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부자들만 집 살 수 있나요?"…새 부동산 정책 논의 전 대출 옥죄는 금융권[금융현미경]
주담대 한도 축소·모집인 채널 제한
은행권 ‘선제적 대출 조이기’
“금리보다 대출 가능 여부가 먼저”
새 부동산 정책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은행권이 먼저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실수요자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와 모기지보험 가입 제한이 잇따르면서 이제는 낮은 금리를 비교하기보다 대출이 가능한 은행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은행권의 대출 조이기가 이어질 경우 실수요자들이 제2금융권이나 고금리 대출로 내몰려 이자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5일 정부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3일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를 주재한다. 이에 앞서 14일 국토교통부가 주택 공급을 시작으로 사전 공개 토론회를 열었고, 15일 금융위원회는 주택금융, 16일 기획재정부는 세제를 주제로 국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하지만 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은행들이 먼저 대출 문을 걸어 잠갔다.
포문은 KB국민은행이 열었다. 시중은행 가운데 가계대출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은 10일부터 주담대 최고 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축소했다. 신한은행은 이달 한도를 소진한 대출모집인 채널을 닫았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일부 모집인 채널을 통한 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은 서울 기준 주담대 한도를 최대 5500만원 늘려주는 모기지보험 가입도 제한하고 있다.
은행만 대출 문턱을 높인 것은 아니다. 보험사들도 대출 관리 강화에 들어갔다. 교보생명은 이달부터 신용대출 최고 한도를 6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축소했고, 삼성화재는 이달 1일부터 주담대의 대면·비대면 접수를 모두 중단했다.
금융권이 갑작스럽게 대출 창구를 잇달아 닫으면서 통상 11~12월에 찾아오는 '대출 절벽' 시점도 앞당겨졌다. 주요 은행들은 연간 목표치를 관리하기 위해 통상 11월께 대출 관리를 강화하지만, 올해는 하반기가 시작된 7월 초부터 대출을 조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이 자체적으로 대출 조이기에 돌입한 것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아서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6월에만 7조6000억원 늘어 2024년 8월 이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4~5월 수도권 주택 거래량이 늘어난 데다 이미 분양된 아파트의 중도금 납부 수요가 이어진 영향이다. 여기에 증시 호황에 올라타려는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까지 급격히 늘면서 상반기 가계대출은 이미 금융당국이 제시한 목표치를 초과한 상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정책성 대출을 제외하고 총 648조3607억원으로, 지난해 말 644조9700억원보다 3조3907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이 올해 초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액은 약 4조3400억원이었다. 6개월여 만에 대출 증가액이 연간 목표치의 80%에 육박한 셈이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당국이 부여한 연간 목표치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들이 선제적인 대출 총량 관리에 돌입한 이유다.
갑작스럽게 닥친 대출 한파에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지난주부터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출 관련 문의 글이 눈에 띄게 늘었다. "10월 말 주택 잔금을 치르려면 3억5000만원이 필요한데 대출 한도가 3억원으로 줄어 답이 없다", "10월 초 잔금 예정인데 대출모집인을 통한 1금융권 대출이 모두 막혀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등 불안을 호소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신용도와 연소득이 비슷해도 신청 시점에 따라 대출 실행 여부가 갈리는 '선착순 대출'도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금리를 비교해 대출 상품을 찾는 것이 아니라 대출이 가능한 은행부터 찾는 것이 급선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출도 오픈런해야 하나요"라며 대출이 가능한 은행 정보를 묻거나 공유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 창구에도 잔금대출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잔금대출 등 시급한 대출 건과 관련한 상담 문의가 평소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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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은 빠르게 조여지고 있지만 집값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올해 5월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12억3833만원으로, 1월보다 1억1833만원(10.56%) 상승했다. KB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같은 기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상승률이자 최대 상승 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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