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하는데 약간의 편중이 있는 것 같습니다. 본인의 노후를 대비한, 그런 감정이 약간 들어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람이 그런 게 없을 수가 없죠."(이재명 대통령)
"아이고, 죄송합니다."(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14일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오간 대화다. 구 부총리가 이날부터 정부가 진행키로 한 토론회에서 세제 분야 쟁점을 설명한 후 딱딱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대통령이 뼈있는 농담을 건넸다. 구 부총리는 서울 강남의 신축 아파트를 갖고 있다. 재건축 이전부터 보유하던 집인데 공직자 재산등록에 신고한 공시가격은 15억원. 같은 평형의 최근 실거래가는 46억원이다. 초고가 주택에 대해 세금 부담을 지금보다 높일지를 두고 16일 토론회에서 다룰 텐데, 꽤 비싼 축에 속하는 집을 가진 구 부총리로선 겸연쩍을 법했다.
주변 참석자 대다수가 다 같이 웃어넘긴 걸 보면 아이스브레이킹 차원에서 꺼낸 얘기이겠거니 여겼는데, 뒤이어 초고가 주택 기준금액을 논할 때 총리의 반응도 어색하긴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이 즉석에서 온라인 댓글로 초고가 주택 기준을 얘기해보자고 하니 20억원이라는 의견이 많이 올라왔다.
이 대통령이 "20억원(으로) 하면 큰일 날 것 같은데"라고 하자 바로 옆에 있던 한성숙 국무총리는 "제가 드릴 말씀은 없는 것 같다" "집 한 채 있는데 20억원이 넘는다"고 했다. 부끄러운 일을 하다 들킨 듯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다주택자였던 한 총리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삼청동 단독주택 한 채만 남기고 다 처분했다. 사무실을 합쳐 공시가격이 20억원이니 시세는 40억원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대통령은 그간 여러 채널에서 집을 여러 채 갖고 있거나 비싼 집에 사는 걸 비난하지 않았다. 문제가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재산상 유리하도록 제도를 만든 이가 잘못이라고 콕 짚은 적도 있다. 부동산 정책라인에서 다주택자를 제외한 것도 그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총리나 부총리에게 넌지시 고가주택 얘기를 꺼낸 것도 당사자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어도 신경 써서 잘 검토해 보라는 무언의 압박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중이 제 머리도 잘 깎을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라는 얘기다.
기실 비싼 집에 살든, 여러 채를 갖고 있든 당사자가 규정을 어긴 게 아니라면 미안할 일도, 타박받을 일은 더더욱 아니라고 본다.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연립주택 수백 채를 갖고도 세금 부담이 거의 없는 예를 들며 분노할 만한 일이라고 했다. 공감하지 않는다. 화를 낼 게 아니라 잘잘못을 따져보고 잘못됐다면 제도를 고쳐나가면 된다. 감정 섞인 편 가르기보다는 정교한 정책 설계가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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