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종합대책 앞두고 국토부·학계 등 60명 참석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할 부동산 종합대책을 앞두고 국민 의견 수렴에 나선 첫 토론회에서 정부의 수요 억제용 대출 규제가 주택 공급을 오히려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잇달아 나왔다. 재개발·재건축과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현장에서는 이주비 대출이 막혔고, 비아파트 신축·등록임대 사업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0% 규제로 매입 자금을 구하기 어렵다는 호소가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14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김윤덕 장관과 김이탁 1차관 등 국토부 관계자, 학계·업계·언론계·시민사회 전문가, 청년·신혼부부를 비롯한 일반 시민 등 약 60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 경청 토론회'를 열었다. 의제는 총 7개로, 비아파트 공급 회복과 재개발·재건축, 도심 공공택지, 공공분양·임대 비율, 임대주택 다변화, 청년·신혼부부 주거비, 도시·건축 규제였다.

"수요 억제가 공급까지 막아"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4일 서울 중구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 경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4일 서울 중구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 경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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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가 가장 먼저 문제 삼은 것은 자금 조달이었다. 집값을 잡기 위해 주택매매·임대사업자의 담보대출을 제한한 조치가 비아파트 신축 자금까지 막고 있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강경훈 진경건설 대표는 "9·7 대책 이후 주택매매업자와 임대사업자의 LTV가 0%로 제한됐는데, 신축 공급을 담당하는 주택신축판매업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며 "잔금 전에 근린생활상가로 용도를 임시 변경하거나 저축은행에서 며칠 단위로 급전을 쓰는 식으로 겨우 사업을 굴리고 있다"고 했다. 강 대표는 "주택을 사들여 보유하려는 사업자와 철거한 뒤 새 주택을 공급하려는 사업자를 구분해야 한다"며 "주택신축판매업자에게 적용하는 LTV 0%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했다.

임대사업자 쪽도 자금 조달길이 좁아졌다. 서울시 부동산정책개발센터 정책팀장은 "서울에는 등록 민간 임대주택이 40만7000가구 있고, 이 중 34만 가구가 오피스텔·빌라·다세대 등 비아파트"라며 "청년·신혼부부·사회초년생이 사는 주택인데 LTV 0% 규제로 신규 취득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했다. 이어 "건설업자가 짓고 매입형 임대사업자가 받아줘야 선순환이 되는데, 그 고리가 끊겼다"고 했다. 아파트는 2020년 7·10 대책 이후 임대 등록이 이미 막혀 있고, 남은 비아파트 등록 임대까지 위축되면 제도권 임대 물량 자체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김용진 대한토지신탁 리츠1본부장은 "임대주택은 준공 뒤 10년 넘게 운영해야 하는데, 국내에는 장기 고정금리로 대출해 주는 은행이 단 한 곳도 없다"며 "생명·손해보험사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받아 13년짜리 대출을 해주고 있지만 그 금리도 5%를 넘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주택저당증권(MBS) 30년 고정금리 제도를 참고해 장기·저리 자금 공급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HUG의 임대사업자 보증 심사 대기 물량도 병목이 되고 있다. 김 본부장은 "HUG 기금 투자 심사를 통과해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데, 현재 대기 수요만 약 2만 가구에 달한다"며 "이 부분부터 신속하게 풀어주면 공급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정비사업 현장에서도 대출 규제로 이주비 마련이 어렵다는 호소가 나왔다. 도심 복합 사업을 진행하는 서울 신길2구역의 김명희 위원장은 "재개발·재건축·도심복합사업은 모두 기존 거주자의 이주가 끝나야 철거하고, 철거가 끝나야 착공이 가능하다"며 "이주하려면 임시 거처 전세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실제로 이주비 대출을 해주겠다는 금융기관이 없어 많은 사업장이 이주가 지연될 위기에 놓였다"고 했다.


그는 "이주비 대출은 투기가 아니라 이주를 위해 기존 자산을 담보로 받는 생계형 대출로 봐야 한다"며 "정부가 도심복합사업을 획기적 신속 공급 수단이라고 하면서, 정작 사업이 굴러가는 데 꼭 필요한 자금줄을 막은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사업 지연 여파로 서울 서초구 신반포22차 평당 공사비는 2017년 569만원에서 2023년 1300만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수요 억제책 상징인 규제지역 제도를 두고는 찬반이 갈렸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중첩 적용되면서 정비사업과 주택공급에 어려움을 주고, 풍선효과로 규제가 옆으로 확산되는 부작용만 크다"며 "실수요자를 위해 공급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면 재검토하거나 새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강남구와 용인 기흥구가 똑같은 규제를 받는 상황"이라며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주거가 불안정해져선 안 된다"고 거들었다.


반면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2월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풀자 1분기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4억원을 넘었다"며 "규제지역을 쉽사리 해제할 때의 부작용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민원의 장' 유감…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넘도록 주거복지 로드맵 없어"

14일 서울 중구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 경청 토론회 모습. 국토교통부

14일 서울 중구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 경청 토론회 모습.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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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복지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공급자 중심의 규제 완화 요구를 비판했다. 최은영 소장은 "민간 개발과 공공 개발에 똑같이 용적률 혜택을 달라는 등 토론회가 사업자들의 민원의 장으로 전락했다"며 "이 자리에 세입자 목소리가 얼마나 있는지 유감"이라고 했다. 최 소장은 이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넘도록 주거복지 로드맵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공공임대와 공공분양 비율을 어떻게 설정할지 정부 안(案)도 없이 의견만 묻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최하은 민달팽이유니온 활동가는 "2024년 주거실태조사 결과 청년의 82.6%가 세입자로 살고 있고, 청년 세입자는 최저임금의 31%를 주거비로 쓰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 국민이 세입자로 사는 현실을 감안해 세입자 보호를 중심에 놓고 주택 공급 정책을 짜야 한다"고 했다.


이번 토론회는 국토부(공급)를 시작으로 금융위원회(금융), 재정경제부(세제)가 사흘 연속 이어가는 릴레이 토론회 첫 순서로, 논의 결과는 오는 23일 대통령 주관 토론회를 거쳐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에 반영된다. 김윤덕 장관은 마무리 발언에서 "장관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게 주택 문제 같다"며 "여러분 의견을 잘 정리해서 전달할 것이고, 국토부 공무원들과 머리를 맞대어 '부동산 망국'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그나마 (상황을) 좀 더 진전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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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가 토론회 좌장을 맡았다. 이후빈 강원대 교수, 박천규 국토연구원 주택·부동산연구본부장,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서미숙 연합뉴스 부장,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 김진수 JD종합건설 대표, 김용진 대한토지신탁 리츠1본부장, 최하은 민달팽이유니온 활동가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 당국자들은 발언 없이 참석자들 의견만 청취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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