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 목표치를 6개월 만에 1.0%포인트나 상향 조정한 배경에는 예상보다 강한 반도체 호황 사이클이 자리잡고 있다. 반도체 호황을 성장의 출발점으로 삼아 공급망 자립과 인공지능(AI)·지역균형 성장으로 확장해 잠재성장률을 3%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반도체 호황 사이클이 언제까지 갈지 예측할 수 없는 외생변수인데다, 미국·이란 전쟁의 갈등이 재개되며 대외 변수 불확실성마저 커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단일 엔진에 기댄 미래 경쟁력 확보 비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당장의 성장률을 떠받치더라도 제조업 내 업종 간 격차와 고용 양극화 등이 함께 완화되지 않으면 일반 국민들의 체감경기 개선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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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메가·5극3특으로 잠재성장률 반등 노린다

정부는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핵심축으로 3대 메가 프로젝트를 하반기 본격 추진한다. 용인·평택 수도권 반도체 팹을 조기 완공하고, 서남권에 총 800조원을 투입해 팹 4기를 추가로 짓는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핵심공장 건설을 충청권을 중심으로 패키징 거점화하고, 영남권에는 장비 챔버용 테스트베드(실험대) 등 실증 인프라를 집중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방반도체의 국산화와 산업생태계 조성전략을 3분기 중 내놓는다. 8.4GW급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총 550조원을 투자해 2028년 상반기 내 착공하며, 그래픽처리장치(GPU) 약 5만장을 차질 없이 확보해 하반기 중 내년 배분계획을 선제 수립한다. 피지컬 AI 부문에서는 범용 월드모델과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착수한다.

'5극3특' 구상에 따라 지역별로 육성할 전략산업을 3분기 중 최종 선정하고, 투자인센티브와 규제 해소를 아우르는 '3축7대 패키지' 종합 지원과 메가특구특별법 연내 제정을 추진한다. 금융 부문에서는 국민성장펀드의 40% 이상을 지방에 집중 투입하며, 대전·광주·대구·울산 등 4대 과기원 중심의 창업도시 지정과 2조원 규모의 지역성장펀드 조성을 가동한다. 특히 비수도권 잔류를 최소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 '2차 공공기관 이전계획'도 하반기 중 발표된다. 지방소비 활성화를 위해 개인 포인트 잔액의 지역화폐 전환방안을 검토하고, 고향사랑기부제에는 법인기부(본지 6월17일자)를 12월 도입한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17개 군으로 확대 지급한다.


정부는 오는 8월 세제개편안을 통해 '국내생산세액공제' 구체적 방안을 담기로 했다. 국내에서 첨단 제조시설을 짓거나 생산을 늘리는 기업에 세금을 깎아주는 국내생산세액공제를 도입해, 중동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올 때마다 한국 경제를 흔들었던 공급망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초기 대규모 설비 투자로 결손이 발생해 세제 혜택을 보지 못하는 기업을 위한 별도의 촉진 지원방안까지 검토해 토종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생산 기지 국내 투자를 강력하게 촉진한다. 아울러 원가 경쟁력이 밀리는 고위험 경제안보품목은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생산보조금 지원을 지속하며, 특정국 의존도가 80% 이상인 필수 품목을 대체 수입할 경우 공급망안정화기금을 통해 비용 증가분 전액을 저리로 대출(최대 2.3%포인트 우대)해 주기로 했다. 요소·나프타 등 민생 필수재의 비축을 위한 연구용역과 함께, 오는 8월부터 '정부 직접 비축-상시 판매형' 신규 비축모델을 시범 도입해 공급 공백을 원천 차단한다.

중동 긴장 재고조...외생변수에 기댄 청사진 한계 뚜렷 지적도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생변수에 기댄 성장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 호황 사이클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할 수 없는 외생변수다. 여기에 더해 이란에 대한 공격을 재개한 미국이 간밤에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의 핵심 조치인 호르무즈 해협 통항, 대이란 해상봉쇄 해제 등 핵심 조치들을 사실상 모두 되돌리면서 한국경제는 국제유가 급등이라는 대외변수 악화 환경에 다시 노출됐다. 정부는 이번 경제전망에서 중동 상황이 진정되는 상황을 가정해 올해 국제유가를 85달러로 당초 전망보다 낮춰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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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반도체 호황을 기회로 삼은 압도적 투자가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잠재성장률 반등의 계기가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반도체는 자본집약적 산업이다. 반도체 호황이 수출과 대기업 이익은 끌어올리지만, 산업 전반과 고용·소득·내수로는 충분히 번지지 않는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에 맨몸으로 선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의 체감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략산업 투자와 함께 제조업 내 양극화를 타개하기 위해 노동시장 경직성을 낮추고 총요소생산성을 끌어올릴 중장기적인 구조개혁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며 "역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철강·석유화학·배터리 디스플레이·소비자가전 등 전통 수출 품목들의 산업 체력 전반을 끌어올리는 게 잠재성장률 반등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세종=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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