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 기업 기술로 만든 '끄네끼' 완판
중국선 연어·고등어 소비까지 크게 늘어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노르웨이의 사상 첫 8강 진출을 이끈 엘링 홀란이 경기장 밖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홀란이 머리를 묶을 때 사용하는 머리 끈은 한정판이 완판됐고, 중국에서는 노르웨이산 연어와 고등어 판매까지 늘었다. 홀란이 단순한 축구 스타를 넘어 패션과 식품 소비를 동시에 움직이는 글로벌 마케팅 아이콘으로 떠오른 것이다.
앞서 노르웨이는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복귀해 처음으로 8강까지 올랐다. 홀란은 이번 대회 5경기에서 7골을 넣으며 세계 축구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우승과 득점왕에 오르진 못했지만, 압도적인 경기력과 매력적인 캐릭터, 여기에 소셜미디어 영향력에서는 이번 대회를 대표하는 스타로 발돋움했다. 홀란의 인기를 증명하는 것은 SNS 팔로워 수의 급격한 증가와 그가 착용한 아이템의 인기다.
홀란이 묶은 '끄네끼'…한국 제조사 매출 400~500% 성장
홀란의 인기로 수혜를 입은 대표 제품은 머리 끈이다. 홀란이 경기 때마다 착용한 머리 끈 '끄네끼(KKNEKKI)'다. 노르웨이 브랜드로 알려진 끄네끼는 1987년 경남 함양군에서 출발한 국내 기업 '두지'가 개발한 기술로 생산한다. 브랜드 이름도 '끈'을 뜻하는 경상도 방언 '끄네끼'에서 따왔다.
제품은 60개 이상의 가느다란 실을 직조해 만든다. 금속 연결 부위나 딱딱한 접착 부분을 최소화해 머리를 묶거나 풀 때 머리카락 손상을 줄이는 것이 특징이다. 실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색상과 무늬를 구현할 수 있어 머리 끈뿐 아니라 패션 액세서리로도 인기를 얻었다. 두지는 2015년 노르웨이 기업 본뎁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고, 2023년 유통 상표권을 넘겼다. 다만 제품 특허와 제조 기술은 두지가 보유하고 있으며, 베트남과 중국 등의 공장에서 끄네끼 제품을 독점 생산하고 있다.
노르웨이 브랜드로 알려진 끄네끼는 1987년 경남 함양군에서 출발한 국내 기업 '두지'가 개발한 기술로 생산한다. 브랜드 이름도 '끈'을 뜻하는 경상도 방언 '끄네끼'에서 따왔다. KKNEKKI 인스타그램
원본보기 아이콘긴 머리를 묶고 경기에 출전하는 홀란은 2023년부터 끄네끼 제품을 꾸준히 착용했다. 2024년에는 브랜드 유통사인 본뎁에 직접 투자해 주주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홀란의 착용 장면이 반복적으로 노출되자 제품 판매도 급증했다. 조현태 두지 대표에 따르면 2023년 이후 성장률은 400~500%에 달했다. 이번 월드컵을 맞아 출시된 한정판 '홀란 에디션'도 빠르게 매진됐다.
이는 유명 선수가 사용하는 제품이 자연스럽게 방송과 사진, 짧은 영상에 노출되고, 팬들이 동일한 제품을 구매하는 이른바 '셀럽 효과'가 극대화된 사례다. 특히 제품 이름에 한국의 지역 방언이 사용되고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로 생산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 소비자들의 관심도 커졌다.
중국선 '하바오' 열풍…노르웨이 연어·고등어까지 인기
홀란의 경제적 영향력이 더욱 두드러진 지역은 중국이다. 중국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홀란은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홀란이 개설한 더우인 계정은 한 달 만에 팔로워 580만명을 넘어섰고, 웨이보 팔로워도 190만명을 돌파했다. 두 플랫폼의 팔로워를 합치면 770만명으로, 노르웨이 전체 인구보다 많다.
중국 팬들은 홀란을 '하바오(哈?)'라고 부른다. 홀란의 이름에 귀여움과 애정을 나타내는 표현을 결합한 별명이다. 194㎝의 거구와 폭발적인 득점력을 가진 공격수에게 '아기 홀란'이라는 친근한 이미지를 입힌 것이다. 홀란 역시 중국 팬들의 반응에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중국 음식을 언급하고 팬들의 댓글에 직접 답하는가 하면, 자신의 얼굴을 활용한 밈과 합성 이미지도 즐겼다. 중국 이용자를 위한 별도 영상까지 제작하면서 팬과의 거리를 좁혔다.
중국 팬들은 홀란을 '하바오(哈)'라고 부른다. 홀란의 이름에 귀여움과 애정을 나타내는 표현을 결합한 별명이다. 사진은 타오바오에서 하는 홀란 관련 굿즈들. TAOBAO
원본보기 아이콘이 같은 인기는 실제 소비로 연결됐다. 노르웨이산 연어 수출은 올해 중국 시장에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고, 현지에서는 이를 두고 '홀란 특수'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연어뿐 아니라 노르웨이산 고등어 판매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노르웨이 수산위원회는 홀란의 인기를 활용해 중국 180개 도시, 750개 매장에서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했다. 매장에는 '홀란이 선택한 노르웨이 연어'라는 문구를 내건 광고가 등장했다.
SNS 팔로워 급증하며 패션·식품 시장 동시 견인
이는 홀란과 연어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크지 않더라도 세계적인 노르웨이 스타의 이미지를 대표 수출품과 결합해 국가 브랜드 전체의 인지도를 끌어올린 전략이다. 축구선수 개인에 대한 호감이 선수의 국적과 음식, 관광, 소비재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된 셈이다. 홀란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월드컵 개막 전 약 4000만명에서 대회 기간 6000만명을 넘어섰다. 경기 중 상대 선수의 물병을 집어 들어 물을 마시는 모습이나 장난기 가득한 표정은 소셜미디어 밈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노르웨이는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복귀해 처음으로 8강까지 올랐다. 홀란은 이번 대회 5경기에서 7골을 넣으며 세계 축구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AP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압도적인 체격과 득점력을 지닌 '괴물 공격수'의 이미지에 엉뚱하고 친근한 캐릭터가 더해지면서 축구에 관심이 적은 소비자들까지 홀란의 콘텐츠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경기 장면뿐 아니라 머리 끈, 음식, 표정, 패션 등 일상의 모든 요소가 상품과 마케팅 소재로 바뀌었다. 홀란이 창출한 경제효과는 스포츠 스타의 영향력이 유니폼과 축구화 판매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AP통신은 이 같은 홀란의 인기와 경제적 파급력을 두고 그를 "월드컵 최고의 스트라이커이자 인터넷의 '베이비걸'"이라고 표현했다. 괴물 같은 득점력과 밈을 즐기는 장난기 넘치는 모습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팬들 역시 밈과 짧은 영상, AI 패러디, 댓글 등을 쏟아내며 홀란 열풍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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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보기술 전문 매체 와이어드 또한 "홀란은 이제 단순한 축구선수를 넘어 전 세계 팬들과 AI가 함께 만들어가는 인터넷 캐릭터가 됐다"고 평가했다. 경기장에서 시작된 홀란의 영향력이 온라인 문화를 거쳐 소비와 마케팅으로까지 확장되면서, 이른바 '홀란노믹스'는 월드컵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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