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전시]마를론 봅스트 개인전 'SIX LOVE'·키미작 개인전 'Moon Took 문득, 발견의 순간' 外
성은 개인전 'Fragments of Flavor: 풍미의 파편'
맛은 사라진 뒤에 더 또렷해질 때가 있다. 성은의 개인전 'Fragments of Flavor: 풍미의 파편'은 혀끝에서 지나간 감각이 기억 속에서 색과 선, 질감으로 되살아나는 과정을 따라간다. 화면에는 반복되는 가는 선과 작은 색면이 촘촘히 놓인다. 단맛, 신맛, 짠맛, 쓴맛처럼 구분되는 미각은 작가의 캔버스에서 서로 스며들고 겹치며 하나의 추상적 리듬이 된다. 맛을 그린다기보다, 맛이 지나간 뒤 남은 감각의 잔향을 시각으로 번역하는 작업에 가깝다.
작가는 아크릴 물감과 겔 미디엄, 모래 등을 사용해 표면의 두께와 촉감을 조절한다. 매끈한 줄무늬와 거친 물성, 얇게 번지는 색면과 두껍게 올라온 표면은 기억의 층위를 만든다. 'Starting with the Four Basic Tastes Sweet'에서 밝은 줄무늬 위로 흩어진 알약 같은 형상들은 단맛의 가벼운 유혹과 인공적 감각을 함께 떠올리게 하고, 'Bitterness in Peanut Butter'의 빽빽한 색띠는 달콤함 속에 남은 쌉싸래한 여운을 압축한다. 전시는 사라진 맛을 재현하지 않고, 그 맛이 몸과 기억에 남긴 파편을 붙든다. 7월 16일까지, 서울 강남구 갤러리한결.
키미작 개인전 'Moon Took ? 문득, 발견의 순간'
문득, 익숙한 장면이 다른 얼굴로 열릴 때가 있다. 키미작의 개인전 'Moon Took ? 문득, 발견의 순간'은 새것을 발견하는 일이 아니라, 이미 곁에 있었지만 놓치고 있던 감각을 다시 마주하는 순간을 그린다. 전시 제목 'Moon Took'은 한국어 '문득'의 소리를 비튼 말이다. 작가가 어린 시절 밤길에서 달이 자신을 따라오는지, 자신이 달을 좇는지 알 수 없었던 기억은 이번 전시에서 꿈과 행복, 자유처럼 가까이 있지만 쉽게 닿지 않는 마음의 방향으로 확장된다.
화면 속 익명의 인물들은 경기장과 서커스, 달빛과 태양 아래에서 뛰고, 당기고, 균형을 잡는다. 얼굴이 지워진 몸들은 특정한 개인보다 같은 흐름 안에서 움직이는 우리 모두의 초상에 가깝다. 강한 색채와 단순한 형태는 장면을 명쾌하게 밀어붙이지만, 그 안의 감정은 단순하지 않다. '달빛이 머문 자리'는 지나간 시간 뒤에 남은 빛의 여운을 붙들고, 'Rally, Rhythm, Repeat'와 'Life Is a Circus'는 반복되는 움직임과 위태로운 균형을 삶의 리듬으로 바꾼다. 전시는 8월 8일까지, 서울 중구 페이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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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를론 봅스트, Six Love, 2026, Wool, 373x288cm. 사진=Eric Tschernow / Courtesy of Marlon Wobst & SCHWARZ CONTEMPORARY 초이앤초이 갤러리
원본보기 아이콘마를론 봅스트 개인전 'SIX LOVE'
어떤 기억은 큰 사건보다 오후의 물놀이, 술잔 앞의 웃음, 공원에서의 게임처럼 작고 느슨한 장면에 남는다. 독일 작가 마를론 봅스트의 한국 첫 개인전 'SIX LOVE'는 함께 모이고 흩어지는 사람들의 시간을 회화와 펠트 태피스트리로 붙든다. 전시 제목은 도미노 게임에서 승리를 축하하며 외치는 말에서 왔다. 작가는 극적인 서사보다 삶의 중간에 스쳐 가는 만남과 의례에 주목한다. 화면 속 인물들은 수영장, 축제, 주말의 공원 같은 공간에 놓이지만, 얼굴과 몸은 또렷하게 닫히지 않는다. 기쁨과 멜랑콜리 사이, 친밀함과 거리감 사이에서 흔들리는 공동체의 장면이다.
봅스트의 인물들은 배경 속으로 번지고, 서로에게 기대거나 멀어지며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에 머문다. 유화 작품 '주말', '축제', '꿈의 여행'이 일상의 장면을 흐릿한 색채의 기억으로 바꾼다면, 양모로 만든 대형 태피스트리 'Six Love'와 '입문'은 그 기억에 촉각을 더한다. 부드러운 펠트는 인물의 윤곽을 더 흐리게 만들면서도, 함께 있는 몸들의 온도를 가까이 끌어온다. 전시는 관계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서로를 지나치며 만들고 잃어버리는 순간의 결을 오래 바라보게 한다. 8월 6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초이앤초이 갤러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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