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수화기 너머 황급한 목소리에는 무언가 실수를 수습해야 한다는 다급함이 역력했다. 불과 1분여 전 통화에서 당내 보완수사권 재검토 주장이 존재하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못 하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던 더불어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었다. 취재 중 벌어진 이 짧은 해프닝은 현재 입법 논의가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논쟁에 불을 지핀 건 현직 경찰관 아버지가 아들의 증거를 인멸하려 한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이었다. 경찰의 비위를 검찰의 보완수사가 드러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려던 여당의 개혁 입법에 제동이 걸렸다.
민주당 내에서도 법안이 초래할 수사의 공백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엄연히 존재한다. 다만 이런 신중론은 묻혔다. 선명성 경쟁 속에서 합리적인 의구심조차 '해당 행위'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취재에 응한 의원 일부는 "인제 와서 문제를 제기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법안의 부작용을 논하는 것 자체를 극도로 조심스러워했다. 한 법사위원은 "의원들 상당수가 보완수사권 자체에 질려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보완수사권 폐지가 성역에 갇힌 사이 현장의 아우성은 커지고 있다. 검찰뿐 아니라 법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심지어 여성단체까지 일제히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대안 없이 검찰의 보완수사 권한을 박탈했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법적 약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민주당 주류의 입장은 여전히 전면 폐지다. 당 대표 연임 선거에 나선 정청래 전 대표는 13일 기자회견에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는 완벽하게 100%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좀 더 토론하자, 보완하자는 말은 사실상 반대하는 것"이라며 신중론을 비판했다.
반면 홍기원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민생 범죄에 한해 보완수사를 허용하자는 법안 발의를 예고했다. 김동아·김남희 의원도 여성단체들과 함께 "형사소송법 개정이 피해자에게 개악이 돼서는 안 된다"며 목소리를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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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급히 전화를 걸어왔던 그 의원도, 홍기원·김동아·김남희 의원도 같은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닐까. '이번 입법이 개선이냐, 개악이냐.' 형사사법체계가 정치적 목적이나 당권 경쟁의 전리품이 돼서는 안 될 일이다. 준비되지 않은 채 사법 안전망을 걷어내는 입법을 개혁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민주당은 더 숙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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