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구업체 돌려가며 '먹튀'…계약금 챙기고 연락 두절
확인된 피해액만 최소 1억3000만원 상당
수사 중에도 다른 업체 명의 빌려 영업
특정 가구업체들이 전국 가구 박람회를 돌며 계약금만 챙긴 뒤 잠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동일한 업주들이 운영해온 이 업체들은 수사가 시작된 뒤에도 다른 업체 명의를 빌려 박람회에 참가하는 등 영업을 계속했고 실제 가구나 환불을 받지 못한 피해자가 늘어났다.
16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북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박인우)는 사기 혐의로 가구업체 대표 A씨를 수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범행 경위와 여죄 등을 수사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앞서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지난 5월 A씨를 불구속 송치했다.
수사 당국과 복수의 피해자에 따르면 A씨는 동업 관계로 알려진 B씨와 지난해부터 여러 가구 박람회를 통해 영업하면서 계약금만 받고 물건은 배송하지 않은 채 잠적한 혐의를 받는다.
현재 A씨와 B씨에 대해 전국 각지에서 고소장이 접수되면서 서울 구로경찰서, 서울 동대문경찰서, 부산 북부경찰서, 광주 광산경찰서 등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피해자는 43명, 합계 피해액은 최소 1억3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개별 피해액은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른다. A씨 등은 씨○○○, 알○○○, 알○○○○ 등 서로 다른 업체명으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최소 12곳의 가구 박람회에 참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3개 업체는 모두 경기 용인시에 위치해 있다. 1곳은 애초 B씨가 대표였지만 폐업 신고를 거쳐 A씨가 대표로 다시 등록됐다. 나머지 2곳은 B씨가 대표로 있으며 이메일과 등록 주소지가 동일했다. B씨가 대표로 있는 한 업체는 과거 A씨가 대표인 업체가 런칭한 브랜드로 홍보됐다.
한국소비자원에도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관련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면서 이들 업체에 의한 피해 사실이 확인됐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해당 업체들 명의로 사건 접수가 많이 됐다"며 "(A씨와 B씨) 두 사람의 이름을 파악하고 있으며 모두 같은 업체인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소비자원의 조치는 강제력을 갖지 못한다. 합의를 권고한 뒤 확인된 위법사실을 용인시 등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는 데 그친다. 전국적으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개별 사건으로 보면 소액 사기에 해당하다 보니 경찰 차원에서도 대응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A씨 등은 일부 사건이 검찰에 넘겨진 뒤인 이달 초까지도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박람회 등에서 영업을 강행했다. 앞선 행각으로 업계에서 논란이 되면서 해당 박람회에 기존 브랜드명으로 참가하기 어려워지자, 타 업체 명의를 빌려 영업에 나선 것이다. 당시 박람회에서 상호를 함께 쓴 업체 관계자는 "부스 운영비 등을 반반씩 부담해 공간을 나눠 쓰기로 했을 뿐 그들과 전혀 무관하다"며 "당시 일로 엄청난 피해를 보고 경찰에 고발 조치까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불어나면서 일부 박람회 주최 측에서는 자체적으로 손실을 배상한 뒤 A씨 등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달 초 A씨 등의 업체가 타 업체 상호로 참여했던 박람회 주최 측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환불되지 않은 금액의 절반을 현금으로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미스러운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지 못하고 피해를 입으신 고객들께 책임을 통감한다"며 "해당 업체들은 연락 두절 상태로 고객들의 피해 복구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피해자들은 오픈채팅방 등을 만들어 피해 사례를 공유하는 등 자체적으로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소액 사기로 분류돼 수사가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피해 규모를 최종적으로 합산한 뒤 단체로 고소전에 나서는 방안도 거론된다.
올해 3월 300만원 상당의 계약금을 내고 가구를 받지 못한 주모씨(50)는 "소비자 입장에선 박람회라는 점을 신뢰하고 구매하는데 이런 업체가 들어와서 피해가 발생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5월 208만원을 뜯긴 김모씨(30)는 "신혼 가구를 마련하기 위해 침대부터 소파, 식탁까지 한 번에 구매하려 방문했고 박람회라는 점을 믿었는데 오만이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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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는 해당 업체들과 A씨, B씨 등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통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B씨가 대표로 있는 한 업체는 이날 일부 피해자에게 문자로 "배송 또는 환불 지연으로 심려 끼쳐 죄송하다"며 "제품을 수개월 기다렸을 고객님께 제품을 드릴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해 계좌를 보내주면 일요일(19일)까지 환불을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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