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닉 간다고? 하루 500만원 내세요"…삼성 인력 이직 제동 건 법원, 왜
법원, 삼성 낸드 인력 SK하이닉스 전직 1년반 금지 결정
전직금지 가처분 일부 인용…"국가핵심기술 보호 필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패권 경쟁이 기술 고도화를 넘어 핵심 인재 확보와 유출 방지를 둘러싼 법정 공방으로 격화하는 가운데 법원이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설계 핵심 인력의 SK하이닉스 이직에 급제동을 걸었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최근 판례 흐름 속에서도 국가핵심기술 보호 필요성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민사31부(신우정 부장판사)는 지난 9일 삼성전자가 전 직원 A씨 등 2명을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퇴직 1년6개월까지 취업·자문금지…위반 시 1일당 500만원
재판부는 A씨 등이 퇴직 후 1년6개월이 지나는 2027년 4월30일까지 SK하이닉스 및 그 계열회사에 취업하거나 자문 등의 노무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전직금지 의무 위반 시 1일당 500만원을 삼성전자에 지급하도록 하는 간접강제도 함께 명했다.
가처분 대상이 된 두 직원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10∼11년가량 근무한 중간관리자로, 낸드플래시 핵심 설계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등은 차세대 제품의 설계 방향과 개발 일정 등 경쟁사에 넘어갈 경우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할 수 있는 핵심 정보를 다룬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삼성전자에서 퇴사한 뒤 올해 2월 SK하이닉스로 이직했다.
'퇴직 후 2년간 경쟁사 취업 금지' 범위 쟁점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입사 당시 체결한 '퇴직 후 2년간 경쟁사 취업 금지' 약정의 효력을 사법부가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였다. 통상적으로 법원은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여 기업 측이 제기하는 전직금지 가처분을 매우 엄격한 요건 하에 제한적으로만 수용해 왔다. 그러나 이번 재판부는 기술 안보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삼성전자 측의 소명 조항을 상당 부분 인용하는 이례적인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낸드플래시 설계가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고 ▲두 직원이 핵심 설계 정보를 알고 있었으며 ▲삼성전자가 이들을 핵심 인력으로 별도 관리해 온 점을 인정했다. 아울러 이들이 경쟁사 입사를 준비하면서도 회사에는 진학 등을 이유로 대며 이직 사실을 숨긴 채 퇴직한 점도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했다.
직업선택의 자유보다 기술보호 무게
재판부는 "해당 기술은 국가핵심기술 내지 국가첨단전략기술에 해당해 보호 가치가 더욱 크다"며 "경쟁업체에 노출될 경우 동등한 수준의 기술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신청인(삼성전자)에게는 상응하는 경쟁력 손실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 관련 분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공정한 시장 경제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 "전직금지 약정이 채무자의 직업선택 자유를 일부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효력이 부인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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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재판부는 삼성전자가 주장한 2년의 전직금지 기간에 대해서는 "기술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2년간 경쟁업체 취업을 금지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여지가 있다"며 1년6개월로 단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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