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호이 전 스페인 총리 "프랑스인 없다" 파문
야말·이글레시아스·쿠바르시, 프랑스 팀 감싸
스페인, 야말 PK 유도로 프랑스 꺾고 결승행
스페인 전 총리가 월드컵 준결승 상대인 프랑스 대표팀을 겨냥해 "프랑스인이 없다"고 쓰면서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의 라민 야말(19)과 동료들이 목소리를 냈다.
연합뉴스는 14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을 인용해 "스페인 대표팀 야말이 준결승 전날 기자회견에서 마리아노 라호이 전 총리의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모로코 출신 아버지와 적도기니 출신 어머니를 둔 야말은 처음에는 즉답을 피하며 "내일 우리는 월드컵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경기 중 하나를 치를 거라고 생각한다"며 "굳이 더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축구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사람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라며 "그 점에서 프랑스보다 더 좋은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역시 사회 통합의 모범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축구란 그런 것"이라며 "다른 사람이 한 말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동료들은 더 직설적이었다. 공격수 보르하 이글레시아스는 지난 12일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이런 종류의 발언에 대해 더 신중해야 한다"며 "다문화 사회가 된 지금 우리가 아직도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놀랍다. 사람은 모두 다르고 바로 그 다양성이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했다.
수비수 파우 쿠바르시도 현지 인터뷰에서 프랑스 대표팀을 옹호했다. 그는 "프랑스 국가대표팀에서 뛰는 선수라면 피부색과 상관없이 결국 프랑스인"이라며 "우리는 피부색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관용을 보여야 한다. 왜냐면 우리는 모두 존중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발단은 마리아노 라호이 전 스페인 총리가 자국 매체 '엘데바테'에 실은 칼럼이다. 그는 벨기에를 꺾은 스페인의 8강전을 짚은 뒤 다음 상대인 프랑스에 대해 "프랑스는 최고 수준의 선수단을 갖췄다. 다만 프랑스인은 없다. 그리고 아주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대표팀에 흑인과 이민자 가정 출신 선수가 많다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읽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장노엘 바로 외교부 장관은 자국 방송에서 "프랑스에는 피부색이 없다"며 "그와 다르게 말하는 것은 어리석거나 인종차별적이거나 둘 다"라고 말했다. 로랑 누녜스 내무장관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고, 오로르 베르제 차별철폐 담당 장관은 "반복되는 인종차별적 실언은 견디기 어렵다"며 "이제 멈추고 스포츠가 다시 스포츠가 될 때"라고 밝혔다.
스페인에서도 정쟁으로 번졌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직도 성이나 출생지, 피부색으로 소속을 재는 사람들이 있다"며 "스페인은 나라를 사랑하고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사람의 것이지, 외국인 혐오 발언으로 나라를 부끄럽게 하는 사람의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라호이 전 총리는 발언의 맥락이 잘려 나갔다는 입장이다. 스페인 일간 '엘문도'에 따르면 그는 "이번 표현이 정치권과 언론이 키운 사소한 사안이며 악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날 스페인과 프랑스의 경기가 끝난 뒤에는 직접 반박에 나섰다. 그는 '엘데바테'에 새 칼럼을 싣고 "여러분은 제가 어떤 사람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이라며 "비바 에스파냐! 우리가 또 이겼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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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스페인은 이날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프랑스를 2-0으로 눌러 결승에 올랐다. 전반 22분 야말이 페널티 지역에서 뤼카 디뉴에게 걷어차이며 얻은 페널티킥을 미켈 오야르사발이 성공시켰고, 후반 13분 페드로 포로가 쐐기를 박았다. 스페인은 오는 19일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의 준결승 승자를 상대로 우승을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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