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대 수용·순천대 거부…통합 사실상 파국
의대·대학병원 배치 갈등 끝내 접점 못 찾아
남은 선택지는 극적 합의 또는 개별 신청

전남·광주 지역의 최대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였던 국립 의과대학 신설 및 대학병원 설립이 다시 중대 고비를 맞았다. 국립의대 설립을 전제로 추진돼 온 목포대학교와 순천대학교의 통합이 사실상 무산 수순에 들어가면서다.


민형배 전남·광주 통합 특별시장 인수위원회인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가 제시한 마지막 절충안을 순천대가 받아들이지 않자 인수위는 14일 "추가 중재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양 대학의 자율 합의만 남겨둔 상태지만, 남은 시간이 불과 며칠에 불과해 극적인 타결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대학 통합 실패를 넘어 약 36년간 이어진 서부권 의대 유치 운동과 동부권 의료 인프라 확충 요구, 그리고 전남·광주 통합 특별시 출범 이후 첫 권역 갈등이 정면충돌한 결과라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

목포대 순천대 전경.

목포대 순천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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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갈등의 핵심 '의대와 대학병원'

목포대와 순천대는 지난해 11월 국립의대 신설을 전제로 대학 통합에 합의했다. 당시만 해도 양 대학이 힘을 합치면 전국 의대 신설 공모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정작 핵심인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배치 문제에서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목포권은 1990년대부터 의료 취약지 해소를 위해 의대와 대학병원 설립을 요구해 왔다. 섬 지역이 많은 서남권 특성상 중증 환자가 광주나 수도권으로 이동해야 하는 현실을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다. 순천권은 인구 규모와 여수국가산단의 산업재해 위험성, 동부권 의료 수요 등을 근거로 대학병원과 의대 모두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양측 모두 나름의 명분을 갖고 있었지만, 문제는 하나뿐인 국립의대를 어디에 둘 것인 거였다. 인수위는 최종적으로 목포에 통합 대학 본부와 의대를 설치하고, 순천에는 500병상 규모 대학병원을 우선 건립한 뒤 향후 목포에도 대학병원을 추가 설립하는 '1대학 2 병원' 방안을 제안했다.


목포대는 이를 수용했지만, 순천대는 거부했다. 순천대 입장에서는 대학 본부와 의대가 모두 목포에 들어갈 경우 순천 캠퍼스가 사실상 지역 분교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의대 없는 대학병원만으로는 지역 발전 효과와 대학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중재 종료…사실상 통합 실패 수순

문제는 시간이다. 인수위에 따르면 통합 국립의대가 2030년 개교하려면 이달 20일까지 교육부에 대학 통합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8월에는 의대 정원 배정을 위한 공모 절차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양 대학이 남은 며칠 안에 다시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인수위가 사실상 손을 떼면서 협상 동력도 급격히 약화했다.


박향 대전환기획위원회 보건복지원장은 이날 "특정 대학의 추가 요구를 반영한 새로운 중재안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사실상 "합의하지 못하면 책임은 대학이 져야 한다"는 최후통첩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지난 9일 남악청사에서 진행된 타운홀미팅 행사에서 13일까지 목포대와 순천대 의대통합 논의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엔 손을 떼겠다"고 발언했다. 심진석 기자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지난 9일 남악청사에서 진행된 타운홀미팅 행사에서 13일까지 목포대와 순천대 의대통합 논의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엔 손을 떼겠다"고 발언했다. 심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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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피해자는 지역민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지역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목포시와 목포시의회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서부권 주민들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36년 숙원이 또다시 결실을 맺지 못했다"고 반발했다. 김원이 국회의원도 "목포시민의 36년 염원이 순천대의 억지로 좌초 위기에 처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동부권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순천과 여수, 광양 역시 상급 종합병원 부족 문제를 오랫동안 제기해 왔다. 여수산단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대응체계 구축 요구도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이번 파행으로 다시금 안갯속으로 상황이 몰렸다.


결과적으로 서부권과 동부권 모두 의료 인프라 확대를 원하고 있지만, 의대와 대학병원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둘러싸고 제로섬 경쟁을 벌인 셈이 됐고, 그 피해는 온전히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앞으로 가야 할 길 어디로~

두 대학 통합이 무산된 이후 지역 내에선 여러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


우선 이달 20일 전 극적인 합의를 통해 대학 통합과 의대 설립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이다.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양 대학이 개별적으로 의대 신설 공모에 참여하거나, 여타 다른 대학이 참여하는 방안도 가능성은 있다. 다만 교육부가 당초 정원 100명의 통합대학을 전제로 추진한 사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선정 가능성은 꽤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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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 통합 특별시 관계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있었지만, 워낙 지역 간 학교 간 생각의 차이가 컸던 것 같다"며 "현재로선 뚜렷한 대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 재공모가 이뤄진다면 또 상황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전에 뭔가 돌파구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호남취재본부 심진석 기자 mour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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