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원과 업무 본질 다르다고 반박
프로그래밍 언어 '파이썬'으로
문서 차이 입증

법무법인 율촌 소속 구자형(왼쪽부터), 이광선, 곽민지 변호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법무법인 율촌 소속 구자형(왼쪽부터), 이광선, 곽민지 변호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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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에서 직접고용의무 자체까지 함께 다투고 있었지만, 저희는 그 부분은 현실적으로 이기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결국 승부처는 '비교대상 근로자'를 누구로 보느냐였습니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15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공공기관 파견근로자 소송을 항소심에서 뒤집은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사건은 공공기관에서 행정보조 업무를 하던 파견근로자 20명이 파견기간 2년 도과를 이유로 소송을 내며 시작됐다. 1심은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으나 율촌이 항소심부터 사건을 맡아 쟁점을 직접고용의무 존부가 아니라 '직접고용시 어떤 근로조건을 적용할지'로 좁혔고, 정규직 '행정원' 지위와 그 기준 임금 청구를 막아냈다. 법원은 원고들의 예비적 청구에 따라 무기계약직 지위와 '사무보조직' 기준 임금 차액만 인정했다.

◆1심 패소 뒤 전략 수정

율촌은 처음 사건을 분석하면서 파견법 위반 자체를 부인하기보다 비교대상 근로자를 정교하게 다시 설정하는 데 집중했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정규직 행정원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며 비슷한 문서를 기안했다고 주장했지만, 율촌은 채용 절차의 엄격성, 업무의 창의성·의사결정 요소, 문서 결재권, 상호 대체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두 집단의 업무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맞섰다.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행정원은 비교대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곽민지 변호사는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일한다는 외형만으로 동종·유사 업무라고 볼 수 없고, 실제 수행 업무를 구체적으로 나눠 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판결"이라고 말했다.

◆'문서 빈출 단어'까지 제시

이번 사건의 특징은 방대한 문서를 시각적으로 정리한 점이다. 원고 측은 자신들도 행정원과 비슷한 문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지만, 율촌은 문서 제목의 앞부분만 보면 생기는 착시를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법무법인 율촌 소속 구자형(왼쪽부터), 이광선, 곽민지 변호사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법무법인 율촌 소속 구자형(왼쪽부터), 이광선, 곽민지 변호사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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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형 변호사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썬'으로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 원고들과 행정원이 작성한 문서의 빈출 단어를 분석해 이를 워드클라우드 형태로 시각화했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문서도 실제로는 원고들 문서에 '지출', '결의', '출장' 같은 보조업무 단어가 집중됐고, 행정원 문서에는 기획·평가·연구관리 관련 표현이 훨씬 많이 나타났다는 점을 수치와 그림으로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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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에서 율촌이 내놓은 또 다른 전략은 복직 통보였다. 소송 도중 공공기관에 원고들에 대한 복직 통보를 제안해 추가 임금 부담이 더 늘어나는 것을 차단했다. 직접고용의무 자체는 부정하기 어려운 만큼, 복직을 먼저 제안해 분쟁을 줄이고 손해를 최소화하자는 전략이었다. 이후 원고들이 장기간 복귀하지 않자 해고됐고, 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도 1·2심 모두 공공기관 측이 이겼다.


이 변호사는 "단순히 소송만 수행한 것이 아니라 사내 변호사처럼 전략을 함께 세우고, 다퉈야 할 것과 포기할 것을 구분해 실질적인 방향을 제시한 점이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파견근로자 분쟁에서 비교대상은 직명이 아니라 실제 업무를 기준으로 봐야 하고, 적극적인 복직 통보 전략이 후속 분쟁까지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1심 뒤집은 한 수는 '비교대상 근로자'…율촌, 파견소송 항소심 승리[승소의설계] 원본보기 아이콘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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