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는 단순히 한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문제를 넘어선다. 시장원칙과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실용적 시장주의를 표방해온 현 정부를 시험대에 올린 사건이다. 당장 생업을 잃을 위기에 처한 이들에 대한 지원은 물론, 사모펀드(PEF) 책임론과 유통산업 전반에 대한 정책 재점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홈플러스 재직자와 협력업체, 소상공인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차질 없이 이뤄져야 한다. 이미 발표한 생계·금융 지원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세심하게 관리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다. 한편으론 MBK파트너스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도 분명히 따져야 한다. 다만 분명한 원칙 아래 움직여야 한다. 시장경제는 성공뿐 아니라 실패도 허용하는 체제다. 경영 실패라는 결과만으로 사후 처벌에 집중하는 것은 시장원칙에 맞지 않는다. 위법행위나 투자자·채권자 보호 의무 위반 등 시장의 기본 원칙을 훼손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합리적 처리가 요구된다.

반면 개별 사례를 이유로 산업 자체를 규제 대상으로 삼는 건 경계해야 한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PEF 규제 강화 법안이 20건 넘게 발의됐다.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할 토종 PEF까지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홈플러스가 이렇게 된 데는 MBK파트너스의 부실 경영뿐 아니라 유통시장 구조 변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대형마트 영업규제와 의무휴업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을 시대에 맞게 손질하거나 폐지하자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러나 전통시장 상인 및 소상공인 단체들의 반대와 이를 의식한 정치권이 손을 놓은 사이 쿠팡 등 e커머스 업체만 반사이익을 얻었다. 소비자 편익과 유통산업 경쟁력, 전통시장 보호를 모두 아우를 새로운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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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사태는 기업 하나의 흥망을 넘어 우리 자본시장과 유통정책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정부와 정치권은 시장의 책임 원칙은 분명히 세우되 제도는 시대 변화에 맞게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MBK 책임 규명과 유통산업발전법 재검토, PEF 제도 선진화는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던진 다층적 과제다.


논설실 colum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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