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일자리·금융이 도시 경쟁력 좌우
대규모 주택공급만으로 도시 성장 한계

편집자주우리나라 국민의 자산 70%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습니다. 집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이자, 가장 가깝고 아늑한 곳입니다. 집에 묶여 살면서 집을 사고파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전해드립니다. 아시아경제는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과 함께 필요한 지식을 채워드리기 위해 3주에 한 번씩 [집테크]를 싣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폴리스는 생존을 위해 생겨났지만, 훌륭한 삶(EuZen)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인간은 공동체 안에서만 자신의 가능성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을 '폴리스적 동물(zoon politikon)'이라고도 정의했다. 수천 년 전 철학자의 이 한 문장은 지금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도 놀라울 만큼 유효하다.


대한민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4년 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20%를 넘어섰고,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인구 감소는 이제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문제는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특정 도시로 더욱 빠르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남산 N타워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전경. 연합뉴스

서울 남산 N타워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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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의 국내 인구이동 통계를 보면 청년층 이동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여전히 직업이다. 결국 일자리가 있는 곳으로 사람이 이동하고, 사람이 모이는 곳으로 소비와 서비스가 집중되며, 자본은 다시 그 도시를 향한다. 인구 감소 시대일수록 모든 도시가 함께 성장하는 시대는 끝나고, 선택받는 도시만 성장하는 양극화가 심화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자급자족은 오늘날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 폴리스의 자급자족이 정치와 군사였다면, 현대 도시의 자급자족은 사람(인구), 산업(일자리), 금융(자본)이라는 세 개의 축으로 완성된다.

이 세 요소는 각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끌어당기면서 더욱 시너지를 내게 된다. 산업이 생기면 일자리가 늘고, 일자리가 늘면 사람이 유입된다. 인구가 증가하면 주거와 상권이 성장하고, 금융기관과 투자자본이 몰린다. 금융이 다시 기업과 개발을 지원하면서 도시 경쟁력은 더욱 강화된다. 결국 현대 도시의 경쟁력은 인구·산업·금융이 얼마나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가에 달려 있다.


실제로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도 이러한 공식은 반복되고 있다. 서울 강남권은 물론 판교, 마곡, 광교, 평택 고덕, 용인 플랫폼시티 등은 단순히 새 아파트가 많아서 성장한 것이 아니다. 첨단산업과 대기업, 연구개발(R&D) 기능이 먼저 자리 잡았고, 이후 인구가 유입되면서 금융과 상업 기능이 확대됐다. 반대로 대규모 주택공급만으로 조성된 일부 신도시는 시간이 지나면서 미분양과 상권 침체를 겪기도 했다. 공급만으로는 도시가 완성되지 않는다.

이는 부동산 투자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많은 투자자는 공급량과 금리 변화에 집중하지만 장기적으로 자산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도시의 생태계다. 앞으로 좋은 부동산은 단순히 입지가 좋은 곳이 아니라 인구를 끌어들이는 산업이 있고, 자본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도시에서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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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좋은 삶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의미하지 않았다. 그가 말한 행복은 공동체 속에서 인간의 덕과 삶의 완성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통찰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람은 혼자 번영하지 못하고, 도시 역시 혼자 성장하지 못한다. 사람과 산업, 금융이 서로 연결되는 공간만이 지속 가능한 번영을 만든다. 축소의 시대일수록 부동산은 개별 단지가 아니라 도시를 보는 안목이 중요하다. 앞으로의 시장에서는 어떤 도시가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갖추고 있는지를 읽어내는 안목이 장기적인 자산 판단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KB국민은행 스타자문단 김효선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집테크]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좋은 삶', 그리고 오늘의 부동산 원본보기 아이콘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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