상 쥐보다 약 3배 길었다.

반대로 해당 신경만 선택적으로 자극하자 발을 핥는 시간은 기존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피부에서 발생한 통증 신호가 척수에서 뇌로 전달되는 과정도 약해졌다. 연구팀은 쥐가 상처를 핥을 때 생기는 접촉 신호가 이 감각신경을 활성화하고, 이 신호가 척수의 통증 전달 회로에 일종의 '브레이크'를 거는 것으로 분석했다.

'통증의 문'을 닫는 촉각 신호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과 접촉을 감지하는 신경은 서로 다른 경로를 이용한다. 피부에서 시작된 통증 정보는 척수 신경세포를 흥분시킨 뒤 뇌에 도달해 '아프다'는 감각을 만든다. 이때 접촉 신호가 함께 들어오면 척수에 존재하는 억제성 신경회로가 활성화돼 통증 정보의 전달이 줄어들 수 있다.

이는 1965년 제시된 '통증 관문조절설'과 맞닿아 있다. 국내 대한신경과학회 학술자료에서도 굵은 비유해성 감각신경을 통해 들어온 촉각 정보가 척수의 억제성 신경세포를 활성화해 통증 전달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이는 1965년 제시된 '통증 관문조절설'과 맞닿아 있다. 국내 대한신경과학회 학술자료에서도 굵은 비유해성 감각신경을 통해 들어온 촉각 정보가 척수의 억제성 신경세포를 활성화해 통증 전달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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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1965년 제시된 '통증 관문조절설'과 맞닿아 있다. 국내 대한신경과학회 학술자료에서도 굵은 비유해성 감각신경을 통해 들어온 촉각 정보가 척수의 억제성 신경세포를 활성화해 통증 전달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픈 부위를 문지르거나 경피신경전기자극치료(TENS)를 이용하는 원리 역시 이 이론으로 일부 설명된다.


앞서 2017년 국제학술지 뉴런(Neuron)에도 낮은 역치의 기계수용기, 즉 가벼운 접촉을 감지하는 신경을 통증 신경과 동시에 활성화하면 쥐의 급성 기계적 통증 반응이 줄어든다는 연구가 실린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여기서 더 나아가 동물이 아픈 부위를 핥는 것과 같은 '자신을 달래는 행동'에서 통증 완화를 매개하는 감각신경 집단을 구체적으로 좁혀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전기·진동으로 '약손 효과' 구현할까

규슈대 연구진은 앞으로 쥐에서 확인된 감각신경과 같은 기능을 하는 신경 집단이 사람에게도 존재하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특정 신경을 효과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면 전기나 진동, 압력 등을 이용해 부상이나 주사, 치료 과정에서 통증을 줄이는 의료기기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어디까지나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이다. 엄마가 손을 대면 모든 통증이 사라진다거나, 손으로 문지르는 행동이 진통제나 치료를 대신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사람이 느끼는 통증에는 말초신경과 척수뿐 아니라 불안, 기억, 주의, 정서적 안정감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연구진도 손길이 통증 자체에서 관심을 돌리거나 상대에게 보호받고 있다는 안도감을 줌으로써 통증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접촉 신호에 의한 직접적인 신경 억제뿐 아니라 이러한 심리·정서적 작용도 함께 규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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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교수는 "예로부터 '손을 대 치료한다'는 의미의 '테아테(手?て)'라는 말이 있듯, 우리는 아픈 곳을 만지면 통증이 줄어든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단순한 접촉이 통증을 완화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메커니즘 가운데 하나를 밝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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