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검찰, 가수 레벤트 등 20명 체포
2361억 성금 일부 도박·제삼자 이체 혐의
레벤트 측 "혐의 부인…전면 감사 요청했다"
튀르키예 유명 가수 할루크 레벤트(58)가 지진 피해 복구를 명목으로 걷은 성금을 유용한 혐의로 구금됐다.
연합뉴스는 13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일간 사바흐를 인용해 "이스탄불검찰청이 레벤트가 지난 2017년 설립한 시민단체 '아흐바프'의 부정행위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관련 법률 위반과 범죄수익 세탁, 범죄단체 가담 혐의를 포착해 레벤트를 비롯한 약 20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 에제 귀네르 등이 함께 붙잡혔고, 당국은 디지털 기기와 현금, 금, 수표, 어음 등을 압수했다.
레벤트는 지난 2023년 2월 튀르키예 동남부 가지안테프 등지를 잇달아 덮친 규모 7.8, 7.5의 강진으로 5만 3500명 넘게 숨졌을 당시 이재민의 보금자리 마련을 내걸고 '아흐바프'를 통해 1억 5800만달러(약 2361억원)의 기부금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아흐바프가 제시한 계획과 달리 일부 주택 건설 사업은 지진 발생 3년여가 지난 지금도 완료되지 않았다. 검찰은 아흐바프에 모인 돈 일부가 개인 계좌로 빼돌려져 도박에 쓰이거나 제삼자에게 이체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진 참사가 안긴 고통 속에서 도움을 주려던 시민들의 기부금이 개인 계좌로 옮겨지고 도박과 제삼자 이체에 쓰인 사실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혐의 액수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검찰은 레벤트가 비서 명의 계좌 등을 통해 아흐바프 자금 1억 2000만리라(약 250만달러·37억원)를 이체한 것으로 파악했다. 또 레벤트와 아흐바프 공동설립자 명의 계좌가 지난 2020년부터 2026년 사이 베팅 플랫폼에서 약 9억 9000만리라(약 300억원) 규모의 도박에 동원돼 약 3억 9000만리라(약 120억원)의 손실이 났다고 주장했다.
아흐바프 소속 용의자들이 선행에 쓰겠다며 이재민에게서 부동산을 넘겨받아 엉뚱한 이에게 이전한 정황도 별도 수사에서 드러났으며, 이로 인한 손실은 약 6000만달러(약 888억원)로 추산된다.
레벤트 측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체포되기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나는 슈퍼맨이 아니다. 부족한 점이 있고 실수할 수도 있다"면서도 "앞으로 몇 달 안에 진행 중인 사업을 마치고 다음 감사를 통과한 뒤 아흐바프 회장직을 다음 사람에게 넘기겠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는 체포 15일 전 당국에 아흐바프에 대한 전면 감사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아흐바프는 지난 2023년 지진 이후 전국적 자원봉사 네트워크와 구호 활동으로 명성을 얻은 단체다. 정부 재난기구를 거치지 않고 시민들의 기부금을 직접 끌어모으며 대표적 민간 구호 창구로 떠올랐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너만 월급 140만원 더 줄게, 대신"…대기업도 파...
레벤트는 튀르키예 전통 음악과 록을 결합한 사이키델릭 장르 '아나톨리안 록'으로 큰 인기를 얻은 가수다. 그는 지난 2023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