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유진 잘못은 아닌데"…청약 당첨 소식에 청년층이 씁쓸한 이유
"합법적 추첨" vs "현금부자만 참여"
논란의 핵심은 당첨자가 아닌 제도
"자격보다 현금이 더 중요" 청년층 한탄
걸그룹 아이브 멤버 안유진이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재건축 아파트 '디에이치 방배' 일반분양 추첨제 물량에 당첨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주택 청약 제도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14일 매일경제 등 일부 매체는 부동산 업계를 인용해 안유진이 오는 9월 입주 예정인 '디에이치 방배(방배5구역 재건축)' 일반분양 추첨제 물량에 당첨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현재까지 안유진의 당첨 여부와 구체적인 주택형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소속사 역시 개인적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사실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안유진의 당첨 소식에 일각서는 현행 주택 청약 제도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돕겠다는 취지의 제도가 정작 수억 원의 가용 현금을 쥐고 있는 일부 고소득층과 부유층의 '로또 복권'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논란은 고가 분양주택의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 것인가를 두고 제도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만명 몰린 방배 로또…84㎡ 거래가는 36억9295만원
먼저 '디에이치 방배'는 방배5구역을 재건축해 지하 4층~지상 33층, 29개 동, 총 3064가구로 조성되는 대단지다. 2024년 8월 일반분양 당시 1244가구가 공급됐고, 특별공급과 1순위 청약을 합쳐 약 9만명이 몰렸다. 1순위 평균 경쟁률은 90.2대 1이었으며 일부 주택형은 200대 1을 넘겼다. 당시 최고 분양가는 전용면적별로 59㎡ 17억250만원, 84㎡ 22억4300만원, 101㎡ 25억원, 114㎡ 27억6200만원이었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데다 실거주 의무가 없어 상당한 시세차익이 예상되면서 청약 수요가 집중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인용한 부동산 정보업체 등에 따르면 전용 84㎡ 입주권은 지난 4월 36억 9295만원에 거래됐다. 최고 분양가
와 비교하면 약 14억5000만원 오른 금액이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호가는 40억원 안팎이다. 다만 안유진이 전용 84㎡에 당첨됐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18억원 시세차익'은 어디까지나 특정 주택형과 호가를 전제로 한 추산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당첨 자격과 실제 계약 능력 사이의 격차가 있다. 해당 단지 전용 84㎡의 계약금 비율은 분양가의 20%로, 계약 단계에서만 약 4억5000만원의 현금이 필요했다. 중도금 이자 후불제를 적용하지 않아 대출을 이용하더라도 매달 상당한 이자를 감당해야 했다. 당첨 뒤 잔금까지 마련하려면 계약금보다 훨씬 큰 자기자본이 필요해 사실상 자금 동원력이 충분한 가구만 도전할 수 있었다는 비판이다.
