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인플레 책임은 Fed…AI는 가장 중대한 변화"
Fed '체제 변화' 예고
6월 CPI 둔화에 "미션 완수 아냐"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예상보다 크게 둔화한 6월 소비자물가에도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하기는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워시 의장은 지속해서 높은 물가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통화정책 소통과 대차대조표, 데이터 활용 방식 등을 전면 재검토하는 이른바 Fed의 '체제 변화'도 예고했다.
워시 의장은 14일(현지시간)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오늘 아침 발표된 지표를 보고 일부는 '임무를 완수했고 모든 것이 괜찮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내 견해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날 미국 노동부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4%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월 대비 보합에 머물며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그러나 워시 의장은 한 달치 물가 지표만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 위원들은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물가 안정을 회복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워시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최종 책임이 Fed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선택의 문제"라며 "지금은 책임을 다른 곳으로 떠넘길 때가 아니다. Fed는 물가 안정을 달성할 수 있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분쟁과 관세 등 Fed가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이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이유로 중앙은행이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가했다.
금리 경로 발언은 신중…독립성 재차 강조
다만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워시 의장은 Fed가 향후 정책 방향을 지나치게 사전 예고할 경우 정책 당국자들이 자신의 기존 전망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인간"이라며 "정책을 올바르게 결정하기 위해서는 소통에 있어 다소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시장에 향후 금리 경로를 미리 제시하는 기존의 포워드 가이던스를 줄이겠다는 워시 의장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시 의장은 Fed의 독립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하더라도 경제 지표에 따라 독립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Fed의 독립성은 "신성불가침"이라며 "법을 따르고 데이터를 따르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워시 의장이 추진 중인 Fed 개혁 구상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워시 의장은 "정책에는 체제 변화가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잘 작동한 관행과 그렇지 않은 관행을 새롭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이후 Fed의 대외 소통 방식과 약 7조달러 규모의 대차대조표, 경제 데이터 수집 방식, 생산성과 고용, 인플레이션 분석 체계 등을 재검토하기 위한 5개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워시 의장은 이들 TF가 연말까지 구체적인 결론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진단했으며, 인공지능(AI)에 대해서는 미국 경제의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핵심 변수로 평가했다.
그는 AI를 "내 성인기 동안 미국 경제에 나타난 가장 중대한 변화일 수 있다"며 "엄청난 기회"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건설과 AI 장비·소프트웨어 수요가 기업 투자를 크게 끌어올리고 있으며 첨단기술 관련 지출이 지난 1년간 약 25% 증가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다만 AI가 실제 생산성 향상과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월별, 분기별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고 밝혔다. 상승률은 5월(4.2%)보다 크게 둔화했고,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3.8%)도 밑돌았다. 전월 대비로는 0.4% 하락해 시장 예상치(-0.2%)보다 큰 폭으로 내렸다. 전월 대비 하락 폭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인 2020년 4월(-0.8%) 이후 6년 만에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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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올라 지난 5월(2.9%)보다 상승률이 둔화했다. 전월 대비로는 보합에 머물렀다. 시장에서는 이날 발표된 6월 CPI 둔화로 Fed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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