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도구로 전락…시스템 복원 먼저
독점권 檢→警 이관, 더 위험할수도
진영 논리 넘어 사법 정상화로 가야
"뭐야, 우리 바보 된 거 아닙니까. 저 바보 됐어요."
여권의 검찰개혁을 흔들림 없이 지지해왔다는 개그맨 강성범씨가 유튜브에서 내뱉은 자조 섞인 말이다.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대신에 국민의 억울함을 해결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있는 줄 알았는데, 인제 보니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이래 질주해 온 검찰개혁이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에 이르며 그 실상을 돌아보게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개혁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로 본격화됐다. 검찰의 독점적 사법 권력과 특권화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전략이었다.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대상을 6대 범죄로 한정하고 검찰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의 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공수처를 설치하는 제도 개혁이었다. 국회의 안건신속처리 절차(패스트트랙)까지 동원됐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제 검찰개혁의 제도적 틀은 마련됐으니 관행 개선만 과제로 남았다"고 했다. 그런데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용을 계기로 그와 가족의 위법 의혹들이 제기되자 일각에선 오히려 검찰 탓을 하면서 검찰개혁 구호로 맞대응했다.
이후 검찰개혁이 정파적 권력투쟁의 도구로 더욱 변질돼갔다. 검찰의 수사권 자체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검수완박'론이 등장했다.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을 6개에서 2개로 축소하는 검찰청법 개정이 이뤄졌다. 2개로 제한했지만 명확하게 한정한 것도 아니었다.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으로 규정하고 대통령령에 위임해 수사 대상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여지를 뒀다. 법조문의 허점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시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를 활용해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을 확대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정비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대반격을 가했다. 검찰청을 아예 폐지하고 기소만 담당하는 공소청과 수사를 전담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재편해 오는 10월 그에 대한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형사소송법의 현행 보완수사권을 아예 폐지하느냐, 정비하느냐가 막바지 쟁점이 되고 있다. 그동안 정치적으로 질주만 해 온 검찰개혁론의 실상을 이제야 돌아보게 된 것으로 읽힌다. 민주당에서 부분적인 보완책을 담은 보완수사권 폐지안을 이미 발의했지만, 그대로 입법화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다.
모든 범죄 수사를 경찰이 종결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다. 초기 검경 수사권 조정 단계에서부터 논란이 됐던 문제다. 특히 독점을 견제하는 개혁이 아니라 독점권을 검찰에서 경찰로 넘기는 것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부터 검찰개혁은 경찰개혁과 자치경찰제의 활성화를 전제로 하는 권력기관 개혁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경찰 개혁 조치와 별개로 검찰 수사권 이관이 진행됐다.
수사·기소 분리의 해외 사례로 인용하는 영국 왕립공소청(CPS)의 사례는 '견강부회(牽?附會)'다. 애초에 검찰제도가 없던 영국에서 수사·기소권을 독점해 온 조직은 경찰이었고, 왕립공소청은 이를 견제하기 위해 1986년에 신설된 검찰조직이기 때문이다. 수사와 기소가 유기적 관계를 맺지 못한다면 공소유지 검사는 자칫 국선변호인이나 다름없게 된다.
경찰의 수사종결권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견해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완전 폐지 강경론이 마치 서로 다른 집단의 갈등처럼 왜 평행선을 달려왔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여당과 협의해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국회 논의 과정에서 우려를 잘 전달해 달라고 야당에 부탁하는 기묘한 '협치'도 보고 있다. 이견이 있다면 이를 수렴해서 책임 있는 대안을 내놓는 게 정부·여당의 역할이다. 그 대안은 이제 검찰에 대한 정치적, 감정적 응징을 넘어선 형사사법 체제의 개혁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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