소셜미디어와 일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일반 청년은 추첨에 당첨돼도 계약을 유지할 수 없다", "추첨 기회가 열려 있다는 것과 실제로 살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 "분양가상한제가 현금 부자에게 수십억 원의 차익을 나눠주는 제도가 됐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반대 의견도 있다. 현행 규정이 직업이나 소득을 이유로 일반공급 청약을 제한하지 않는 이상, 자격을 갖춘 사람이 같은 절차로 추첨에 참여한 것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한 누리꾼은 "규칙을 어기지 않았다면 당첨자의 재산이나 직업에 따라 결과의 정당성이 달라질 수 없기에 개인이 아니라 분양가상한제와 공급 방식을 문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점에서도, 자금력에서도 밀리는 청년층, 내 집 마련은 '요원'
이번 논란과 관련해 현행 젊은 세대의 가장 큰 불만은 가점제와 추첨제 모두에서 구조적인 한계를 느끼기 때문이다. 가점제는 무주택기간 32점, 부양가족 수 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7점 등 총 84점으로 구성된다. 무주택기간과 통장 가입 기간이 짧고 부양가족이 적은 청년·신혼부부는 인기 지역에서 고득점을 받기 어렵다. 추첨제는 청년층에 기회를 제공하지만, 고가 단지에서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자기자본이 필요해 자금력이 다시 당락 이후의 장벽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불신은 청약통장 이탈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일보 측이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5년 11월 말 청약통장 가입자는 한 달 전보다 4만8744명 감소했다. 높은 분양가와 가점 당첨선, 강화된 대출 규제로 인해 특히 20·30세대에서 '청약통장 무용론'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현행 젊은 세대의 가장 큰 불만은 가점제와 추첨제 모두에서 구조적인 한계를 느끼기 때문이다. 가점제는 무주택기간 32점, 부양가족 수 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17점 등 총 84점으로 구성된다. 아시아경제
원본보기 아이콘KDI에서도 현행 청약제도가 상대적으로 무주택기간이 길고 자녀가 있는 중장년층에 유리하며 청년층에는 불리하게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이 청약을 포기하고 기존 주택의 갭투자나 무리한 대출로 이동할 경우 가계부채 위험까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로또 청약'의 근본 원인을 분양가와 주변 시세의 지나치게 큰 격차에서 찾는다.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격이 시세보다 크게 낮아지면 당첨자 한 명에게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개발이익이 집중되고, 경쟁률과 투기적 기대가 함께 높아진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분양가를 주변 시세에 가깝게 현실화하고, 토지가격 상승이나 용적률 확대를 통해 발생한 이익을 공공주택과 청년주택 재원으로 환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가격 차이를 줄이면 로또 효과는 약해지고 청약 과열도 완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를 단순 폐지할 경우 분양가 자체가 상승해 청년과 무주택자의 진입 문턱이 더욱 높아지고, 개발이익이 시행사와 조합원에게 집중될 수 있다. 실제로 분양가상한제가 대부분 해제한 지역에서는 공사비와 금융비용 상승이 겹치면서 2024년 서울 평균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 평균 시세를 웃돌았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일각선 실수요자 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충분한 상환 능력이 있는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장기 고정금리 대출이나 정책 모기지를 제공하면 부모 지원이나 보유 현금에 따른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LTV와 DSR을 일괄적으로 완화하면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확대를 자극할 위험이 있다. 여기에 고가 주택을 분양받은 사람에게 큰 대출을 제공하는 것이 서민 주거 지원인지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남는다.
청약은 결국 '제로섬' 게임…청약 전면 개편이 어려운 이유
현행 민영주택 일반공급은 무주택기간과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반영한 가점제와 무작위 추첨제를 혼합해 운영한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전용 60㎡ 이하 물량의 60%, 60㎡ 초과~85㎡ 이하의 30%, 85㎡ 초과의 20%가 추첨제로 공급한다. 추첨제 물량 가운데 상당 부분은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된다.
시장에서는 '로또 청약'의 근본 원인을 분양가와 주변 시세의 지나치게 큰 격차에서 찾는다.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격이 시세보다 크게 낮아지면 당첨자 한 명에게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개발이익이 집중되고, 경쟁률과 투기적 기대가 함께 높아진다는 논리다. 아시아경제
원본보기 아이콘그러나 민영주택 일반공급에는 원칙적으로 소득이나 금융자산 상한이 없다. 수십억 원의 전세보증금이나 상가·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어도 주택을 소유하지 않았다면 무주택자로 인정될 수 있다. 이로 인해 '무주택'이라는 법적 상태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저자산 실수요자'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문제가 반복해서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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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일반공급까지 소득·자산 기준을 적용하면 오랫동안 청약통장을 유지하고 주택 구입을 위해 저축한 무주택자에게 불이익이 갈 수 있다. 소득이 높아졌지만, 서울 주택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운 맞벌이 가구를 배제하는 또 다른 불공정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청약 제도는 한정적인 물량을 나누는 제도여서 한 계층의 기회를 확대하면 다른 계층의 기회가 줄어드는 '제로섬'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정부가 전면 개편에 신중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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